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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Mar 15. 2023

런던일기3_도대체 원하는게 뭐야

영국에 온지도 3달이 되었다. 하지만 비자 기간은 이미 끝나가고 있고, 이후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대충 생각해야 할 때이다. 


이 곳에서 이루고자 한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몇 년동안 묶여있었던 돈을 찾는 것 - 미국에 있을 때 열었던 계좌가 출국 후 정지되었는데, 지사가 없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영국에서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어자피 일도 그만두었으니 우선은 왔다. 거액의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는데,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두번째는 비자 스폰서 받고 현지취업하는 것. 하지만 스폰서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번 해보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테크 산업 및 영국 경제 상황이 둘 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리쿠르터들에게 연락도 계속 오고 인터뷰도 몇 번 봤었는데, 비자가 걸림돌이었다. 


그렇지만 굳이 비자 스폰서를 받으면서 여기에 남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비자 스폰서를 받으면 고용주에게 내 자유를 빼앗길 것 같은 그런 느낌. 이 땅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권리가 모두 고용주에게 묶여있다니. 현지인과 결혼을 하지 않는 이상, 영주권을 받으려면 적어도 5년은 이 불안정한 상황에 있어야 하는데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국에 돌아가면 되지 않나? 짐 정리하고 건강검진 받으러 방문해야 하겠지만, 한동안 거주를 목적으로 돌아가고 싶지않다. 나이가 들수록 여행이 귀찮아지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다. 




그러면 답은 무엇인가? 다시 방랑하는 것이다. 여권 파워 Top 10에 드는 한국 국적을 써먹을 시간이다. 100% 원격근무로 계약직 (Contractor)로 일하는 조건으로, 풀타임 근무자의 장점을 희생하고 대신 사는 곳은 내가 선택하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2-3년은 다시 떠돌아다닐 각오를 했었고, 이번에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살아보면서 더 넓은 세계를 보고싶다.


이미 파트타임 잡은 100% 원격근무로,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고 있다.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만, 최대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널널한 시간을 선택했다. 


하지만 근무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내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 아니면 지루하다. 돈을 얼마나 많이 주던, 복지가 좋던, 비자 스폰서를 해주던, 기업 네임 밸류가 좋던 다 소용없다. 내 에너지와 시간이 무엇을 위해서 쓰여지는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직 소수의 이윤창출을 위해서, 노동자로 열심히 일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인생이 계획한 것처럼 잘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생각도 막연하지 구체적인 생각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세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일을 하던지, 제일 중요한 것은 일의 본질일 것이다.


나는 어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일하는가?

내가 하는 일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계속해서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인지를 묻고 있다. 아주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이미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나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보면 조급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난 느린 달팽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나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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