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노마 Aug 20. 2023

직무전환, 그래도 행복하시죠?

아이 그럼요.. 행복하죠.

약 3년 전 이 맘때쯤, 직무 전환을 목표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약 1년 4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서비스 기획자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1년하고도 8개월이 지난 지금, 서비스 기획 주니어의 삶은 어땠는 지, 요즘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준비했다.


Q. 지난 1년 8개월동안 서비스 기획자로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 지?  


현재진행형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지금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CSP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재직하고 있다. 여러 서비스 중 몇 개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 몇 안되는 서비스를 이해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 꽤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개발자를 붙잡고 이걸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냐고 묻는 주니어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1년 8개월이 짧다면 짧지만,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일 수 있다. 이 시간을 고군분투 하는데만 쓰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주로 어떤 것을 해왔는지?


입사 이후 진행한 큰 건들을 정리해보자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고 내부 빌링 시스템(admin)을 개선하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평소 관심있던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서비스(ETL, Query 엔진)를 맡아 서비스 출시까지 진행할 수 있었고 지금은 출시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출시, 개선건 이외에도 서비스 버젼을 업그레이드하며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한다거나 하는 등의 운영성 업무도 진행했다. 운영성 업무는 얼떨결에 맡게 되어 진행하게 됐는데 맡아서 진행하는 당시에는 몹시 힘들고 어려웠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부 빌링 시스템 개선은 당시 업무를 진행하던 시니어가 퇴사를 하며 해당 업무를 진행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평소 해보고 싶던 분야이고 주니어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 자원해 맡게 되었는데, 서비스를 이해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방식의 어려움이었다. 마무리가 된 것도 있고 아직 진행중인 것도 있는 데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서로 다른 직무를 거의 비슷한 기간만큼 경험했다. 이쯤이면 직무전환이 과연 만족스러웠는 지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족스러운 직무 전환이었는지?  


100% 중 대답하라면 50% 정도 만족스럽다. 사실 무엇이든 100% 만족할 수 없기에 절반 정도만 만족하더라도 나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처우나 복지와 같은 부분은 사실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기존 경력을 버리고 오기에 처우와 같은 부분은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복지는 어떤 곳에 있었고 어떤 곳으로 갔는지가 중요한 부분이지만 버라이어티하게 좋아졌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업무적으로는 아직 만족스럽진 않다.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수많은 일을 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배울 것이 있고, 어떤 사람과 일을 하든 배울 점은 있다. 해야 하는 일을 하더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찾아가며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더 만족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Q. 배운 것과 배울 점이 많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배우고 느꼈는 지?  


환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가장 많이 배우고 느꼈다. 현실은 내가 꿈꾼 환상과는 많이 다르다, 많이.

내가 선택한 이 직무로 전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새롭고 멋진 기능으로 사람들이 “와우"를 외치며 내가 기획한 서비스를 쓰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환상이다.


새로운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익혀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오랜 기간 쌓여온 기존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만해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하는 방식은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새로이 익혀야 하는 것이니 차치하고, 기존의 것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정말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개선건이라고 생각이 들어 일을 시작하려고 보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백엔드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 지 등 생각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왜 이렇게 비효율로 만들어졌을까 싶은 것도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고, 또 이것이 나름의 효율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다.


Q. 마지막 질문이다.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한다면 왜 하고.. 그런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아니 하고 싶다. 퇴사와 직무 전환이라는 선택은 내 인생에 있어 나름의 쉼을 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스스로가 고민 끝에 내리는 선택을 해봐야만, 먼 미래에도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도 퇴사와 직무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답과 지금 처한 현실 사이의 GAP을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갭이 크다면?, 그 다음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만약 직무 전환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있다면 어떤 서비스를 어떤 조직에서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지 고민해보길 추천한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 입사하기를 원한다면, 앞서 말했듯 생각보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원치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며 묵묵히 견뎌가야 한다. 바꿀 수 있는 것보단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을 따라야 할 때도 있다.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규모가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큰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지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규모가 있다보니 저연차에 잘릴 일도 없다.
반대 케이스의 회사는 직접 다녀보지 않아 경험을 기반으로 말할 수 없기에,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당 회사 혹은 비슷한 회사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결정하길 추천한다.


자신의 성향을 깊이있게 고민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정말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에도 후회는 필연적이다.




그래도 지난 1년 8개월간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고 느꼈지만, 얼마 전 과연 내가 정말 성장하고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을까? 라는 고민이 아주 크게, 많이 들기 시작했었습니다. 그저 누군가 시키는 일을 별다른 고민 없이 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삶을 제가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차분히 앉아 지나온 시간을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봤습니다. 글을 쓰며 다시 바라보니 그래도 꾸준히 성장해 온 것 같아 지난 시간이 많이 후회되지는 않네요 :) 


사람인지라 이상하게도 자꾸 주변과 비교하게 되고 비난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한탄하고 다른 이를 욕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은 종종 저를 찾아오겠죠, 열반에 들 자신은 없기에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말을 되새겨보려고 합니다.


지금껏 잘 해왔던 것처럼 이 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나만의 것은 무엇인지 열심히 고민해봐야 겠습니다. 언젠가 제게도 봄이 찾아 오겠지요?ㅎㅎ 지금 우리나라의 봄보다 조금 긴 봄이었으면 싶습니다.  짧지 않은 주니어 기획자의 고민을 들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

* Main Photo: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작가의 이전글 HR 주니어가 서비스기획 주니어가 되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