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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박씨 Dec 13. 2019

한국의 콘솔 시장 공략. 개발자들에게는 호기?

게임 개발자 이야기_3편

    펄어비스에서 출시한 '검은 사막'의 콘솔 번전이 북미 유럽 시장에서 꽤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게임의 콘솔화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이다.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베틀 그라운드'와 '검은 사막'의 가능성은 한국 게임도 세계 시장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한국의 콘솔 시장을 향한 도전장은 개인 개발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을까? 여러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한국 PC 시장의 몰락

    지난 1편에서 이미 한국 게임 시장은 플랫폼을 다변화해야 하는다는 말을 했었다. 이미 몇몇 대기업들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듯 하다. 한국 내에서도 몇몇 대형 게임 개발사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콘솔 시장 진출은 PC 게임 기반의 한국 게임의 몰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바일로 내몰린 개발자들에게 콘솔 시장의 일단은 큰 기대감을 줄 듯하다. 

    '우리도 콜옵, 언차티드 같은 게임 만들 기회가 생기는 걸까?'

    하지만 한국의 콘솔 시장 진출은 사실 한국 게임의 모바일화와 그 방식을 같이 한다. PC게임으로 성공한 IP(지적재산권)를 소유한 기업들은 본인들의 PC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했고 크게 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개발자들의 개발 환경은 여러 측면에서 더욱 후퇴되었지만, 기업의 수입 측면에선 회생에 성공한 것이다. 콘솔 시장을 향한 움직임은 일단은 이 기억을 기반한다. 

     PC 게임의 성공을 콘솔로 이식. 


베틀 그라운드와 검은 사막의 성공

최근 GStar에서 공개한 펄어비스의 신작 라인업은 개발사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몇몇 게임의 엄청난 성공에 기반한다. 베틀 그라운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이다. 베틀로얄형 게임 장르의 개척자인 이 게임은 PC에서의 성공을 콘솔과 모바일로도 이식했다. 물론 다른 후발주자들의 약진으로 현재까지 그 폭발력이 이어지고 있진 않지만, 초기의 폭발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여기서 잠깐,가장 강력한 후발주자인 에픽의 '포트나이트'의 이식 방향을 살펴보자. 그들의 이식 방식은 게임 플레이의 틀을 미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비주얼과 게임성으로 재 구현했다. 베틀 그라운드의 초기 성공 이후에는 꾸준히 베틀로얄 게임의 왕좌를 지켜나가고 있다. 

에픽의 자사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포트나이트

    주목할 부분은 에픽의 이후의 행보이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지만, 에픽은 포트나이트의 성공을 통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게임 마켓 플랫폼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밸브'가 소유한 게임 마켓 플랫폼 '스팀'의 수년간 계속된 독점적 구조에 지금도 계속해서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물론 단점도 존재하지만, 개인 개발자들과 소규모 개발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에픽의 또 다른 강점은 무료 게임 개발 엔진'언리얼 엔진'을 통해 개발단계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픽의 공략점은 언리얼 엔진을 통한 개발 시작점과 게임 마켓 플랫폼을 통한 끝 점. 게임 개발의 알파와 오메가인 셈이다. 

    검은 사막도 비슷한 모양새이자만 베틀 그라운드와는 조금 그 모습을 달리한다. 베틀 그라운드가 서든데스 등의 한국형 FPS 게임의 경험을 배틀로얄과 TPS 게임으로 적용시켜 성공했다면, 검은 사막은 한국 PC 게임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MMORPG 장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계시장을 공략했다.  최근 발표한 펄어비스의 새 게임 라인업을 콘솔 게임들로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의 콘솔 시장 진출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펄어비스의 행보는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발자들에게 악명 높은 회사라고 하니 기업의 성공이 개발자에게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히 고민해 봐야할 부분인 듯하다. 


게임 스트리밍의 가능성

    위에 거론한 2개의 타이틀만으로 시장이라고 부를만한 산업구조가 형성되기는 어렵다.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중소형 게임사들이 뛰어들만한 풀이 필요하다. 전편에서 거론했던 플랫폼이 그것이다. 

멀티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스테디아의 홍보 이미지

    게임과 거리가 멀던 구글의 '스테디아'라고하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마이크로 소프트와 소니에게 도전장을 냈다. 최초 프레젠테이션은 센세이셔널했다. 최고 퀄리티를 자랑하는 AAA 게임이 다운로드 없이 4K로 작동하는 것은 엄청났고, 그와 더불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나 가능하던 일이 게임도 곧 가능해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물론 게임 스트리밍이 처음 있는 시도는 아니다. 소니도 마이크로소프트도 크라우딩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었으나 아직 확실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구글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신뢰가 큰 주목을 이끌었다. 물론 막상 뚜껑을 열고 나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5G 네트워크 서비스가 충분히 보급되고 있지 않고, 경쟁사들에 비해 빈약한 콘텐츠가 그 이유인 듯 보인다. 

    한국의 콘솔 개발은 여기에 기인한다. '빈약한 콘텐츠'

    스테디아의 홍보 전면에 등장하는 콘텐츠는 모두 AAA 콘솔 타이틀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추가해 나갈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킬러 타이틀들로 라이브러리 전체를 채울 순 없다. 구석구석을 채워줄 수많은 크고 작은 타이틀들이 필요하다. 한국의 게임사들이 바라보는 틈새시장이 이 곳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과포화된 PC, 모바일 시장에서 더 이상 설자리를 잃은 중소회사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찾고 있었는데 스테디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물론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게임 시장의 주류로 정착할 수 있냐 없냐가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이 열쇠는 구글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콘솔 플랫폼 개발사들이 쥐고 있다. 


한국 개발자들에겐 어떤 의미인가.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다변화는 분명 큰 의미를 지니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한국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도, 다변화도 자체 플랫폼 사업을 통한 자체 시장 확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게임은 계속 콘텐츠에만 머물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이전에는 초반부의 질문처럼 콜옵이나 언차티드와 같은 장르 게임을 만들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장르 게임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 플렛폼 위에서 끝없는 경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지속적인 개발/투자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근육을 키울 운동장없이 바로 올림픽에 나가서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소니의 독점작. 소니가 추구하는 장르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게임이다.

    소니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소니는 이 부분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유한 자체 개발사들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개발에 투자한다. 그리고 확장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IP 개발에 많은 역량을 집중 시킨다. 마이너한 장르들도 여전히 가능하다는 예를 자금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제시하면서 중소 개발사의 개발 의지를 독려한다. 여전히 돈되는 멀티플레이 장르보단 스토리 기반의 싱글 플레이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한 예이다. 

    위에서 거론 한 에픽의 예나, 스테디아를 개발한 구글, 전통 강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은 끊임없는 확정성을 갖는 생태계를 서로 간의 경쟁을 통해 수십 년 간 구축해왔고 여전히 진화하며 확장성을 넓혀가고 있다. 중소 개발자들에게는 경쟁할 무대를 제공하고 그 수입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중요한 동업자인 셈이다. 

    수년전 모바일이 등장하고 콘솔 시장의 위축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었다. 그런데 그 간의 수익성을 보면 오히려 성장한 모습이다. 한국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생존이 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기업적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위기는 언제나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고대 화석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거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길을 여는 계기가 되거나.  

대형 게임사들의 성공이 한 회사의 성공을 넘어 시장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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