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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박씨 Nov 11. 2019

실리콘밸리가 한국 게임 시장에 주는 교훈

게임 개발자 이야기 _2편

    IT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산호제 등 넓게는 베이 지역을 일컫는 성장한 IT기업들이 포진한 미서부지역을 말한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의 본사가 있고 과거 E-bay, Yahoo 등의 인터넷 기업들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게임 쪽으로 보아도 소니 아메리카의 본사와 EA 본사도 소재해 있다. 그로 인해 다수의 중소형 게임 회사, 특히 모바일 기반 게임 회사들을 다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예로 아이폰을 사면 기초 설정된 장소 정보가 Cupertino, CA라고 뜨는데 산호세 지역의 애플 본사가 위치한 장소이다. 이렇게 화려한 이름들로 가득한 실리콘밸리는 과연 개발자의 천국일까?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플랫폼의 변화를 선점하는 자, 세상을 얻는다.

 _ 첫 직장을 바탕으로

소셜 게임의 한 시대를 책임진 페이스북 게임

    학교를 졸업하고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회사는 Lolapps라고 하는 페이스북 게임 개발사였다. 페이스북 게임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플랫폼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당시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 중의 하나가 페이스북 게임이었고, 그런 지지를 얻어 페이스북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편에서 언급했던 Zynga라는 회사가 가장 큰 수혜를 받았는데, Farmville, Cityville이라는 두 개의 게임으로 EA를 능가하는 현금 유동성을 구축했으니 짧았으니 크게 성장했던 플랫폼이었다. 


성공 신화는 가까운 곳에 있다. 

    첫 직장인 Lolapps를 만든 4명의 개발자들은 'Arjun Sethi'라는 친구의 차고에서 소셜 게임의 개발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만든 'Revenwood fair'라는 페이스북 게임이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두자, 6 waves라는 홍콩 소재의 퍼블리셔가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배경을 힘입고 팀 규모를 확장, 2개의 차기작을 제작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게 된다. 예상하기로 이 과정에서 창업한 4명의 개발자는 꽤 많은 이익을 거뒀을 거라 예상된다. 

    그러나 차기작이 발표될 시기 즈음해 이미 페이스북 게임 시장도 포화되어 경쟁이 심한 상황이 되었다. 그 사이에서 살아남아 수익을 내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한 6 waves는 lolapps를 폐쇄하기로 결정한다. 이 시기가 내가 1년 정도 일했던 시기였으니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의 첫 커리어는 비극으로 끝나는 듯했다. 

Zynga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다.

    다행히도 나는 Zynga에 입사해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계속해서 lolapps 창업자들로부터 새 팀을 만들 것이고 같이 할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 후 그들은 다시 새 팀을 꾸려 'Messageme'라는 모바일 기반 메신저 앱을 개발했다. 몇 년이 채 안되어 미국 메신저 앱 순위 유저 수 5위권까지 올리는 성과를 거둔다.  2년 여쯤 지났을 때, 그들이 'Yahoo'를 통해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yahoo가 메신저 서비스를 확장하고자 해서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찾던 중 낙점된 것이다. Linkedin을 통해 Sethi의 프로파일을 보니 Yahoo의 Senior Director라는 포지션이 달려있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한번 터트리기도 어려운 잭팟을 연속해서 두 번을 터트린 것이다. 이후 이 친구는 퇴사해서 여기저기 스타트업 회사의 Board member(이사)로 있다가 투자자로 변신했다.  이 당시 실리콘 밸리에는 이러한 류의 잭팟의 경우들이 종종 들려왔다. 2년 차 엔지니어가 회사가 팔린 후에 두 자릿수 밀리언을 보너스로 받았다느니, 20대의 나이에 백만장자가 됐다느니. 얼마의 커리어를 거치지 않았던 나에게도 이렇게 피부로 다가왔으니 그 당시 이미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에게는 큰 유혹이었을 것이다. 


기업 종속적이지 않은 개발자

    이런 사회의 분위기는 개발자들이 기업 밖에서도 가능성을 찾게 만든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장르는 마치 벤처 붐으로 인해 수많은 소규모 IT회사가 생겨나고 없어지길 반복했던 것처럼 창업 붐을 이끌었다. 회사에서 주는 임금의 규모도 꽤 높은 수준이었지만, 인생 역전의 사례들을 회사 안팎에서 볼 수 있는 환경에서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바일 게임이나 앱 개발의 장점이 소규모 자본과 인력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업을 등에 업지 않아도 개발이 가능하다. 마치 개인 사업과 같이 본인의 입맛대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대형 IT 기업이 깔아놓은 판과 판을 채울 퍼즐이 될 소형 스타트업들 사이의 모종의 공생이 계속되었고, 지금의 실리콘 밸리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페이스북 게임을 시작하여 모바일 게임으로 확장된 미국의 소셜 게임 시장은 그런 대기업들의 플랫폼의 변화와 길을 같이 한다. 페이스북 게임이 소셜 네트워킹의 기반 위에서 성공 가능성을 실험했다면, 모바일 게임은 애플을 통한 모바일 폰으로의 확장으로 성공의 정점을 이룬다. 지금은 이 시장이 세계적인 시장이 되었지만, 그 시작점은 실리콘 밸리의 생태계 안에서의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실험들이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성공의 두 가지 얼굴

영화 '빅쇼트'는 실리콘벨리의 그 당시의 상황을 그린 영화이다.

    첫회사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개발자가 겪을 수 있는 양면을 보여줬다. 첫 번째는 개발자가 성공을 거듭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는 경우와 두 번째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다. 실리콘밸리의 몇몇의 성공 케이스 뒷면에는 수많은 실패의 경우를 볼 수 있다. 혹자는 우리가 듣는 성공의 사례는 아마도 전체의 1% 정도에게 한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현지에서의 경험으로는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해 수없는 개발자들이 창업과 폐업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가 2010년 즈음이었으니 2009년의 산호세 중심의 모기지 시장 붕괴로 시작된 미국 경제의 위기는 실패한 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몇몇의 성공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플랫폼으로 수많은 개발자들이 몰려들고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순간 수많은 회사들이 종적을 감췄다.


플랫폼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플랫폼 관련 서적은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위에서 바라본 실리콘 밸리에서의 과거처럼 현재도 실리콘 밸리의 대기업들은 플랫폼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으로만 그 범위를 축소해서 보아도, VR, AR, 게임 스트리밍 등으로 계속된 시도가 이어진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라는 VR 헤드셋 개발사 인수는 페이스북이 VR 헤드셋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의미가 아닌 VR이 미래의 게임 플랫폼으로 보고 가장 앞선 개발사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이후 Sony가 Playstation 하드웨어와의 연동을 기반으로 PS 헤드셋을 내어놓았고, 현재도 그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의 개발이 VR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 

    게임 스트리밍은 어떨까? 게임 업계의 가장 최근의 지각변동은 단연 게임 스트리밍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구글이 'Stadia'라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내놓자, 오랜 게임 업계의 라이벌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Cloud 분야에서 손을 잡는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구글의 게임계의 넷플릭스를 내놓겠다는 야심 찬 도전은 콘솔업계에도 게임 플랫폼 경쟁을 가져왔다. 이 것이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차후 출시가 예정된  'PS5'나 'Xbox Scarlett'에서 그들의 대응 방향을 점쳐볼 수 있을 듯하다. 

    이 것은 개발자 입장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까? 플랫폼 경쟁은 결국 더 많은 콘텐츠의 필요를 낳을 것이고, 그 콘텐츠 개발을 위한 중소형 개발사들과의 협업 또는 상생이 일어날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문제점들도 보인다. 수익 위주의 경쟁이 자칫 수익을 위한 콘텐츠 개발로 게임 콘텐츠 본연의 의미가 퇴색시킬 수 있다. '홍수 중 먹을 물이 없다'라고 콘텐츠는 넘쳐나나 과거와 같은 명작 반열의 게임 개발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 또는 모바일 게임 시장처럼 Free to Play 게임 혹은 라이브 게임류의 증가로 출시 때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일부를 공개하고 상황을 보고 이후 개발을 이어가는 등으로 개발비용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시장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여전히 실리콘 밸리가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생의 DNA는 분명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가끔 기사를 통해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만든다는 등의 기사를 접한다. 그런 기사에는 정부의 수조 원 지원 등의 야심 찬 숫자들이 보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PC 게임의 성장에는 이런 생태계가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한국 Kpop의 성장이 한국 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생태계 안에서의 여러 실험들이 기반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어떨까. 한국의 게임 시장은 상당한 수준 외국 플랫폼들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만약 한국 게임을 중국에 출시하기 원하면, 중국의 메이저 게임 플랫폼 출시를 위해 수많은 자금을 투입한다. '텐센트'는 '위쳇'이라는 자사가 개발하여 보급 중인 메신저 앱을 통해 자사 게임 또는 자사를 통해 배급되는 게임을 보급한다. '넷이즈'도 역시 본인들의 모바일 폰 기반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내 수많은 플랫폼들이 존재하고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은 이 플랫폼들 위에서 이루어진다. 

    미국 시장 혹은 세계 시장에 게임을 출시할 때는 어떠할까. 애플의  IOS 기반의 게임 플랫폼, 혹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의 플랫폼 위에서 비로소 상품화가 가능해진다. 세계 4위 규모라고 하는 한국 게임 시장은 콘텐츠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스타트업도, 개인 개발자도 거기에 외국 회사들까지.. 이제는 모두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는 하나의 링에 올라가서 싸우고 있다. 어떻게 한국 게임 업계는 이 위기를 넘기고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Zynga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 가운데 선 기업화된 게임 개발사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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