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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잇 Feb 13. 2018

여섯

달에게, 혹은 별에게

퉁퉁 부은 눈으로 쓰는 살인마 같은 글들감히 어떻게 행복을 바라나나는 그냥 당신의 존재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을게요그냥 존재하고만 있어주시면 안될까요그조차도 너무 힘든 바람인걸까요.     


비보(悲報)는 언제나 갑작스럽다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는다무수한 과거의 시간을 후회하고 탓하게만 할 뿐이다우리는 그래서 매번 후회라는 것을 한다그러나 우리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없다왜 인간은 시간을 돌릴 수 없는 걸까하다못해 미래를 알 수만이라도 있다면이렇게 슬픔에 무너지지는 않을 텐데이 세계는 너무나도 잔인하다세상은 광활하지만나란 존재의 죽음이면 끝나버린다무겁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영원히 감겨버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감히 내가 바라던 것들의 무게를 알아가는 중이다얼마나 버거운지 당신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어쩌면 그래서 더 원망스럽다어째서 그렇게 쉽게 던질 수 있었을까내가 알던 당신은 너무 여린 사람이었는데휘청거리는 것을 알았음에도 지금을 예견하지 못한 건 오로지 당신의 여린 마음 때문이었다너무 따뜻한 사람이라서쉬이 손 놓지 못할 것을 알아서어쩌면 당신은 그래서 더 마지막으로 나름의 이기적인 선택을 해본 것일지도이왕이면 다른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되었을까가정이라는 건 부질없지만현실을 부정하기에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담아내야할지 모르겠다더 이상 변하지 않을 현실을 알고천천히 많은 말을 담아 보내주고 싶은데 뇌는 작동을 멈추었나봐너무 충격을 받으면 고장나버리는 걸까아니면 그 시간에 그대로 머물러있는 걸까시간이 자꾸만 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머물러 있다믿기지는 않지만시간은 가고 있어

많은 순간들이 떠오르지만당신의 침묵과 울음과 노래가 떠오릅니다유난히 슬프게 울던 울음과 애써 삼켜내던 침묵과 나의 시간 속에서 많은 날들을 함께 해주었을 노래들그리고 이젠 저 달 보다도 멀리 가버린 당신을 떠올립니다당신은 달이 참 멀다고 했는데이젠 그 달보다도 멀리 가버렸네요어째서.     


눈을 감았다모르겠다정말 당신이 없는 걸까나는 언제나 그 많은 나날들 사이에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 그 언젠가에 당신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절대적인 애정의 깊이나 크기를 재단하기엔 애매하지만그럼에도 나의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이었다그건 애정과는 상관  없는 것이다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사라지지도 않는다그냥 늘 그렇게 머물러 있다그래서 더 무서운 시간을 공유한 사람당신은 그런 사람이었다그리고 앞으로 얼마를 살아가든지 나의 인생의 청춘에 존재했던 사람임을 변하지 않을 것이다영원히, 28살이겠지 당신은나는 당신의 30대가 정말 궁금했었는데참 설렜었는데.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도 아니고당신을 보낼 준비가 된 것도 아닌데 어느새 한 페이지가 가득 차버렸다그토록 원했던 말을 아직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그런데 난 아직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아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어서 더 미안해얼른 해주고 싶은데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아그렇지만 꼭 언젠가웃으면서 당신을 생각하는 그 날달을 보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우선은 이 말만이라도 보내둡니다

고맙습니다저의 청춘에 존재해주셔서.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이 말을 동봉해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정말 떠나던 날 밤 겨우 보내주었던 그 말을, 다시 조금의 아쉬움이라도 덜고 당신만을 채워서.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여전히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진을 비롯한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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