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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Apr 30. 2024

다시 찾은 뉴질랜드

목적에 따라 행복도 다르다

뉴질랜드에서 이민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던 때가 지난 2018년.

우리 가족은 약 6년 만에 다시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2018년 당시만 하더라도 1년 안에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인생이 어디 뜻대로 되었던가.

예상치 못한 전지구적 전염병인 코로나가 찾아왔고 하늘길이 막히면서부터 우리는 미래 계획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었다.

속절없이 6년이 흘렀다.

2살이었던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는 아이는 가끔씩 뉴질랜드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도에서 뉴질랜드는 어디에 있어? 한국에서 비행기로 얼마나 걸려?"

"엄마는 마오리 사람들도 만나봤어?"

또래 친구들 앞에서도 우쭐거리며 자랑하듯 말했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났는데 너는 어디서 태어났어?


그때부터였을까 아이에게 한 번은 제대로 보여주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엄마아빠가 살았던 나라를, 네가 태어난 곳을.


코로라 이후 첫 해외여행을 다시 뉴질랜드로 향해야 하는 것이 나는 못내 아쉬웠지만

우리 가족의 시작은 기본부터, 뿌리부터가 맞다는 아이 아빠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우리는 다시 뉴질랜드행을 선택했다.

아기 때 수없이 타보던 비행기를 초등학생이 되어야 비로소 즐기기 시작했다.

몇 년 만의 해외여행이었지만 아무 설렘도 기대도 없던 나와는 달리

아이는 공항으로 향하는 길부터 매우 설레어했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차를 타고 공항까지 가는 길이 고단 할 법 한데 반짝이는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뉴질랜드 공항의 상징 마오리 인사 키아오라!

직항이긴 했지만 13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는 잠도 잘 자고 제공받은 기내식도 소풍을 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열어보듯 하나하나 흥미로워하며 맛있게 먹었다. 또한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승무원분으로 인해 아이도 즐거운 비행이 되었으리라.

뉴질랜드에 내리면 익숙한 향기가 난다. 시간이 흘러도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공항의 인사말이 우리를 반긴다. 키아오라 ~!

추억의 브라운스베이

엄마 아빠가 주말마다 자주 산책하고 휴식을 즐기던 브라운스베이를 첫 번째 코스로 방문했다.

한국과는 정반대인 계절을 가진 겨울의 뉴질랜드는 우중충하고 흐렸지만 변화 없이 그대로인 풍경 만으로도 반갑고 편안했다.

오클랜드의 에어비앤비 숙소

우리는 모든 일정을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했다. 호스트는 친절했고 장소 또한 깔끔하고 세련되서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와 함께한 일정이었기에 호텔이 아닌 뉴질랜드 키위들이 살고 있는 현지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새로운 숙소가 맘에든 아이의 인사말

아파트가 아닌 외국의 주택이 처음인 아이는 모든 게 새롭고 신이 난다.

호스트에게 우리 가족이 즐겁게 머물고 가는 것을 그림으로 남기겠다고 했다.

뒤죽박죽의 스펠링일지라도 아이의 설렘이 묻어있어 사랑스럽다.

여전히 카펫 바닥은 찝찝

뉴질랜드에 살 때 베드버그에 물려 심하게 고생했던 적이 있어 외국 어딜 가든 위생에 민감하다.

카펫 바닥이 마음 편하진 않았지만 코지한 분위기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폰손비 스트리트

오클랜드에서 살아봤다면 많은 이가 꼭 방문해 봤을 매력적인 장소 폰손비.

오클랜드 뮤지엄

아이와 함께 도메인 파크의 오클랜드 뮤지엄에 방문했다. 뉴질랜드는 어딜 가든 박물관의 규모가 크고 너무 잘되어 있어 아이가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아이가 없어도 필수 코스로 강추!

분화 화산이 신기한 아이

지리적인 위치 특성상 뉴질랜드는 지진과 화산에 대해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임신 만삭 때 경험했던 지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큰 진도는 아니었지만 당시 아파트 고층에 살고 있어 어지러움이 상당했다. 임신으로 인한 빈혈인 줄 알았는데 지진이었다니!

저녁으로 베트남음식 포장

뉴질랜드가 처음이라면 가야 할 필수코스 맛집들이 무수히 있지만 우리에게 그런 곳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옛날에 자주 시켜 먹던 장소의 그 맛이 그리웠다. 그때 그 베트남식당의 쌀국수, 그때 그 중국식당의 음식 등등. 맛이 주는 추억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뉴질랜드 맥주 투이 비어

하루의 마무리는 맥주로 하는 것이 인지상정.

모처럼 뉴질랜드 맥주로 마무리를 해본다.

돈이 없어 비싼 소주는 못 사 먹어도 맥주는 잔뜩 마시던 그때를 추억하며.




이민생활을 하던 시절 우린 매일매일 힘이 들었다.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서러움과 차별.

늘 비자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감.

외노자의 현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아시아 이방인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들.

기댈 가족 하나 없이 우리 부부가 낯선 땅에서 참 열심히도 살았었다.

그때로 돌아가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수도 있을 만큼.

외국인으로 치여 사느라 여유를 즐겨보지도 못했던 젊은 날의 우리.


하지만 여행으로 온 뉴질랜드는 참 다르다.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간지럽다.

우리는 목적에 따라 행복도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까이 있어도 놓치고 살았던 수없이 많은 아름다웠던 순간들.

이번 여행으로 두고 왔던 것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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