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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Aug 28. 2016

하이에나의 '미움받을 용기'


사자가 사냥을 하면 어디선가 슬금슬금 나타나는 불청객, 하이에나. 숫사자가 고개만 스윽 돌려도 깜짝 놀라 도망가기 바쁘다. 납작하게 눌린 얼굴형에 까만 돼지코, 대충 붙인 듯한 작지도 크지도 않은 눈, 슈렉보다 크고 넓은 귀. 짧은 뒷다리로 엉거주춤하게 뛰는 모습도 가관이고, 털은 왜 저렇게 지저분하게 났는지 원.. 역시 비호감 1위 동물답다.


고기 한 점 맛보기도 전에 쫓겨났는데 뭐가 그리 좋을까. “이히힉! 끽끽! 낄낄낄!” 하이에나 특유의 기분 나쁜 귀신웃음 소리를 내며 또 달려온다. 한참을 쫓고 쫓기다가 결국 배부른 사자가 자리를 뜨고 하이에나의 세상이 왔다. 사자는 이미 멀리 갔는데 먹이를 물고 재빨리 자신의 땅굴로 달려간다. 덩치 큰 사자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싫어하는데도 끈질기게 다가오던 하이에나, 그 '미움받을 용기'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초원의 약탈자’ 하이에나는 남의 고기를 뺏어 먹고 사는 동물처럼 알려져 있지만 무려 70%나 사냥으로 배를 채운다. 원래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낮에 사냥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생긴 오해다. 하이에나는 사자나 치타처럼 먹잇감을 낚아채는 멋있는 '한방'은 없지만 특유의 집념으로 승부를 본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로, 먹잇감이 지칠 때까지 쉬지 않고 쫓아가다가 떼로 덤벼들어 인정사정없이 물어뜯는다. 하이에나는 이런 지구력을 어릴 적부터 배운다. 젖먹이들도 최장 5일간 젖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하이에나는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을 정도로 체력과 지구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하이에나가 떠난 자리엔 자칼이 오고, 자칼이 떠난 자리엔 벌쳐 떼가 찾아온다. 사자가 뜯지 못한 부분은 하이에나가, 하이에나가 남긴 고기는 자칼이, 자칼이 남겨 놓은 작은 고기 부스러기는 벌쳐가 쪼아 먹는다. 입의 크기에 따라, 자연의 순리대로 찾아와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 먹는다.


살점 하나 없이 뼈만 남았다.

뼈는 초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도 하이에나는 짧은 다리로 어정쩡하게 뛰어간다. 오래보다 보니 이젠 펑퍼짐한 뒷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먹고 살기 위해 달려가는 저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다. 열심히 가서 또 구박받을텐데… 한 번도 힘든데 하이에나는 그렇게 간다.



커버 이미지 : 세렝게티 하이에나 @2015

사진 1: 세렝게티 골 코피 사자가 잡은 누우를 뺏어먹는 하이에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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