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고사장의 A! 인공지능 이야기
MIT의 노동경제학과 데이비드 오토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유망한 직업은 ‘로봇 훈련사’라고 예측했다. 사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을 '덕업 일치'라고 표현하며 성공한 인생으로 이야기한다. MIT 교수가 말한 것처럼 로봇 훈련사라는 직업이 정말로 생길지, 그래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준비된 능숙한 게이머들의 채용시장이 활짝 열릴지 아직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전 (2019/08/14) 오직 사람의 힘으로 AI를 학습시키는 인도의 Engineer.ai사가 우리에게도 친숙한 소프트뱅크를 통해서 한화 360억 원을 투자받았다. 믿을 수 없을지 몰라도 세상은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알고리즘과 같이 프로그래머의 뛰어난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 작성된 자동화된 명령으로 동작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끊임없이 학습/훈련시켜 성장/발전하게 된다.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인공지능 알파고는 프로바둑기사의 대국 기보 3,000만 건을 학습했으며, 이는 약 1,000년 동안 바둑을 공부한 것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후 개발된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기보없이 스스로 바둑을 두어 학습함으로, 이전에 이세돌을 이겼던 알파고 Lee를 넘어선다.
여기서 이세돌을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는 알고리즘을 작성한 프로그래머는 없다. 그렇다. 인공지능에서의 사람은 역할은 프로그램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닌 전략을 가지고 인공지능의 훈련을 시키는 존재이다.
- 알파고가 예측할 수 없었던 0.007%의 확률 적 묘수를 선보인 이세돌 9단.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바둑은 안전하다. 프로기사와 알파고가 대국 중에 기분은 상할지언정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라면 어떨까? 실제로 자율주행차의 인명 사상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NTSB(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3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우버는 자율주행 테스트 중에 인명사고를 야기했다. 충돌 6초 전에 알 수 없는 물체를 인지했고, 이후 이를 자동차로 판단하였고 다시 자전거로 자신의 판단을 수정했다. 충돌 1.3초 전 볼보 차량에 장착된 충격 방지 시스템은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자 했지만 모든 제어권을 인공지능에 위임한 상태였기에 해당 명령은 무시되었다. 결국 이 사고로 한 명의 보행자가 사망하고 말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할 텐데,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이 모르모트가 된다면 그 처럼 불행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테스트를 위한 안전한 환경의 필요성이 더욱더 대두되기 시작했다.
- 자율 주행차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우버가 인명사고를 내고 말았다.
시뮬레이션은 일반인에게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전략을 짜고 게임 캐릭터를 자신의 전략대로 움직이게 하여 승부를 겨루는 하나의 게임 장르이다. 그 외 니드 포 스피드 등의 자동차 레이싱 게임과 비행기를 실제 느낌으로 조종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같은 장르의 타이틀이다.
요즘 3D 기술의 발달로 게임 내 환경이 현실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바로 이 포인트가 인공지능과 게임의 접점이다. 실제로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구글 웨이모(Waymo)의 경우 전체 훈련의 80%는 시뮬레이터 내에서 훈련하며 나머지 20%의 훈련만이 현실의 실제 도로에서 수행된다고 한다.
- Toyota 가 개발한 Carla Simulator: 신호 체계 하에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한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의 훈련을 시뮬레이터 내에서 수행하는 것이 단지 효율성의 문제, 안전한 훈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교통사고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보 운전자는 첫 번째 사고 직후 굉장한 충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고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몇 번 사고를 경험했던 숙련 운전자의 경우 능숙하게 보험처리를 하고 사고 현장을 정리할 것이다. 사실 경험해보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지 않는 대형사고를 사전에 훈련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뉴욕에서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가 911과 같은 테러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만약 이때도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불법 유턴을 하지 않고 꽉 막힌 도로에서 멈춰 서있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목적지를 과감하게 취소하고 비상상황임을 감지하여 현장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가는 것이 맞을까? 결국에 자율주행 인공지능은 다양한 재난 상황에 대해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며,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판단할지를 사전에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이것이 자율주행 Level 5 기술이며 Level 4가 갖지 못하는 예외 없는 상황에서의 자율주행을 뜻한다. 이러한 특수한 재난 상황을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결국 특수상황 훈련을 위한 가상의 환경이 필요하며, 이것이 자율주행에서 시뮬레이터 내 훈련이 중요한 필수 불가결한 이유이다.
- AISIM의 BePilot Simulator: 다양한 예외 상황에서의 인공지능 훈련 환경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의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개발 플랫폼인 Unity는 ML-Kit이라는 인공지능 툴킷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AirSim과 제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시뮬레이터 내 테스트 환경과 가상 센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고사양의 게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Unreal 엔진의 경우 일본의 대형 자동차 메이커인 Toyota가 Carla라는 자율주행 시뮬레이팅 환경을 언리얼을 통해 제공하기 시작함으로 자율주행 가상훈련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결국 게임 개발 플랫폼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Unity와 Unreal이 인공지능 훈련 환경을 지원하게 됨으로 인해서 게임 개발사들은 강제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소환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게임 시장은 대형 사행성 게임이 주도하여 많은 중소형 게임 개발사들이 최소한의 매출 확보에 실패해 자신의 꿈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면, 지금과 같은 시장의 변화는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고려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 게임 개발 플랫폼으로 알려진 Unity가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훈련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게임 개발자도 아닌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십수 년 전 프로게이머가 등장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고, 이제는 게임 유튜버가 억대 연봉의 신화를 쓰며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게임 스트리머 대도서관으로 설명되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부모님들이 뒷목을 잡기 충분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며 캐릭터를 조종하는 상황이 인공지능의 효과적인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에이전트를 조종하는 상황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의 최초 학습을 아무 곳에나 바둑돌을 두게 함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경우에 일반적인 주행 시나리오 데이터를 충분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기에 사람이 직접 에이전트를 조종하는 훈련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 게이머는 이제 인공지능 훈련가 혹은 인공지능 데이터 생산자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 홍진호도 부러워하는 프로게이머계의 지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
요즘 게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게임 그리고 관련 기술이 미래의 먹거리인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기술과 경제적인 효용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결론은 응용 기술의 발전에 수학, 과학 등 기초과학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듯, 게임기술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의 강력한 촉매제(Catalyst)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장 먼저 기술이 움직이고, 그리고 돈이 움직였으며, 이제 시장이 움직일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