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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잇 Dec 20. 2017

정체(identity), 정체(stagnation)

  기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시나요일기라는 말은요나는 늘 물음표를 달고 사는 사람이지만 가끔씩은 스스로 모순적인 말에 되물음 하곤 한다이를테면기록이나 일기라는 말에 의문을 표하지만 그 자체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같은 거랄까그런 생각이 들 때면 헤어날 수 없는 공허 속에 몸을 던지는 기분이다그래서 내가 저 심해로 몸을 날리기 전에 찾아와야하는 것이다우주 속에서 미아를 찾는 건 아주 아주 어려우니까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고나는 저 끔찍한 공허로 조금씩 떠밀리고 있다.     

 

  모순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볼까나는 난잡한 글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 휘갈긴 글을 전시해놓고 있는 것이다이 글에는 어떤 의미도패턴도심지어는 앞뒤가 맞는 문장도 전시해둘 필요가 없는 것이 목적이자 정체성이다그래서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을 나열해놓고 있는 것이다마치 의식의 흐름과도 같이우리들의 의식이라는 것은 김밥에서 시작해서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니까그런데도 이러한 글을 쓰면서 사이사이 의미를 담고진심을 담고거짓들 사이에 진실을 그럴듯하게 숨겨놓는다때론 수정이나 정정 같은 일도 한다어째서난잡함이 좋아서 시작한 일 아닌가말도 안 되는 문장들에 만족하지 않나그럴듯해 보이는 가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어째서?      


  그 모순도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나는 늘 모순을 달고 살고 있다가끔은 모순적인 나에게 환멸나기도 한다어째서 너는 그렇게 모순적인 자기 모습을 그냥 이해해주지 못 하는 거야나는 그 질문에 다시 한 번 질려버리곤 한다.     


  반복되는 패턴물음그리고 정해져있는 답결론은 나지 않는다나아가고 싶으나 나는 멈춰서있다자의인지 타의인지 그 조차도 헷갈리는 시점에 마주하고 있다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이야기들을 그냥 버려버릴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나는 쉴 새 없이 생산되는 쓰레기 더미를 껴안고 사는 중이다머뭇거려본다알지 못한다.     


꽃이 아스라해진다영원이라는 말을 베어 문다나는 더 이상 영원을 믿지 않음에도그럼에도아아 끝까지 모순덩어리













*사진을 비롯한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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