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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작가 Jan 30. 2023

온기 속에서 춤을 춘다.

2022.01.30

이야기들을 듣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테이블의 이야기의 일부는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모르는 이들의 감정이 내 감정인 것처럼

동요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마음을 조금 비워두면

그 공간에 찬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작은 틈 사이가 예리하게 시리다.


전에 방 안이 아무리 데워도 시린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문이 틈 사이로 열려 있더라.

아주 조금의 틈이 있어서 그 틈으로 아주 시리게 온기가 새어 나가더라.

그 이후로는 문을 이중으로 꼭 닫아두고는 한다.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신다.

부드럽게 몽글몽글 올라오며 티백 속의 찻잎은 춤을 춘다.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는 만큼 천천히 꽃을 피워냈을 때처럼. 온기 속에서 춤을 춘다.


그리고 한참을 조용히 우는 것처럼

세상에 꼭 색은 이 것 하나인 마냥 가득 색과 향을 적시고는 가라앉는다.


뜨겁게 피는 꽃은 잔잔하고 은은하게 곁에 남는다.

따뜻한 차가 식는다.

식어 내린 차는 몸을 덥히고 넓게 퍼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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