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역기획 스터디
역기획은 본래 비즈니스 수익 구조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데이터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도그냥님의 책). 하지만 본 글에서 다룬 <카카오같이가치>는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수익구조를 고려하기에는 조금 부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서비스라 이렇게 역기획에 도전해보았다.
"누구나 참여하고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는 2016년 3월 <같이가치 with Kakao>로 서비스를 개편해 시작되었으며 2018년 7월에 <카카오같이가치>로 서비스명을 변경한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공익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모금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을 기부할 수 있는 같이타요, 착한소풍 등의 서비스, 그리고 행복을 주제로 다양한 테스트와 명상, 힐링사운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마음날씨 서비스가 있다.
공익 프로젝트 모금제안 서비스, 시간기부 서비스, 마음날씨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익 프로젝트 모금제안 서비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공익 프로젝트란
다양한 대상과 주제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젝트 사업이다. 단체나 기관, 개인 혹은 팀 등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팀이 모금을 제안하고, 검토기관(아름다운 재단 등의 분류별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쳐 모금이 진행된다. 이후 모금이 종료되면 해당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후기를 작성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전체 프로세스에서 주요 유저를 크게 4가지로 나눴다.
첫 째, 공익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될 제안자(프로젝트 팀)이다. 프로젝트 팀을 등록하고, 실제 모금을 진행해 종료 후 후기까지 올리는 유저를 말한다.
둘째, 카카오같이가치 내 실제 서비스를 관리하고 운영할 서비스 운영자(Admin)이다. 크게는 모금 검수, 테스트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한다. 작게는 프로젝트 팀이 운영규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을 검토하며 프로젝트 모금이 조기종료되는 등 특수한 상황에 심사 파트너 담당자와 협의하여 프로젝트 모금을 수정하는 활동 등을 하는 유저를 말한다.
셋째, 프로젝트 검토 및 모금 관리를 수행하는 담당기관(심사파트너 담당자)이다. 프로젝트 팀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이후 모금된 금액의 전달 및 사용후기와 정산자료를 평가하는 주요한 유저이다.
넷째, 공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반 사용자(User)이다. 실제 프로젝트에 직접, 공유, 응원, 댓글 등의 방식으로 기부를 하는 유저를 말한다.
1. 공익 프로젝트 제안자
2. 카카오같이가치 서비스 운영자(Admin)
3. 담당기관(심사파트너 담당자)
4. 공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반 사용자
프로세스
공익 프로젝트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프로젝트 팀 등록> - <모금 제안> - <모금 심사> - <모금 오픈> - <모금 종료 및 정산> - <사업 수행> - <후기작성 및 결과 보고 제출> 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세스를 유저별로 수행하는 Task를 기준으로 작성해보았다.
Point 1.
프로세스를 그려보기 전에는 담당 기관(심사검토 등 수행)의 Task가 명확히 그려지지 않았는 데, 이렇게 직접 그려보니 담당 기관 업무가 꽤나 많고, 또 체계적으로 수행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서비스 운영자는 프로젝트의 초기와 종료단계를 제외한다면 그다지 관여할 일이 많지 않았다. 이는 <카카오같이가치>가 프로젝트 제안자와 담당기관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앞서 같이가치의 서비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카카오같이가치는 "누구나 참여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이라는 서비스 목표를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프로젝트를 쉽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사업 계획뿐만 아니라 직접 홍보물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때 자체적인 에디터를 통해서 스토리를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단순히 에디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금 제안 꿀팁을 담은 매거진을 발행 및 홍보해서 스토리를 보다 잘 구성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 매거진을 들어가 보면 단순히 “깔끔하게 쓰세요!"처럼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기승전결을 모금 프로젝트의 대상자 여부 등을 기준으로 나누어 아주 쉬우면서도 디테일하게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모금함에 담길 사진을 위해 "휴대폰으로 사진 잘 찍는 방법"을 소개한다거나, 블러 처리 등의 포토샵 방법 혹은 좋은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무료 사이트 소개까지 해주고 있다.
모금 제안 꿀팁은 모금 가이드에서도 접속할 수 있으며, 혹은 같이가치에서 "모금 제안 꿀팁"을 검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여담이지만 "모금제안꿀팁"은 검색이 안된다).
모금을 쉽게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연구소에서 발표한 <20th Giving Korea> 자료에 따르면,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의 약 57%는 '경제적 여유 없음'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카카오같이가치>에서는 이렇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관심만 있다면 기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같이가치>에서는 '참여기부'라는 이름으로 쉬운 기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용자는 꼭 직접 금액을 기부하지 않더라도, 응원하기, 공유하기, 댓글달기 등을 통해 작게나마(건당 100원, 가끔 기업 후원이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댓글을 달면 기업 이름으로 1,000원을 후원해주기도 한다) 기부를 할 수 있다. 특히 공유하기는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건당 100원이 적립된다고 하니 댓글 달고, 공유하고, 응원하기를 누르면 총 600원을 기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참여기부'를 통해 기부되는 금액 비중을 최근 종료된 모금후기 13건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체 모금액의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적게는 7%, 많게는 38%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카카오같이가치> 서비스와 전략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사이트를 계속 들락날락하다 보니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기준으로 이 프로젝트가 노출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카카오같이가치>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메인화면에서는 이런 프로젝트 전부를 드러낼 수 없기에 몇 가지만 노출되고 있었다.
<카카오같이가치>의 메인 페이지 구성은 다음과 같다.
A. 5가지 정도의 프로젝트가 홍보되는 상단부(아래 사진 첫 번째 박스)
B. 프로젝트 주제 혹은 대상별로 프로젝트를 모아놓은 해시태그(아래 사진에서 두 번째 박스)
C. '가장 쉬운 나눔'이라는 주제로 12개의 프로젝트가 홍보되는 공간(아래 사진에서 세 번째 박스)
이외에도 배너 형태로 후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홍보되는 공간,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주제로 '마음 TALK', '안녕지수' 등을 모아놓은 공간, '사용자 랭킹' 등이 있다.
모금액 달성률이 낮은 프로젝트? 모금이 곧 종료되는 프로젝트?
어떤 프로젝트가 노출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5번 새로고침하며 나타나는 12개의 프로젝트 중 5개(혹은 6개)를 골라 모금액 달성률, 경과일, 진행률, 프로젝트 해시태그 등을 정리했다.
총 26건의 프로젝트를 정리한 결과, 모금액 달성률은 평균 40%, 모금액은 223만원, 진행률은 33%로 나타났다. 게다가 위 자료를 얼핏 봐도 알겠지만 모금액 달성률과 진행률은 정말 중구난방으로 나타났다(심지어 달성률 99%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프로젝트가 홍보되는 것일까?
여러 건을 살펴보며 혹시 모르는 마음에 프로젝트의 해시태그를 적어두었다. 앞서 가설이 기각되었으니 이 해시태그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메인 페이지 B공간(해시태그 5개가 변화하는 공간)에 나타나는 해시태그를 살펴보았다. 수많은 주제 중 5가지만 골라 노출시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해시태그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5번의 새로고침을 하면서 혹시 몰라 B공간의 해시태그도 적어두었는데, 여기에 더불어 10번의 새로고침을 더해 총 15번 새로고침을 시행했고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아동청소년, 어려운 이웃, 실버세대, 이주민다문화, 행복, 저소득가정, 장애인가정, 여름나기, 생활지원, 더나은사회 총 10가지 해시태그가 도출되었다. 이 중에서 '행복' 태그는 <카카오같이가치>의 다른 서비스인 마음날씨와 관련된 부분이라 제외하였다. 그리고 '건강한 삶' 태그를 추가하였는 데, 이 태그는 앞선 26개의 프로젝트에 가장 많이 나타난 태그였다.
중요 태그와 26개 샘플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태그 비교하기
간단하게 이를 비교하기 위해 중요 태그가 26개의
샘플 프로젝트에 몇개씩 나타났는지 확인한 후, 중요 태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정보를 비교하였다.
1. 가장 먼저 도출된 중요 태그별 총 모금액, 총 참여자 수, 현재 모금함 개수 등의 정보를 모은 다음, 순위를 계산했다. 여기서 현재 모금함이란, 해당 주제 혹은 대상으로 모금이 진행중인 프로젝트 개수를 말한다.
2. 중요 태그가 26개의 <샘플 프로젝트>의 해시태그에 등장한 개수를 확인하고 순위를 계산했다.
3. 앞서 1번과 2번에서 도출된 순위를 비교하여 값을 정리하였다.
그 결과 '현재 모금함' 개수가 가장 많은 중요 태그를 포함한 프로젝트가 "가장 쉬운 나눔" 공간에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분산과 표준편차 값이 가장 작다). 현재 모금함 개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이슈이며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는 <카카오같이가치>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의 모금검토 기준' 중 시의성 측면을 잘 반영하고 있다.
(공익성이나 실현가능성의 경우 검토기관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으나 시의성, 사회적 공감대와 같은 사회적 특징은 그때그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같이가치>에 등록된 프로젝트는 소외받는 계층, 대상,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게다가 담당기관의 검토를 거쳤기에 어느 정도 보장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떤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해야 하고, 또 더 많이 알려야 할지 담당자들도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 고민 끝에 현재 가장 많은 모금함이 있는 주제를 더 자주 노출시킬 수밖에 없지는 않았을까? 왜냐하면 어떤 프로젝트가 더 중요하고, 어떤 프로젝트가 덜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3,839개의 프로젝트, 38,923,322번의 마음, 43,620,246,555원의 기부금
<카카오같이가치>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려는 이들이 있기에 앞으로의 세상은 좀 더 살만하진 않으려나 생각해본다.
사실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역기획해보고 싶었으나, 이전에 이미 한달 무료체험을 사용했을뿐더러 많은 분들이 역 기획하신 글을 봐버린 상태라 나만의 관점이 묻어나지 않을 것 같아 도전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무료체험 기회가 생긴다면 얘기가 다르겠죠? XD).
<카카오같이가치>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고 있어서 가끔 들어가 직접 기부는 하지 못해도, 응원이나 댓글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몇 개 되지 않는 케이스로 이렇게 서비스를 논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고민했다는 사실에 조금 더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
아무쪼록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노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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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같이가치> : https://together.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