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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잇 Dec 31. 2017

다섯

띄우다

 오늘은 당신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습니다편지라는 말은 조금 우습지만그냥 말을 건넨다정도면 적절할까요그런 날 있지 않나요누군가에게 쉴 새 없이 종알대고 싶은 날나는 오늘이 그렇습니다이 말이 정말 당신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저는 던지고 있습니다.     


 누구인지어떻게 생겼는지아무것도 모르지만 행복을 빌어준다라는 말이 이해가 가시나요물론 외적인 것이 전부가 아닌 만큼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부적절할 수도 있겠네요당신이 만들고 싶었던 새로운 별칭이라던가가끔 툭 하고 내뱉는 몇 마디 정도는 당신을 알고 있다고 할 수 도 있죠어쨌든 나는 당신을 이 길고 넓은 전기들 사이에서 보고듣고부르고 있습니다그리고 때로는 진심을 다하고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울었을 때도 있고하루 종일 울지 않았을 때도 있습니다저 너머의 세상이 두려웠던 때도 있고지금을 벗어나고 싶었을 때도 있습니다이렇게 소모되어버리는 인생을 막아보기 위해 시간을 멈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어쨌거나 더 이상의 현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날들도 꽤 무수히 느꼈습니다나는 그 가운데 살아있고숨 쉬고 있으며존재하고 있습니다믿기시나요저는 때때로 믿기지 않아요.      


 무수한 시간들은 고통이라는 감각만이 존재합니다물론 희미하게 미화되기도 했습니다꽤 좋았던 날들을 기억하는 건 아마 고통을 잊기 위한 상념일까요진짜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요가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의심을 품곤 합니다그게 를 부정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방금문득 떠올랐습니다당신은 어떠십니까?      


 그렇지만그렇게라도 저는 살아가고 있습니다나를 부정하고 싶은 지금을 보내고 있습니다깊은 우울이 이미 뿌리박아 자리하고 있는 지금지금을 굳이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결국 또 모순이라는 감정이 돌아오지만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소한 지금 이 순간만은 그냥 그렇구나하고 생각을 말아버리고 있다는 것일까요그냥 그렇게 수긍이라는 감정을 가지며 오늘은 비교적 좀 더 나은 지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말을 내밀어보는 건 진짜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그런데 사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뭔가 그럴듯하고 멋있는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긴 하지만 도통 모르겠네요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이렇게 긴 문장들을 건네고 있는지그리고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의미 없이 써 내릴 수 있는 글이니까요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멋지고 예쁜 말을 해주지도 못하지만그래도 진심이라는 것을 조금 더 담아 넣어보기 위해 꾹꾹 눌러봅니다조금 슬쩍 고쳐보기도 하고요소망도 함께 동봉해봅니다소망이라는 것은 닿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잖아요바램이나소망기원이런 것들은 그냥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만 이루어져도 괜찮은 것들 같아요그러니까 꼭 닿아야만 하는 말그래서 더 허황된 말들은 빼고 보내겠습니다.     


 아무래도 전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진을 비롯한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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