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PARK Dec 31. 2022

런던에서 쓰는 2022년 회고

내년은... 어떻게 하지??

영국의 겨울 날씨는 생각보다도 더 우울했다. 4시 전에 해가 지고 맨날 비가 오는 나라라니! 하지만 날씨가 좋아도 어자피 엉덩이가 아파서 집에 있다 ㅠㅠ 그러니 소파에 누워 설렁설렁 회고나 적어본다.


2022년 일어난 일들  

1. 생애 첫 수술 - 자궁 및 자궁 근종 제거

피 한방울만 봐도 벌벌 떠는 겁쟁이인 나.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하루하루 공포에 떤 기억이 난다. 얼마나 불안이 심했는지 수술 직전에 열이 났다는... 몇 년동안 꾸준히 자라온 자궁 근종, 그리고 어자피 기능을 하지 않는 '자궁'을 제거했다. 10년 전부터 진료 받아왔던 의사 선생님에게 수술 받아서 마음이 그나마 편했다. 2박 3일 입원, 회복기간은 약 2주. 하지만 체력이 돌아오는데는 3달 넘게 걸렸다. 그나마 '간단한' 수술이지만, 전신마취 수술은 만만치 않았다. 


사실 진통제 부작용으로 극심한 변비에 걸려서 응급실에 가서 관장한 것이 수술보다 더 힘들었다... 다행히 그 이후에는 회복도 잘 했고, 복강경 수술이어서 몸에 수술 자국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대의학 만세!) 그렇지만 앞으로 건강히 살아서 다시는 수술같은 거 안 받고 싶다.


2. 암벽등반 

수술에서 회복하자마자 열심히 암벽등반 다녔다. 강화도, 서울, 강원도, 전라도 등 온갖 산들을 매 주말 싸돌아다녔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북한산 인수봉, 설악산 울산바위도 다녀와 소원 성취했다. 하지만 내 리드 실력은 거의 제자리인 것이 문제... 아직도 바위에 올라가면 무섭다. 근데 어찌하다보면 올라가진다. 아무래도 겁이 많은 성격인데 이런 운동을 한다는 것이 기적?일따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덜 무서운 건가. 


3. 수영 - 접영까지 완료

집 주변에 새로운 수영장이 개장하여, 오랜만에 수영 강습을 받았다. 첫달부터 꾸준히 가서, 드디어 접영 웨이브까지 해냈다! 물고기가 된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자유형해서 쉬지 않고 lap 도는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영 선생님이 '한 장의 A4용지는 잘 찢어지지만, 몇 백장을 겹치면 잘 찢어지지 않는다'라면서 연습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꾸준히 해서 수영 실력을 늘리고 싶다. 2023년에는 다이빙을 배우는 것이 목표.


4. 회사 나감

목표했던 2년을 채우고 회사를 나갔다. 사실 더 빨리 나갔어야 했는데.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사람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마침 경쟁 업계에서 이직 제안이 와서 오퍼까지 받아둔 상태였지만... 거절하고 결국 영국으로. 


5. 런던으로 옴

막판까지 갈까말까 하다가 결국 왔다. 10년 전에 관광객으로 왔던 거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온나라 사람들 및 인종들이 모여있어 뉴욕같기도 하고, 건물들을 보면 보스턴같기도 하고. 옛날 미국있을 때 생각 많이 났다. 하지만 친구도 없고, 집도 없고, 일도 없는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2023년... 어떻게 될 것인가

1. 내 집은 어디가 될 것인가?

워홀비자로 여기에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고, 여기를 떠난다고 해도 한국에 바로 돌아가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내년의 내 집은 어디가 될 것인가. 


2.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그동안 다양한 일을 해보았지만 하나도 뭔가 꽂혀본적이 없다. 그냥 돈 벌어야 하니까 한거지, 내 마음은 항상 꽃밭에 가 있었다. 하지만 이왕 일을 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진심으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기업 문화가 바뀌면 좀 달라질까?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고 우선은 하던 일로 구직을 할 예정이지만... 모르겠다.


3. 이제는 누구를 사귈 때가 된 것인가?

전 남친과 헤어진지는 2년이 넘어가는데, 그동안 싱글로 꽤 충만하게 살았었다. 데이트고 연애도 다 귀찮고 그냥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고 취미 활동한다고 누구를 만날 시간도 없었다. 


오자마자 바람둥이 스타일의 스페인 남자에게 넘어간 나를 보았다. 그 뻔한 수작에 넘어가다니... 나도 즐겼다만 뭔가 억울하네. 그동안 많이 외로웠나 보다. 정처없는 떠돌이 신세라 누구와 진지하게 관계를 가질 상황일지는 모르겠지만, 파트너로 삼을만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2023년. 방황의 피크를 찍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리라, 이제는 이 불확실성을 즐기는 것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내가 이렇게 방황할 줄 몰랐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