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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박씨 Dec 14. 2019

스테디아, 개발자의 눈으로 들여다보기

전지적 게임 개발자 시점 _4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주자

    넷플릭스의 성공은 영화 스트리밍 산업의 문을 활짝 열었고, 디즈니 플러스 등의 여러 후발 주자들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돌입한 듯하다. 바야흐로 DVD, 블루레이로 이어져 온 가정용 영화 산업의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콘텐츠 개발자들도 분주해졌다. 경쟁이 가열되고 플랫폼이 상업적으로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양질의 콘테츠 확보가 성패의 관건이 되었다. 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자금력을 확보하던 과거와 달리 월정액을 통해 더욱 탄탄한 운영 자금을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되는 킹덤,스트레인지 띵스 등 여러 성공적인 콘텐츠들이 그것이라 하겠다. 

    영화 산업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몇몇 기업들은 게임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정용 영화만큼이나 두터운 유저층을 가진 게임 시장을 다음 타깃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 중심에 구글이 출시한 '스테디아'라는 클라우드 기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이 있다. 산업의 관점이나 기기 자체에 대한 수많은 리뷰들이 있지만, 개발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가능성과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스트리머의 시대, 게임 산업의 변화

게임 방송 스트리밍의 대표주자인 트위치

    산업의 관점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라보기 전에 최근 게임 시장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최근 몇 년간 게임 시장의 가장 큰 변화의 한 축은 트위치,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자리 잡은 게임 스트리머의 등장일 것이다. 과거의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는데 목적을 둔 산업이었다면 현재의 게임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게임을 보는 관객에게도 그 재미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스트리머에 대한 이야기도 차후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자본의 흐름으로 시장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스트리머가 개인을 넘어 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개발사들의 마케팅 비용의 변화이다. 과거 개발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매체는 TV, 인터넷, 옥외 광고 등이었다. 

    한 예로 모바일 게임의 한 시대를 호령하던 '크래쉬 오브 클랜'의 개발사 "슈퍼셀'은 미국 내 가장 비싼 TV 광고 스팟인 슈퍼볼(미식축구 리그) 파이널 하프 타임 광고에 모바일 게임 광고를 집어넣으면서 그 확장력을 배가했고,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한국에서는 탑 연예인들을 TV 또는 옥외 광고 주인공으로 넣으면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마케팅 비용의 움직임이 스트리머 방송으로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게임의 출시에 맞춰서 특 A급 스트리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것에 대해 리뷰하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게임을 유저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에이펙 레전드. 트위치와의 홍보 콜라보로 유명하다.

    이 것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했던 게임이 최근 출시된 '에이펙 레전드'였다. 이 게임은 출시 전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게임을 거의 노출시키지 않다가 출시와 함께 스트리머들의 스트리밍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초기의 반응을 기억해보면 이 방식이 큰 성공으로 연결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글이 왜 스테디아에 스트리밍 방송을 연동시키려고 했는지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글은 이미 보유한 유튜브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스트리밍과 게임을 연동시키고자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스테디아가 성공한다면, 게임 방송 스트리밍 산업에서 트위치와 경쟁할만한 큰 무기를 얻는 셈이다. 


Free to Play


    게임 플레이 스트리밍이 가능해질 수 있는 중심에는 Free to Play 게임들로 게임 트렌드가 변해가고 있는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접근을 보다 쉽게 하고 플레이 중 과금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자의 측면에서 월정액을 통해 게임들을 제공하기 용의 해진다. 물론 스테디아는 현재 월정액과 더불어 게임을 구매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부분이 스테디아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다. 월정액을 통해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영화 스트리밍과 달리 게임 스트리밍은 게임을 추가로 구매해야 이용이 가능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AAA 콘솔 타이틀 개발사의 경우 월정액만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수익을 배분하거나 공유하는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스테디아의 성공을 위해 구글이 콘솔 개발사들을 압박하긴 어려워보인다. 에픽이 게임 플랫폼을 성공시키기 위해 택한 방식이 이런 수익 배분에서 개발사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스테디아의 위치도 도전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에픽의 상황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Xbox 게임패스. 최근 Xbox의 행보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 부분도 차후 변화의 필요성이 예상된다. 현재 미국 기준 60불 정도로 게임 구매가 가능한다. 사실 가격을 더 올려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PS4, Xbox 스칼렛 등 더욱 진화된 하드웨어의 등장은 더 많은 개발비용을 발생시킬 것이 확실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방식의 수입 모델이 필요했고, 소니는 PSN을 통한 월정액, 마이크로소프트는 Gamepass를 통한 월정액 등의 대안들을 찾아왔다. 이런 새로운 과금 방식은 넥스트젠 하드웨어의 출시 이후에 다양한 방식으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멀티 플랫폼

멀티 플랫폼은 게임 산업 이외에도 많은 미디어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스테디아가 전면에 내세운 큰 축 중 하나는 '멀티 플랫폼'이었다. 어떠한 기기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환경을 통해 어디서든 고퀄리티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접근이다. 개인적인 모바일 게임, PC,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을 비춰서 개발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부분의 한계가 예상된다. 


게임 기기 화면의 크기는 게임 개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개발했던  '데이즈곤'을 예로 들면 '데이즈 곤' 출시 이후에 한국 커뮤니티를 통해 지적된 수많은 것들 중 하나가 자막 크기에 대한 부분이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피드백이었다. 4K TV를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UI(유저 인터페이스)를 보여주는 크기로 선택한 개발자들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만약 모바일 환경에서도 충분한 가독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굉장히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다. 기술적으로도 비주얼의 관점에서도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이 생긴다. 

    모바일 게임 개발을 예로 들면 모바일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순하지만 구분이 가능한 디자인에 있다. 작은 화면 내에 수많은 캐릭터 혹은 어셋들이 등장하는데 유저는 어려움 없이 구분이 가능해야 한다. 자막이 필요하다거나 커다란 아이콘으로 보조해줘야 가독성을 갖는다면 이미 실패한 디자인이다. 

    멀티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러한 각각의 제작 방식을 모든 기기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개발사들의 상황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것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방향성 설정에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의 기술력과 인력으로는 분명히 개발자는 여러 기기 중에서 한 가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영화 스트리밍에서 보여주는 멀티 플랫폼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휴대용 컨트롤러


    VR을 미래의 플랫폼으로 보던 시기(물론 현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장 큰 한계를 보여준 것이 여전히 큰 장비에 있었다. 스테디아도 하드웨어를 대신한 휴대용 컨트롤러를 선보였다. 물론 PS4나 Xbox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장비였지만 여전히 휴대용으로써의 한계를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탁월함을 보인 건 휴대용 게임기의 대표주자 '닌텐도'의 '스위치'라고 생각한다. 스위치는 소형 휴대용 게임기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TV 연동이 가능하고 탈부착식 컨트롤러로 두 명 이상이 동시에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미국 내의 스위치의 성공을 통해 닌텐도의 멀티 플랫폼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을 엿볼 수 있다. 


휴대용 vs 가정용
소니의 듀얼쇼크4를 아이폰에 연결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구글 개발자들의 고민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가정용 게임기를 개발하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휴대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보다 더 직간접적으로 게임을 유저의 손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가정용에 걸맞는 특화된 방식을 연구한다. 듀얼 쇼크의 바이브레이션 기능이 그 예이고, 스트롤러에 마이크나 스피커, 터치 패드 등을 도입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 시도들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닌텐도는 닌텐도다운 길을 가고,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들 다운 길을 간다. 구글은 어떠한 새로운 길로 그들의 휴대기기를 발전시킬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런 휴대용 기기에 대한 싸움은 게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아마존이 지금처럼 거대 공룡이 되기 이전에 'Fire Phone'이라는 모바일폰을 출시했었다. 아마존의 모바일폰을 통한 야욕은 Fire Phone의 실패로 사그라들었지만, 이 도전장은 단순한 모바일폰 시장 진출이 아니었다. 폰 개발과 동시에 아마존은 E-book, 음악, 모바일 게임,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전자 상거래 등 휴대용 기기의 활용력을 폭발시킬 수많은 콘텐츠 개발을 진행했다. 만약 모바일폰이 성공했다면 이 모든 것이 본인들이 개발한 폰 플랫폼 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을 테고, 지금과는 또 다른 생태계가 생겨났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다른 방식으로 이 모든 것들을 적용시켜 또 다른 성공을 이뤄내고 있지만, 그 시작점은 모바일폰이었다. 이처럼 사용 플랫폼의 한계나 가능성은 고스란히 개발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결국은 콘텐츠

스테디아의 런칭데이 라인업. 타사에 비해 빈약한 콘텐츠를 제시했다.

    물론 초기 버전이지만 스테디아가 보여준 보유 라인업은 너무나 빈약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차별화된 라인업과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새로운 스테디아만의 게임 장르들을 선보였다면 더 좋은 시작이 되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나 플랫폼 전쟁의 최종 결투는 콘텐츠 싸움이다. 플랫폼의 기술력이나 운영 능력 등의 부분에서 업치락 뒤치락하는 시간들을 겪지만 끝까지 남는다면 콘텐츠에서 최종 승부를 맞는다. 약간의 과장을 덧붙이면 결국 개발자들의 손에 시장의 흐름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각 시대마다 시대를 이끄는 플랫폼들이 존재했고 그 위에서 수많은 콘텐츠들이 경쟁했다. 그러나 결국 유저들의 머릿속에는 콘텐츠가 존재하지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자로서 현재 게임 시장을 바라보면 수많은 염려와 안타까움이 존재하지만, 결국 '콘텐츠'가 갑인 세상에서 개발자가 마음껏 창의력을 불태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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