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언저리>

by 전명숙

하늘도 금이 갈 듯 활활 탄다, 8월이.

살기 도는 광열이

비수가 된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하늘에서 쏟아져 땅 위로 파고든다.

생채기를 낸다.

봄에 심은 감나무와 어린 배나무는

목이 타올라 말라 비틀어진다.


8월의 정원엔

험상한 열기로 고난의 상처만 남는다.

물러서지 않으려 하던 그 독기가

언제부터 힘을 죽인다.

비가 그렇게 오기 시작한다.


마른 땅에 첫 물방울은

파고들지 못해 구슬이 되어 흘러간다

꾸역꾸역 지치지 않고

빗줄기가 되어 연신 땅을 두들기면

그 딱딱한 땅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들어 오란다.

어서 오란다.


죽은 듯하던 감나무가, 어린 배나무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비를 맞으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10월에 회생한 나무들이

고맙단다

색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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