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만 도서관에서 잠을 자는가?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모습은 너무도 흔하게 보는 일이라 놀랄 것도 없지만 이 곳 도서관에서는 조금 피곤해서 잠을 청하려면 눈치가 보일 정도로 잠자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마나 여기서 반갑게도(?) 자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대부분 한국인과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나만 그러한 관찰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http://asianssleepinginthelibrary.tumblr.com/
본인을 유대인이라고 소개한 이 사이트 주인은 “미국 대학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아시아인들을 칭송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자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조사를 해 보니 이미 작년말에 이 사이트가 허핑턴포스트에 “시간낭비 하기 좋은 7대 사이트”로 소개 되면서 한차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요즘은 좀 잠잠해진 듯 하다.
이 사이트를 접한 아시아인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양분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해당 사이트는 소수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희화한 것으로 매우 인종차별적이며 당장 폐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흑인이 치킨을 먹는 사진이나 노래하는 사진을 모아놓은 사이트를 누군가 개설한다면 가만두겠냐는 반응이다. 특히 이들에게는 아시아인이 아닌 유대인이 이 사이트를 개설하였다는 점도 문제시 되었다. 단체 내에서 유대감 형성을 위해 스스로를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단체 밖에서 그렇게 하면 비하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저 웃자고 만든 사이트인데 오버하지 말자는 반응이다. 아시아인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는 사실은 다 인정하는 사실이고 그러다 보면 도서관에서 눈도 붙일 수 있는건데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간 주장으로는 이 사이트의 유머코드가 게으름이나 무식함과 같은 부정적 고정관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근면과 성실성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에서 찾은 것이기에 오히려 이러한 사이트의 출현이 아시아인들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대인이 아닌 아시아인이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면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선의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의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가 없고 진정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정 인종을 칭송하기 위한 방법으로서는 그닥 지혜로운 처사는 아니었다고 본다. 존재감 부각까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아시아인들은 왜 처음부터 이러한 논란까지 일으키게 된 것일까? 쓸데없는 고민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학문의 영역에서 연구를 해봄직한 주제인 것 같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자는 사람중에 아시아인이 많은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결국 인종간 어떤 문화 내지는 가치의 차이로 귀결되겠지만 아시아인인 내가 생각해봐도 쉽사리 정확한 이유를 집어내지는 못하겠다. 잠자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가치의 차이? 도서관에 앉아있는 시간에 두는 가치의 차이? 스트레스의 탄력성 차이? 영문 독해력의 차이? 한국 공교육의 붕괴? 아니면 단지 체력적인 차이?
[2011년 9월 29일 최초 작성된 글 수정 후 재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