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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희 Jul 13. 2024

우당탕탕 돌로미테.

세 번째 알프스 -이탈리아 돌로미테

병태는 공항라운지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변함없이 

최애 음식이 호떡과 떡볶이인

영자 탓에  은퇴 후  비싸고  

분위기 좋은  식당은 거의

못 가는 가엾은 병태.

최상의 식당이 공항라운지가

되어버렸다.


그냥 라운지에서 식사하고

쉬다가 집으로 가는 여행상품은

없냐고


그런 병태  손을 잡아끌고

밀라노행 비행기에 오른다


걸을 수 있을 때 알프스

언저리를 걷고 싶었다

코비드 시국 전, 스위스.

작년에 프랑스  몽블랑.

올해 이탈리아 돌로미테.


스위스는 스위스 패스 하나면

준비 끝인 듯 편하게 다녔다

몽블랑도 버스터미널 격인

Mont-blanc  sud에

숙소 정하고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버스 타고 2~30분

이동 후  케이블카로 올라가

내키는 대로 걸었다.


돌로미테는 달랐다

일단 공항에서 접근하는

것도 조금 버거웠다.

베니스, 인스브루크, 밀라노

공항 중  하나를  선택해

했는데  베니스는 인파에 밀려

다니는 것 같아 싫고,

밀라노 두오모 성당의

테라스를 보고 싶어 밀라노

공항에서 IN, OUT 하는  

항공권을 구입했다.


밀라노 공항에 늦은 밤

도착이라 조금  걸렸지만

공항버스로 밀라노 역까지 이동,

200m 거리의 가까운 숙소를

예약했었다.


밀라노 중앙역에 내렸는데

비행기에서 갈아 끼운 유심칩이

작동하지 않는다

OH~~~ NO

지도를 외우다시피 공부해

놓은 덕에  아파트 근처까지는

있었다

유럽 도심의 아파트라는  것들은

번지수를 코딱지 만하게 높이  

붙여놓아  깜깜한 밤 노인 둘,

눈엔 도통  보이질 않는다.


심한 안달증에 조급증까지

심해지는 병태는 1m 앞에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안절부절

난리가 났다  

 번듯한 호텔에서 자면 안 돼?

비용이 얼마나 차이 나는데?

내가 매번 이 짓을 해야 해?


겨우 번지를 찾아 007 영화의

암호 찾기 같은  대문을 열고,

엘베 비번을 누르, 뭔 철문을

열고,  1과 1/2층 길이의

달팽이 계단을  30인치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낑낑 오르니

아파트 현관문이다

총 4개의 문을 열고서야

방에 들어선다


비행기에서 거의 못 자  많이

피곤했지만 유심칩이 불통일까

 신경이 쓰여 거의 잠을

설친 채 돌로미테로 향한

첫 관문 볼차노행 기차에 오른다


돌로미테는 너무 넓어

곳에서 머물며 둘러보기엔

무리였다  

동부 쪽에 4박, 서부 쪽에 4박  

숙소를 예약했었다

여기는  워낙  관광객이 많은지

숙소를 6개월 전에 예약했는데

예약과 동시에  환불 불가이다


밀라노에서 가까운 서부

볼차노에서 기차 타고  동부

도비아코를 먼저 가기로 한다

한번 환승하고 가야 한다.

환승역의 승무원 말씀이

산악마라톤 대회가 있어

중간 지점은 기차 운행을 안 하니

버스로 갈아타고 고개를

넘어야 한단다

엥? 이건 또 뭥미?


쨌든 기차는 , 세 정거장

진행하더니 모두 내려 버스로 

갈아타라고 한

얘네는 왜 줄 서기를 안 하는 걸까

기차 4칸에서 내린 사람들이

버스 한 대에  타려니

짐짝처럼 구겨 타야 한다.


그놈의 커다란 캐리어 때문에

자꾸 밀려 꽉 찬 버스에 도저히

오를 수 없을 정도였지만

다음 버스는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30분 후엔 다음 기차 승객이

또 몰려들 것이다.


거의 리어 위에 얹히듯, 

고난도 요가 자세로

산 하나를 넘은 후  다시 기차를

타야 했다.

두 시간 남짓 걸릴 거리를  

네 시간쯤 걸려 도비아코에

도착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이곳 숙소는  열쇠 찾는 것부터

고난이다. 다행히 유심칩은

정상으로 작동해 줘서

한시름 놓는다

1. 기차역에서부터 1km쯤 걸어

주소도 헷갈리는 사무실을 찾는다

(인포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2.  알려준 번호 두 개를 조합해

우편함을 열고 열쇠를 꺼낸다

3. 30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아파트를 찾아간다.

4. 아파트 전체 주소밖에 없는

안내장으로 몇 층 몇 호실인지

찾아내야 한다


하염없이 헤매고 있었더니  

불쌍히 여기신  2층 4호실

아저씨가 내려오신다

 아파트 주민인 아저씨조차  

주소를 봐도 몇 호실인지

모르겠단다.

집집마다 열쇠를 꽂아보더니

아저씨 집 바로 위층인

3 4호실이

우리가 4일 동안 지낼 숙소다


첩보 영화에서 본 은밀한

접선보다 힘든 집 찾기였다.

아저씨 도움 없었으면

몇 시간도 헤맸을 것  같았다

대충 짐 정리하고

저녁 먹으러  집을 나섰더니...



짜~~잔  이것이 흔한 돌로미테 동네  뷰이다



오늘은 병태 생일이다

열심히 검색해 놓은 맛집은

토요일이라 닫았다.

영업 중인 아무 식당에 들어가 

대충 주문한 식사와 와인으로

조촐하게 생일을 축하한다.


작은 마을이라 토, 일요일 동안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생수 한 병 살 곳이 없다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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