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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Apr 20. 2024

이상한 것

난 사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지 않다. 누군가가 해야해서 하는 걸 굳이 할 필요성이 있나 싶다.

그냥 내 생각에 필요하면 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공부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걸 잘 하지 않더라도 그냥 마음이 고요해지고 그 이론이나 레이아웃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내가 아무리 물리학을 공부하고 이것저것 공부해봤자 그 분야의 학자만큼 공부를 잘 하진 못하지만 나는 잘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그냥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들이랑 결합해서 무언갈 만들고싶다는 욕구가 있다.


나는 점점 늙어갈 것이고 그 속에서 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회적 기준에서 아름다울 순 있는데 실은 그걸 잃어간다는 게 어느정도 두렵긴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실 누군가의 눈에 아름답지 않아 보이더라도 그 사람의 특유의 성격이나 인생이 보이는 얼굴은 아름다울 것 같기도 하다. 그 특유의 분위기나 그 사람의 깊이는 돈주고 살 수 없는 것이므로 그것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것 같다.


가끔씩 친구들이 수술을 하고 나타날 때면 조금 아쉬울 때도 있다. 예전에 별로 안 친했던 잘생긴 오빠가 내 휜 코를 보면서 코만 깎으면 참 예쁘겠다 했는데, 나는 내 굴곡진 코가 좋고 예쁘다. 나는 내 작은 가슴이 좋고, 동그란 얼굴이 좋다. 내가 굳이 사회적 기준의 미에 맞출 필요가 없는데 가끔씩 그런 판단을 받으면 띠용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문득 생각해보면 그 생각 자체를 본인의 일부로 받아들인 그 사람들이 안쓰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그걸 자꾸만 들어오거나 혹은 본인 스스로 다듬어진 형상이 되어야한다는 강박이나 혹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 그건 어쩌면 자연이 공원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는데, 나는 깔끔한 걸 좋아하지만 실은 제일 좋은 건 무질서해 보이는 자연에 있을 때 제일 자유롭다. 그 변화에서 엄청난 평온함을 얻는다.


다듬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살다가 서울에서 살다보면 많이 다듬어지곤 하는데 실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안 좋게 바라보고 싶진 않다. 모든 것들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언제나 그 타이밍에 있기 때문에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붙잡을 필요도 없다. 누군가의 판단이나 생각에 동요하거나 아파할 필요도 없는 건 고정적인 견해나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건 사실 시대나 순간에 따라 바뀌는 신기루같은 것이기도 하다.

내 안에 그런 진실이 있으니 이제는 꽤나 단단해져서 모든 세상의 판단에 고맙다. 날 그렇게 만들어줬으니.


난 여전히 누군가의 어여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나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일 뿐이다.

오늘 문을 열고 닫을 때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예쁜이! 문좀 활짝 열어줘, 피부가 광이나네 참 예뻐.” 라고 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내 외모를 말한다기 보다는 에너지로 소통하는 느낌이었달까. 평가는 언제나 바뀐다. 그 평가에 따라서 내 모습을 바꿀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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