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 많은 일들을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그 중 제일 큰 일은 취직을 했다는 것이다.
'회사'같은 '회사'에.
스타트업 아님 프리랜서로 룰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일했던 내가 이제는 모든 것이 반듯한 정사각형 박스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30살이 되서야 '직장 생활'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었다. 직급, 출퇴근/점심 시간, 결제, 반차, 휴가 등등...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고,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곳에 이제 발을 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일 자체는 재미있고 그동안 내가 배웠던 것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꽤 유망한 분야로서, 제대로 배워두면 써먹을 곳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 상사와도 잘 맞는 것 같다. 조직이라는 곳에 나를 끼워맞춰야 한다는 것이 즐겁지는 않지만 이런 장점들이 있기에 버티어볼만 하고 다녀볼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1년동안 자유인으로 살았으니 다음 1년은 직장인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배우고 일하다 보면 다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르는 바람에 나를 태우고 다시 모험을 떠날지도 모르지.
망망대해에서 열심히 수영하던 나는 이제 레인이 나뉘어져 있는 실내 수영장에서 헤엄치게 되었다. 마음이 따르는 데로 저 멀리 나갈 수는 없지만, 언제 바뀔 수 없는 날씨와 파도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컨트롤되어 있지만, 내가 속한 레인에서만 수영할 수 있는 실내 수영장. 하지만 여기서 매일 수영하다보면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