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는 즐기고 있는 듯
지난 몇 주동안 많이 우울했다. 마음먹고 들어간 회사에서 어이없이 짤리고, 현재 머물고 있는 집에서는 1달 후면 나가야 하니. 이력서를 정성스럽게 써서 지원해도 읽어보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도 내가 이렇게 방황할 줄 몰랐다. 똑똑하다는 소리 항상 들으면서 좋은 고등학교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나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황하고 있다. 뭐 하나를 제대로 판 것도 아니고,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본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바람에 내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프리랜서로 살아 퇴직금이나 실업 급여도 받지 못한다.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지?
하지만 이제는 초월을 한건가 포기를 한건가 마음이 전처럼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밥벌이는 하겠지. 오히려 내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아예 해변가로 가서 1달동안 캠핑하면서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1달 후에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어디에 정착을 하고 변화보다는 안정감이 큰 인생을 산다면 오히려 이 시기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사실 내가 하는 후회가 있다면, 왜 더 세계를 싸돌아다니지 않았을까 (코로나가 올 줄 누가 알았어???), 왜 더 과감하게 놀지 않았을까이다. 왜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 (이제 공부는 지겨워), 왜 더 열심히 돈을 벌지 않았을까 (조금 아쉽기는 하다)라는 후회보다 말이다.
어자피 인생이던, 음악이던, 단조롭고 변화가 없으면 더 지루해지지 않는가? 높낮이가 있으니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신세 한탄은 그만하고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