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 기자단 운영 방식 어떻게 다른가
독일 기자들에게는 출입처라는 개념이 없다. 주요 정부 기관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주로 기사를 쓰는 한국과는 좀 다르다. 언론사 소속 기자뿐 아니라 프리랜서 기자들도 많은 독일에서 언론사별로 기자석이 마련된 기자실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기자단은 있다. 구조와 운용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먼저 조직 자체가 기자들이 스스로 꾸린 조직이다. 개별 기자 회원들에게 가입비를 받아 운영하는 정식 협회로 여타 시민 사회단체의 법적 구조와 같은 형태다. 대표적인 게 독일 연방기자단(Bundespressekonferenz)이다.
베를린 연방기자단 건물에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일주일에 3번 정기적으로 연방정부 기자회견이 열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일 년에 한 번 이곳을 찾아 ‘여름 기자회견’을 연다. 연방기자단의 으리으리한 건물과 기자회견장을 보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정부 소유로 착각한다. 오해하지 말자. 최근에도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 관련 메시지를 전했던 이곳은 정부 소유가 아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연방기자단 건물로 이들이 연방정부 인사를 ‘초청’하는 방식이다.
연방기자단 회원으로 가입한 기자들은 연방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신청서와 이력서 이외에 정치 기사를 주로 쓴다는 언론사 편집국장의 확인서가 필요하다. 프리랜서 기자의 경우 실제로 발행된 관련 기사를 제출하면 된다. 매달 열리는 가입위원회 회의에서 가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회비는 월 36유로(약 5만원), 프리랜서 기자는 월 24유로(약 3만3700원)다. 현재 독일 기자 900명 이상이 등록돼 있다고 하니 한 달 회비만 얼마나 들어오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며 정부 인사를 ‘오라 가라’하는 연방 기자단이 있는가 하면 기자단 ‘전용’ 보도자료 때문에 밀실 논란에 휩싸인 법조 기자단도 있다.
법조 기자단(Justizpressekonferenz)은 연방대법원과 연방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칼스루에에 있다. 마찬가지로 기자 회원 회비로 운영된다. 현재 ARD, ZDF 등 공영방송사 및 주요 언론사 소속 및 프리랜서 기자 33명이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칼스루에에 상주하지 않아도 법조 기사를 주로 쓴다면 준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회원 모두 이름과 소속이 공개돼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법조기자단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연방헌법재판소가 판결 하루 전에 법조기자단에 먼저 결과를 전달한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헌법재판소 측은 오랫동안 법조 기사를 쓰면서 전문성과 신뢰성이 있는 기자단에 먼저 제공하는 것이라 했고, 기자단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엠바고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밀실 언론 활동’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언론평의회도 “특정 기자들에게 시간적으로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기자단 밖에 있는 기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특정 기자단에 정보를 미리 주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독일에서는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제대로(?) 일하는 것만 증명한다면 연방기자단 가입도, 보도자료를 받는 일도, 기자증을 받는 일도 어렵지 않다. 특정 소수 그룹에 정보 우선권이 가는 것을 ‘특혜’라고 보는 이유다.
2020.09.12 미디어오늘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