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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Oct 24. 2016

게을러지고 싶어서

몰타의 여유로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나라, 몰타.

그것은 우습게도 내가 이 곳에 온 이유였다.


인생에서 가장 게으른 순간을 보내겠다는 도전의식과 한껏 게을러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느릿한 문화

비단 비자 문제 뿐만 아니라, 집에서 겪는 사소한 전자제품이나 수도를 수리하는 일도 빨라야 일주일, 많게는 한 달 후에나 해결된다.

느리다고 해서 정확한 것도 아니다.

식당 또는 공공기관에서는 업무처리에 대한 실수나 지연이 빈번한데, 그에 대한 태도도 어찌나 아무렇지 않은 지 모든 것이 '빠르게', '정확하게' 해결되는 한국인들에게는 특히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마트나 쇼핑몰이 문을 닫고,

7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은 마감을 한다.


공공의 편의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문화.

이곳에서 우리가 느끼는 절대적 불편함은 상대적인 문화의 차이에 그치고 만다.



적게 벌어도 행복한 나라


몰타의 거리에서는 거지를 찾아보기 힘들며, 소매치기나 절도 등 범죄율도 타 유럽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몰티즈인에게 들은 바로는 모든 몰타시민은 대학까지 학비지원이 되며, 대학생의 경우 소정의 용돈까지 지급받는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후연금도 지급되기에 기본적인 교육과 및 생존문제는 해결되는 셈이다.


몰타의 최소 시급은 4유로 정도로 타 유럽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그에 비해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몰타인들은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낮에는 거리로 나와 커피를 마시거나 해변에서 햇빛을 즐기고, 밤에는 친구들과 펍에 가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킨다. 러닝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상한 것은 이 곳에서 한번도 늦잠을 잔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오랫동안 햇살을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나고,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한다.

저녁에도 거나하게 취하기보다는 가까운 몇몇 친구들과의 가벼운 맥주 한잔에도 즐겁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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