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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Mar 06. 2019

한국생활 6개월 차

-뉴질랜드 이민 5년의 생활을 뒤로하고 잠시 한국에 머무르기-

한국에 들어온 지 만 6개월째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초,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로 우린 한국행을 갈등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 회사에 신랑이 취업되었고 그 출근 날짜에 맞춰 우린 예정보다 급히 한국에 입국하였다.


사실 그 당시 뉴질랜드에 언제 돌아올지 기약은 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뉴질랜드에서 컸으면 하는 바람은 나와 신랑 모두 있었기에 몇 년쯤 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짐작만 있을 뿐이었다.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 건 두 가지 요인이 대표적이었다.

첫 번째 신랑의 건강상 문제.

두 번째 나의 우울증.


첫 번째 요인은 한국에 입국하여 정밀 검사를 통해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모두가 염려하고 걱정하던 부분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두 번째, 나의 우울증.

이 부분은 홀로 외국에서 출산 후 기댈 가족 없이 육아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큰 부담이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는 항상 극에 달하는데 이 부분이 늘 해소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쌓여만 갔다.

나는 늘 불안하고 외로웠고 혼자라고 생각했다. 

뉴질랜드에 5년을 살았지만 영어라는 벽은 여전히 높았고 아무리 외국인들을 만나도 공감대를 제대로 형성할 수 없었다.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맺고 싶으면서도 그 생각은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나의 심리적인 문제는 곧 신랑에게 화살처럼 향하였고 그도 나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글을 쓰며 마음속 이야기를 내뱉는 걸 좋아했는데,

그땐 그마저도 싫고 귀찮았다. 모든 게 의미 없고 재미없고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 나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가고, 깊은 이야기도 나누며 

점차 회복되어 갔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 알아주고 의지할 이가 가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한국에 막 도착했을 당시엔 바로 집을 구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한 달 반 정도를 시댁에서 생활했었는데

생각보다 할만했다.

물론 지나고 보니 괜찮았다는 거지 다시 반복하고 싶진 않다.(ㅎㅎㅎㅎㅎ)


우리는 10월 즈음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작은 평수였지만 행복했고 자유로웠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 가족만의 한국생활을 시작하게 된 시점이다.


6개월이 지난 요즘은

처음 왔을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돌보고 장을 보러 나가고, 밥을 짓고

주말이 되면 시댁에 가거나 나들이를 나간다.


한국은 최악의 미세먼지를 매일 경신하고 있어서

요즘 들어 뉴질랜드 생각이 자주 난다.

딱 6개월 만의... 그리움이다.


우린 역이민은 아니다.

그곳이 싫어서도 아니고, 떠난 것도 아니기에.

다만 나도 신랑도 쉼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린 뉴질랜드라는 낯선 땅에서 의지 할 사람 하나 없이 5년을 고군분투하였으니깐..


일단 2년을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도 우리와... 하나뿐인 손자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우리도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하기에.

그런 과정의 마무리가 잘 지어진다면 2년 안엔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모르겠다..

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

애증의 뉴질랜드.

싫은 점도 참 많고 좋은 점도 많아서 어디가 더 좋다 싫다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우리 가족에겐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외롭고 치열하게 얻어낸 '뉴질랜드의 영주권'이라는 것도

우리가 가진 달란트로, 선택권으로써 잘 이용하고 싶다.


우리의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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