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유 Oct 03. 2016

[인도여행기 5] 모순의 강 - 갠지스강

이것은 여행기라기보다, 여행지에서의 철학적 망상에 가까울 것이다.

인도를 경험하며 느꼈던 묘한 이질감이 있다. 아마 그것은 모순된 것들의 공존일 것이다. 불편하면서도 안락한, 순박하면서도 영악한, 게으르면서도 계산적인, 더럽지만 순수한, 온갖 모순적 형용사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질감이 계속된다.


인도는 이질적 모순으로 가득 찬 나라였다.


특히나 바라나시에서는 이러한 이질감이 더 크다. 그것은 아마 강가라고도 불리는 갠지스강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어머니 신이지만 시바의 아내는 아닌, 과학적으로는 비위생적이지만 동시에 종교적으로는 신성한 강가가 갠지스 강이다. 나라에서 가장 큰 모순적 존재가 큰 도시를 품고 있는데, 어떻게 도시가 이질적인 모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나도 결국 모순적 존재이다.


열심히 살면서도 게으르고, 착한 적도 나쁜 적도 있는, 때론 진실하지만 때론 매우 기만적인 게 나다.


나도 이질적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고 싶지만, 때로 매우 악하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에겐 상처도 주고받곤 하고,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기도, 호감을 받는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인도를 감싸는 이질감이 그러나 친근했던 이유는, 내가 그 이질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 안의 모순을 발견한 처음이 인도에서는 아니다. 예전에도 나의 모순됨을 왕왕 자각하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모순을 제거하고 일관적인 사람이 되려 시도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매번 실패했었던 것 같다. 그때 성공했다면 지금 모순적 이질감이 내게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내 안의 모순을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 그 이후엔 '자기혐오'가 뒤따랐던 걸로 기억한다.


일관적이고 싶은 자아가, 모순적 자기 실체를 만나니, 혐오스러울 수밖에 더 있을까?


그러나 인도에서 발견한 자기모순에 대한 대처는 달랐다. 그냥 두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일관적이지 못하는 존재가 아닐까? 이것은 내가 모순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모순적인 면을 제거하는 시도는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실패한다면, 나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모순적 존재이다.



더러우면서도 신성한 갠지스강은 그냥 모순적 존재이다. 더러우면서도 신성한 것이다. 왜 모순적이냐고 혐오해도 갠지스강은 갠지스강으로 남아 인도를 끌어안을 뿐이다.

착하면서도 악독한 나는 그냥 모순적 존재이다. 착하면서도 악독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나를 혐오해도 나는 그저 모순적 존재로 남아있을 뿐이다.



- 2016년 1월 어느 날 인도의 어딘가에서 쓰고, 2016년 어느 날 저녁 한국에서 고쳐 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여행기 4] 로망과 현실, 그리고 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