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3-200503
3주 전에 마지막으로 일지를 쓰고 한참을 쉬었다. 무엇을 쓰고도 싶었고, 써야 한다는 의무감도 가지고 있었지만 내 안에 뾰족한 이야기가 없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상황이었고, 순간순간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켜보자는 것이 적당한 핑계인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밝히면 내 안에 있는 어느 정도의 무기력함도 한몫했다.
하지만 더디게 자라는 식물을 지켜보듯 꾸준히 지켜봤다. 식물을 두고 관찰일기를 쓸 때, 이 식물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식물에게 나름대로의 애정과 정성을 쏟을 때에도 수분이 부족한지, 햇빛은 적당한지, 영양제는 잘 맞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식물이 무럭무럭 자랄 때에는 어느 때보다 기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시들어가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에 느끼는 무력감은 느껴본 사람이 아니면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듯이 내 작고 귀여운 자산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나무'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대나무나 콩나물 자라듯이 쑥쑥 자라지는 못하더라도 매주, 매달 조금씩 자라나길 바란다.
지난 3주를 지나오면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뉴스 보도가 조금씩 잦아드는 것을 느낌적으로 느낀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숫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일상화된 시대로 새롭게 접어든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미세먼지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험이 되었지만 이제는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이 도리어 낯선 풍경이 된 것처럼... 이와 동시에 코로나에 대한 경제 이슈도 특별히 없었다. 초기에 큰 폭으로 흔들렸던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중앙은행도 초기에 시행했던 여러 대책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보고 있는지 특별히 새로운 움직임은 없었다.
4월에 신규로 50만원을 투자하고 지켜본 결과는 미약한 상승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3월 29일 -3.99%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에 꾸준히 회복하더니 5월에는 1%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해외비과세 펀드의 손실이 개선되면서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해외비과세 펀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도를 제외하고 모두 손실을 회복하고 적절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미국이 여전히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국가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과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ETF 투자를 살펴보면 국내 ETF와 일본 인버스 ETF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국내 ETF의 투자원금이 적어서 영향력이 떨어지지만 적당히 치고받고 싸우면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향후 국내 ETF 투자금액이 늘어가면 긍정적인 쪽으로 옮겨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문제는 일본 증시인데,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 적당한 시점에 매도하고자 했는데 시점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올림픽이 취소됐고, 코로나로 인한 긴급사태를 5월까지 연장했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를 막고 있다.
5월 황금연휴가 끝나고 돌아오는 어버이날은 다시 한번 투자처를 고르는 날이다. 돌아오는 주에 적당한 시기가 온다면 일본 인버스 ETF를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분명히 말라죽을 것으로 기대했던 식물을 꾸역꾸역 살려내는 상황을 보니 괜한 기대를 걸었나 싶기도 하다. 더 괜찮은 투자 기회를 노리고 싶은데, 과연 가능한 것일까? 새롭게 찾아올 5월의 첫 주가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