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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Apr 24. 2024

사랑하리

가진 것들에 감사해라.


요즘에는 본의 아니게 식단? 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8kg 정도 감량했을 때에도 내가 빼려고 뺀 게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고 식단을 좋아해서(사실 그 때 당시에 음식이라는 것 자체에 질리기도 해서 (?) 먹는 것도 귀찮아서 죽지 않으려고 식단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빠진 건데,

나는 삶의 목소리를 항상 믿는다. 자연스럽게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걸 어쩔 수 없게 하게 되는 것 같은데 항상 그런 것들은 건강한 것들이 대다수였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작업을 못 하고 허탈하고 현타가 왔을 쯤, 운동량을 줄이고 작업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삶을 바꿨는데,

운동량이 워낙 많았어서 크림빵같은 것들을 먹어도 근손실도 안 오고 체지방도 안 늘곤 했는데, 운동량을 줄이니까 몸무게는 그대로지만 체지방은 늘고 근손실이 왔던 것 같다. 사실 별 상관은 없었는데,

며칠 전 피티쌤이 나보고 단백질 좀 먹으라는 말에 충격받아서 다시 식단 아닌 식단(그냥 영양가 많은 식단 중이다.)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단백질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는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다가

지금 근육량이 갑자기 엄청 늘어버렸다. 운동을 꾸준히 해 오긴 했어서 금방 늘어버린 건지 대퇴 사두가 얼음장같이 꽝꽝 굳어버린 느낌에 다리가 엄청 무겁고 욱신거린다. 그래서 천천히 유산소도 많이 하고 무릎도 조심해가면서

운동량도 조절하고 식습관도 다시 개선해나가고 있는데, 군것질도 많이 줄이고 무엇을 먹을 때에도 맛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몸매나 살을 신경써서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영양소 좋은 음식들을

선별해서 먹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몸이 꽤나 개운하긴 하지만 갑자기 늘은 근육량에 너무 무거워서 나는 지금 린매스업 중이다. 그래서 영양소는 그대로 하되 칼로리를 더 낮추어서 먹고 있는데,

배고프다 ㅎㅎㅎㅎㅎ 나는 이런 식으로 식단을 해 왔고 강박적이지도 않아서 식단이라고 말하는 것도 좀 싫은데(왜냐하면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너 다이어트 해? 라는 식으로 묻는데 그것 자체가 편견이고 강박적인 사고,

즉 예뻐지기 위해서 멋져보이기 위해서 등과 같이 너무 외모 위주로 건강하지도 않고 억지스럽고 주입식인 방식처럼 느껴져서 다이어트나 식단이라는 말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어찌보면 건강식이다.

피티쌤이 어디가 예뻐지고 싶어요? 라고 상담할 때마다 나는 운동 잘 하고 싶어요, 건강하고 싶어요, 라고 하면 적잖게 당황하신다.

사실 예뻐지고 싶고 예쁨을 유지하고 싶은 건 여자로써 너무나 당연한 거고 나도 그런 욕구가 있지만 그것 위주의 외모지상주의 식의 습관을 고치려고 하고 있는데,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성형 많이 하신 나이가 있으신 아주머니의 부럽다는 그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내가 마음이 아픈 것 같다.

나 또한 평가를 너무 많이 받고 살면서 처음에는 그것이 너무 싫었지만 그냥 지금은 그 평가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고, 내 생각 자체를 고쳐먹으려고 노력중이다.

나 안 예뻐도 예쁘고 완벽한 사람이다. 그냥 누군가가 내 곁에 없고 누군가가 나를 예쁘다고 안 하고 나에게 매력을 못 느끼더라도 나 그냥 충분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큰 사랑과 너무 큰 관심들을 받고 살고 항상 인기 많은 삶을 누리면서(개 재수없다) 살았기 때문에 그런 관심들이 어쩌면 정말 일상생활같이 익숙했는데

이제는 그것들과 어느정도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를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욕구 또한 조금은 있었지만

나는 그냥 나 혼자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예쁜 사람이다. 사실 내일 죽으면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사실이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연민으로 변모시킨다.

여하튼 나는 지금 린매스업 중인데, 체지방이 좀 빠졌으면 좋겠다. 몸에도 예민한 나는 별 차이 안 나는 이 몸무게가 아직은 조금 무겁다.


요즘에는 내 글을 전부 다 읽고 있다는 연락이 많이 오곤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내 쓸데없게 유익한(?) 글을 끝까지 다 읽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냥 느끼는 생각은 감사하다 인 것 같다.

집단적 무의식을 걷어내면 나는 그냥 인간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은데, 사람들에게 심어져 있는 고통이라는 집단적 무의식, 즉 에고를 발견하면 아픈 건 여전하고 나의 에고와 맞닿을 때마다

아파서 피하기도 하고 마주하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마음의 소리를 꾸준히 듣고 있는 중인데, 요즘에는 변해가는 마음의 소리와 별개로 그냥 현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사랑하거나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제일 지루할 것 같은 건강한 행위들을 할 때 그 반복적인 행동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곤 하는데,

요즘에는 다시금 은둔형 외톨이처럼 혼자 탐구하고 내면을 바라보고 치유하고 담담하게 걷는 중이다. 내 중심이 잡혀야 내 주변의 중심 또한 잡히기 때문에,

내 중심이 많이 잡히기 전에는 약속을 안 잡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긴 하다.


요즘에는 작업하는 게 너무나도 재미있는데 직업 특성상 그것을 내보내고 싶어하는 욕구도 정말 크다. 어떻게 보여줄까, 어떤 기회로 내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하여 고민도 많이 하는데,

예전에 그림 작업을 안 해야지, 크게 결심했을 때, 대략 9년 전 쯤에, 글만 주구장창 쓰다가 갑자기 칼럼니스트 회장상을 받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때가 있었다. 그 때에는 하루에 몇 개씩 글이랑 칼럼을 써 가면서

그게 나의 가장 큰 행복이자 안식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간혹 출간하는 독립서적과, 지원사업을 위하여 쓰는 비문학 지문같은 딱딱한 글, 일기 이외는 글을 제대로 쓴 기억이 많이는 없는데,

요즘에는 다시금 글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걸 모아서 책으로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자신이 없다기 보다는 과연 내 글이 잘 정돈되고 지금 이렇게 모아서 쓰는 게 맞을까? 라는 의문은 아주 약간 있지만,

언제나 불나방 같은 나는 그냥 생각 없이 일단 하고 본다.

추진력 박하리이니까.


언젠가는 엄마가 밉기도 하고 아빠가 밉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그것이 자식 된 도리로써 미워하거나 용서해야 한다는 관념 보다는,

그냥 그들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었기에 자식에게 해가 되거나 상처가 되리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이

그냥 본인들이 아파서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많이 떨쳐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잡지 못하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아쉽고 너무나 아프고 너무나 아이러니하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통해서 혹은 무언가를 통해서 느끼는 행복은 얼마나 덧없으랴.


아까 버스를 타면서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만났던 오빠에게 많이 많이 “나 그냥 행복해.”라고 할 때마다 그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면서 거짓말 같다고 했다.

근데 나는 진짜로 행복했다.


예전에 나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바보같은 공연같지도 않은 완전히 실패작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태민이랑 같이 했던 공연에서 내가 막장을 부려서

그런 공연이 되었는데 나는 그 공연에서 그냥 자유롭고 너무 좋았다.

그런데 관객 중 한 분이 정말 자유로우세요? 라는 질문에 나는 정말로 자유로웄지만 그 분은 그렇게 바라보는 것 같지 않았고,

내 친구 중 한 명도 그 공연을 보면서, 정말 망쳐버린 공연이어서 나에게 “괜찮아”라며 위로를 했지만 사실 나에게 있어서 그 실패는 완전한 성공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느끼는 게 정말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진짜로 느끼는 게 정말로 진실이니까.

난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행복했고 아무 이유 없이 자유로웠다.

내가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 없이(그냥 좆까) 그냥 그랬다.


언젠간 나는 물리학이 너무 좋고 아름다워, 그걸 더 공부하고 싶어, 라고 했을 때 마음 속으로 “과연 너가?”라는 말을 들었고,

글쓰는 게 너무 좋아서 나 언젠간 칼럼니스트가 될 거야, 글을 쓸거야, 라는 생각을 헀었는데,

고등학교 선생님은 날 보고 너 참 글 못 쓴다. 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나에게 줄곧 하셨던 말이 “너 참 그림 못 그린다(왜냐하면 입시 그림이었는데 나는 누군가가 정해진 틀 안에서 하는 걸 정말 싫어하고 잘 못 한다.)”였고

그 외의 많은 부정적이고 한계있는 말들을 들어왔던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

이제는 딱히 그것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옳고 그르다는 판단 조차 안 하고 그냥 그래라 그래라 하고 넘기곤 하는데,

여하튼 스스로 가능성이 보이는 지점이 있으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이듯 나 스스로 느낀다.

아, 나 할 수 있겠다. 해냈다. 라는 미리 결과부터 느껴지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게 전부다.

그러기에 힘을 주고 “나 할 수 있어!!!! 해낼거야!!”가 아니라.

그냥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나 할 수 있는데? 라고 혼자 말하는 것만으로도 참 충분하다.

그렇기에 많은 것들을 무시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 하며 웃고 넘긴다.


여하튼 요즘에는 아주 잔잔하게 희로애락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감정을 많이 흡수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에너지를 느끼면서 살아가지만 그 덩어리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어느 정도 거리도 두고 어느정도 정돈도 하고 어느 정도 삶의 밀도를 쌓는 것 같다.


어렸을 때에는 어리다는 이유 자체로 그냥 마냥 에뻤는데,

이제는 스스로가 가꿀 수 있고 정돈시킬 수 있고

겉으로는 아름답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내면이 아름다워서 그냥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되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로 존재하든 나는 그냥 존재 자체로 예쁘고 충분하다.

완벽한 외모가 아니어도, 완벽한 몸매가 아니어도, 완벽한 학벌과 완벽한 지성과 완벽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사실 그냥 완벽하지 않아도 온전히 인간 존재로 완전하고 아름답다. 그렇기에 귀여운 나는 언제나 무엇이든 받을 가치가 충분하고 사랑받고 사랑할 가치 또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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