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혹은 별에게
퉁퉁 부은 눈으로 쓰는 살인마 같은 글들. 감히 어떻게 행복을 바라나. 나는 그냥 당신의 존재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을게요. 그냥 존재하고만 있어주시면 안될까요. 그조차도 너무 힘든 바람인걸까요.
비보(悲報)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는다. 무수한 과거의 시간을 후회하고 탓하게만 할 뿐이다. 우리는 그래서 매번 후회라는 것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왜 인간은 시간을 돌릴 수 없는 걸까. 하다못해 미래를 알 수만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슬픔에 무너지지는 않을 텐데. 이 세계는 너무나도 잔인하다. 세상은 광활하지만, 나란 존재의 죽음이면 끝나버린다. 무겁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 영원히 감겨버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감히 내가 바라던 것들의 무게를 알아가는 중이다. 얼마나 버거운지 당신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원망스럽다. 어째서 그렇게 쉽게 던질 수 있었을까. 내가 알던 당신은 너무 여린 사람이었는데. 휘청거리는 것을 알았음에도 지금을 예견하지 못한 건 오로지 당신의 여린 마음 때문이었다.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서, 쉬이 손 놓지 못할 것을 알아서. 어쩌면 당신은 그래서 더 마지막으로 나름의 이기적인 선택을 해본 것일지도. 이왕이면 다른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되었을까. 가정이라는 건 부질없지만, 현실을 부정하기에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담아내야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변하지 않을 현실을 알고, 천천히 많은 말을 담아 보내주고 싶은데 뇌는 작동을 멈추었나봐. 너무 충격을 받으면 고장나버리는 걸까. 아니면 그 시간에 그대로 머물러있는 걸까. 시간이 자꾸만 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머물러 있다. 믿기지는 않지만, 시간은 가고 있어.
많은 순간들이 떠오르지만, 당신의 침묵과 울음과 노래가 떠오릅니다. 유난히 슬프게 울던 울음과 애써 삼켜내던 침묵과 나의 시간 속에서 많은 날들을 함께 해주었을 노래들. 그리고 이젠 저 달 보다도 멀리 가버린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은 달이 참 멀다고 했는데, 이젠 그 달보다도 멀리 가버렸네요. 어째서.
눈을 감았다. 모르겠다. 정말 당신이 없는 걸까. 나는 언제나 그 많은 나날들 사이에,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 그 언젠가에 당신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절대적인 애정의 깊이나 크기를 재단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애정과는 상관 없는 것이다. 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냥 늘 그렇게 머물러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시간을 공유한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를 살아가든지 나의 인생의 청춘에 존재했던 사람임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28살이겠지 당신은. 나는 당신의 30대가 정말 궁금했었는데, 참 설렜었는데.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도 아니고, 당신을 보낼 준비가 된 것도 아닌데 어느새 한 페이지가 가득 차버렸다. 그토록 원했던 말을 아직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난 아직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어서 더 미안해. 얼른 해주고 싶은데,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아. 그렇지만 꼭 언젠가, 웃으면서 당신을 생각하는 그 날, 달을 보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선은 이 말만이라도 보내둡니다.
고맙습니다. 저의 청춘에 존재해주셔서.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이 말을 동봉해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정말 떠나던 날 밤 겨우 보내주었던 그 말을, 다시 조금의 아쉬움이라도 덜고 당신만을 채워서.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여전히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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