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나는 글을 못쓴다. 아니, 안 쓴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늘 머릿속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라 이것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다는 또 다른 생각을 한다. 공개적으로 남기고 싶고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내가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지배하기 때문에 결국 한 자도 옮기지 못한다. 나는 내가 이렇게 잘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 속에 살고 있었는지 몰랐다.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고 그런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중이다.
다시, 내가 글을 못 쓰는 이유로 돌아가면 어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은 일기를 매일 썼었고 날마다 담임 선생님의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일기였지만, 잘 쓰고 싶었나 보다. 나름 잘 쓴다고 썼지만 선생님의 눈엔 아니었는지 글로 칭찬을 받았던 선명한 기억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점점 흥미를 잃어갔고 '나는 글을 못쓰나 봐', '글은 어려운 거야'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생이 되었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국어를 담당하셨는데 역시나 글을 잘 쓰는 1~2명과만 대회 준비를 했다. 그 당시 나는 '나도 잘 썼는데 뭐가 다른 거야', '역시 나는 글을 못 쓰나 봐', '재미없다' 등의 생각을 하며 글쓰기와 점점 멀어져갔다. 자기합리화 같겠지만, 그래서인지 책도 읽기 싫었고 국어과목이 너무 재미없고 싫었다. 어떤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다가왔고 '그냥 모르겠다'였다. 그리고 '잘' 써야 한다는 오랜 시간 동안 가져온 생각들이 나를 더 억눌렀기 때문에 오픈된 공간에 나의 생각들을 표현한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누군가에 좋은 평가만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전 세계에 70억 명이 공존하는 지금, 같은 현상에 대한 생각들이 70억 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좋은 평가만 받고 싶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잘 못 보이기를 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요즘은 그냥 한다. 뭐든 그냥 하게 되었다. 아직도 노력 중이지만, 여러 가지 합리적인 나의 이유들이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일지라도 그것이 나에 영감을 주고 나를 생동감 있게 하는 선택이라면 그냥 한다.
글쓰기가 그렇다. 나의 합리적인 이유들이라면 나는 글을 쓸 필요도 없고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나의 합리적인 이유들을 뒤로하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에 대한 오랜 생각들과 글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다.
" 글 쓰기는 결국 나의 자유로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