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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Aug 11. 2016

나를 반겨주는 너

탄자니아의 시그니처 드링크 ‘김 빠진 콜라'

군데군데 벗겨져 낯설기 짝이 없는 하얀 필기체 'Coca Cola'. 냉장고에서부터 굴려온건지 잔기스가 잔뜩인 유리병. 혹시 벌레는 안들어갔나 밑바닥을 유심히 본다. 탄산음료도 상하지 않나, 유통기한은 있나? 한국에서도 있었나? 주변에 콜라 마시는 현지인들도 많으니 괜찮겠지...에익, 죽진 않겠지 "꿀꺽"


허름한 첫인상에 날 혼란스럽게 했던 ‘병 콜라’를 마시면 이제 진짜 탄자니아에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Moto au baridi” (뜨거운 거 아니면 차가운 거?)라고 항상 물어보는 이 당황스러운 질문이 여전한 것도 한몫한다. “Baridi sana!” (아주 차가운 거!)라고 부탁해도 약간의 찬기운만 있는 콜라를 가져올 때가 많다. 현지인들은 보통 실온에 보관한 탄산음료를 마신다.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곳에서 냉장고에 넣어둔 콜라는 우리에겐 시원하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정말 정말 차갑다.


뚜껑을 딸 때 칙- 하고 김 빠지는 소리가 났긴 났는데, 첫 모금 이후로 탄산이 있는 듯 없는 듯 밍밍하기 짝이 없다. 누군가는 이런 김 빠진 콜라에 대해 ‘꿀꺽꿀꺽 많이 마시게 하려고 일부러 탄산을 적게 넣는대!’라고 음모론을 전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고도’. 아루샤는 해발 1400m에 있어서 기압이 낮다. 공장에서 애써 넣은 탄산은 그렇게 빨리 높이에 밀려나간다.


아직도 위생에는 조금의 의심이 남아 병 입구를 휴지로 벅벅 닦지만, 그래도 맛은 똑같으니 내일도 와서 또 마셔야겠다.


커버이미지 : 킬리만자로국제공항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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