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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May 06. 2024

무너진 우물안 일잘러, 일어선 바닷속 일잼러

<잘나가는 서비스 기획자 도그냥은 왜 PM/PO가 되었을까?> 리뷰

책이 소중한 이유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다른 이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삶이 내가 살아왔던, 혹은 내가 살아가게 될 인생의 어떤 부분과 닮아있다면 더욱더 마음속 깊이 그 책을 느낄 수 있겠죠,

오늘 글은 서비스 기획자, PM 혹은 PO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이런 직무를 꿈꾸고 있다면 자주 들어봤을 법한 도그냥(이미준)님의 '잘나가는 서비스 기획자 도그냥은 왜 PM/PO가 되었을까?' 리뷰입니다.

서비스 기획 직무 3년 차 주니어 시선에서 책을 보며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감상, 그리고 저의 짧은 생각을 함께 공유드립니다. 작성된 내용 외에도 실제 업무와 관련된 지식 등 다양한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이런 분들에게는 꼭 추천합니다: 생각이 많은 주니어 기획자



이미 익숙해진 조직에서 그간 해 오던 일을 그대로 하는 것이 나에게 쉬운 선택임은 분명했다. 이 회사에서 내게 어떤 식으로 일이 주어질지,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적당한 마무리가 되는지 잘 아니까. 원론적인 성장에 대한 욕심 따윈 집어치우고 어떻게든 버텨서 진급을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10년 후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려고 하자 생각은 바뀌었다. 40대 중반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데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21p(Chapter 1 일잘러의 세상이 흔들렸다)

 사람의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갑작스러운 변화를 거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러한 변화가 지난 10년의 시간을 부정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 거부의 정도는 더욱더 견고했을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기도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일의 의미를 찾아가며 10년의 커리어를 이어온 도그냥 작가에게 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큰 다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앞으로의 10년"이라는 질문이 있었다.


난 회사에서 과거의 히스토리 찾기를 '보물찾기'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보물찾기를 통해 과거에는 어떻게 일을 했고, 또 내게 주어진 일이 어떤 일과 관련이 있는 지를 찾고자 했다. 그 과정 속에서 과거 팀/회사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그렇게 업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1년 정도를 보내고 나면 조금씩 새로운 일을 받게 되는 데, 사실 이 또한 기존 보물 범주 내에서 진행될 뿐 커다랗게 변화되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3년이 흘러 내가 커리어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떠나간 이의 NEXT와 머물러 있는 이의 NOW였다.

사실 아직까지 그렇다 할 NEXT의 소식을 들어보지도, 그렇다고 멋있게 변화를 이끌어낸 NOW를 듣지도 못했다. 머물러 있는 이의 NOW에서는 보물지도를 머리에 꿰차고 능숙하게 업무를 쳐내는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이는 분명 회사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지만서도, 과연 먼 미래의 나는 프로 탐험가로 보물지도를 머리에 꿰차고 일하기를 원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일잘러라고 믿는 기준이 타인의 칭찬, 동료와의 친분과 익숙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어진 배경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내가 깨달은 직무의 노하우도, 본인이 만든 프로토콜도, 회사의 분위기를 보고 다음을 예측하는 것도 지금 회사와 유사한 환경에만 국한된 것일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지금 환경을 벗어나면 어디까지 통하고 어디서부터 통하지 않을지도 예상이 되지 않는다. -35p(Chapter 1 일잘러의 세상이 흔들렸다)

 책 속에는 하/중/고수의 우물 안 일잘러가 나온다. 비슷하게 흉내는 잘 내지만 어떤 행동과 의사 결정의 이유까지는 모르는 상태인 하수, 왜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가에 대한 조직 내의 원리를 알아내기 시작하는 중수,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사 분위기를 보고 다음에 무슨 일이 시작될지 예측하는 고수. 이러한 구분에서 눈치챘겠지만 일잘러는 조직 안에서만 국한되어 있을 뿐, 그 자체를 조직 밖으로 가지고 갈 수 없었다. 도그냥 작가는 그러한 한계와 열등감을 인정하고 NEXT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 보물찾기를 싫어했지만, 싫어하지 않았다. 모든 회사와 그 팀, 그리고 업무 속에서는 그렇게 진행된 저마다의 이유와 방법이 있기에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더 나은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꾹 참고 일해가는 과정 속에서 그러한 방법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먼 미래, 나도 도그냥 작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면 지금껏 버텨온 경험과 지식이 정말 나의 능력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도그냥 작가의 답은 책 속에 있으니 꼭 사서 읽어보시길..)



'그래도 내가 여기서 했던 역할들이 있는데, 사이즈 큰 역할을 받을 수 있을까?'...(중략) 우물을 탈출하는 이유가 장기간의 생존을 위해서임에도 머릿속에서 저런 질문들이 떠오른 건 남아있던 에고 때문이었다. 3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이때의 나 역시 뒤통수를 세게 갈겨주고 싶다.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더 큰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니, 우물 탈출을 위해서 가장 먼저 싸워야 하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임을 느낄 수 있었다. - 61p(Chapter 1 일잘러의 세상이 흔들렸다)

 책 속에는 여러 DTS(뒤통수)-모먼트가 나오는 데(마치 아하 모먼트와 유사하다고 할까) 그중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그 시작점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도그냥 작가는 메타인지 과정을 잘 풀어냈는데 당장 어제의 일도 부끄러워 숨고 싶기 마련인데, 꽤나 긴 시간의 과거를 반추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메타 인지가 중요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앞서 말했던 변화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스스로를 한 발자국 떨어져 명확히 바라보고 그곳에서부터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간다면 분명 새로운 곳, 새로운 환경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변화의 시작점에 둘 수 있을 것이다(실제로 책 속에는 이직이 아니라 현재 환경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무브먼트의 차이는 시계 돌아가는 방식의 차이와도 같았다.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시계의 작동 방식에 차이가 있듯, 서비스 기획자와 프로덕트 오너는 작성하는 문서도 시간을 쓰는 방식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시계가 해야 할 일(Job)은 결국 시간을 알려주는 일이듯이, 내가 해야 할 일(Job)은 프로덕트를 기획해서 세상에 탄생할 수 있도록 개발자,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는 것이었다. - 123p(Chapter 3 우물 밖으로 점프! 프로덕트 오너로의 도약)

10년 차 서비스 기획자에서 프로덕트 오너가 된 도그냥 작가는 그간의 세세한 스킬을 모두 분리해 다시 Upskill(업스킬) 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많은 인사이트와 업무 지식을 남긴 도그냥 작가도 새로운 환경에서 지독한 최악의 3개월을 보내며 업스킬의 시간을 보냈다. 일(Job)은 같지만 그 방법을 달리해야 했기에 여태껏 바라봐 오던 시각을 바꾸고 다름을 이해하고 그 핵심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아찔하다. 10년 간 스킬을 잘 쌓아와도 그것을 다시 업스킬하기 위한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니..라는 생각도 잠시, 그렇다면 업스킬을 잘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보면 이해하겠지만 단순히 업스킬을 잘하기 위한 왕도는 없다. 왜(WHY) 업스킬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먼저 이해해야만 진짜 업스킬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있는 팀, 조직, 그리고 도메인에서는 어떤 스킬을 나에게 요구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스킬이 왜 필요할까?



나의 성공의 기준은 나의 일을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고,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를 단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나는 '직업인으로서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기획자'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 251p(Chapter 4 경계 없는 일잼러의 탄생을 위해)


 어떤 질문 끝에 도그냥 작가는 이러한 정의에 다다르게 되었을까?, 그 질문이 무엇인지 꼭 책을 통해 찾아보길 권한다.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을 잘 들여다보길..


일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마음 태평히 삶을 살아가는 주니어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직장을 잡고 가정을 꾸리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그 이후의 스텝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과연 그 NEXT를 위해 잘 발전해나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통받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나와 같이 커리어를, 아니 '업' 자체를 고민하는 주니어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리도 저마다의 한 문장을 정의해 나갈 수 있기를..




글에 담지 못한 더 깊고 깊은 이야기가 책 속에 많이 담겨 있습니다. 고민의 시작이 담긴 Chatper 1, 메타인지의 과정을 정리한 Chapter 2, 그리고 그렇게 벗어난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이 담긴 Chapter 3, 마지막으로 담담-한 소감을 담은 Chapter 4까지.. 간만의 독서였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지만, 스스로 책 한 귀퉁이를 접어가며 고민해 보는 순간이 진짜 그 책을 잘 이해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이의 삶을 더 마음속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요. 먼 미래의 저도 일잼러가 될 수 있길 그리고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길..

실제 책을 읽으며 접은 귀퉁이의 수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서평의 기회를 주신 블랙피쉬 출판사와 @도그냥님께 감사드립니다.

- 하노마 드림


* Main Photo: 다음 영화 <트루먼 쇼> 이미지 중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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