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7일 첫째 바다를 낳았다. 375일 뒤, 2021년 2월 25일에 쌍둥이 알송달송이가 태어났다. 연년생도, 쌍둥이도 모두 처음이라 허둥거렸고, 육아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다. 조리원 동기와 소통하며 힘을 얻는 분들이 많던데, 나는 두 번의 조리원생활동안 동기를 만들지 못했다. 첫째를 낳았던 2020년 2월은 코로나가 막 한국에 퍼지던 시기라 불안감이 컸고, 쌍둥이를 낳고 간 조리원에서는 놀랍도록 바빴기 때문이다.
알송이에게 유축한 모유를 먹이고 방으로 돌아가면, 15분 뒤에 달송이 수유할 차례라고 전화가 왔다. 이 패턴이 하루에 다섯 번씩 반복됐다. 그래서 조리원 동기를 사귈 여유는 없었다.
친정엄마는 귀농하신 지 오래되어 도움을 청하기 어려웠다. 물론 내 아이들은 내가 책임지는 게 맞다. 하지만 온전히 내편이 되어서 하소연을 들어주고,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를 원했다. 그런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았다. 엄마도 외동딸인 나만 키워서 영유아 육아력(?)은 나와 별 차이가 없었다.
조리원 동기나 자매도 없고, 친구들도 대부분 미혼이니 별수 있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유튜브와 육아서적을 양팔에 끼우고 가시밭길을 헤쳐나갔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찾았고, 발달이 걱정되면 책과 영상을 보았다. 그래도 불안이 가시지 않을 땐 질문을 적어두었다가 병원에서 하나씩 여쭤보았다. 하지만 연년생에 쌍둥이인 바다, 알송이, 달송이의 관계를 풀어가는 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럴 때, 맘카페 게시판을 뒤적였다. 하지만 12개월 차이로 쌍둥이를 출산한 경우는 드물었다. 힘들어서 인터넷에 글 남길 시간들이 없으신 건가? 생각했다.
그 와중에 꾸준히 올라오는 두 가지 글을 발견했다.
쌍둥이보다 연년생 육아가 힘들다던데, 맞는 말 같아요ㅠㅠ
- 굉장히 자주 올라온다.
연년생보다 쌍둥이가 힘들다던데, 진짜 죽겠어요ㅠㅠ
- 역시 흔히 보이는 글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연년생과 쌍둥이 육아를 모두 겪은 내가 이 경험을 글로 남기면 어떨까?
이 글을 통해 '이미 연년생이나 쌍둥이를 임신해서 출산을 앞둔' or '연년생 자녀를 계획 중' or '시험관시술의 배아이식 개수로 고민 중'인 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대화하는 느낌으로 작성할게요.
1. 연년생 vs 쌍둥이 임신기간 비교
1) 쌍둥이 임신
(1) 쌍둥이 임신이 힘든 이유
여성의 몸은 한 아이만 임신해도 큰 변화와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다태아임신기간은 더욱 고단하고요. 저는 초산이 아니기에, '좀 더 힘들겠지?'라고 예상은 했는데 쌍둥이 임신은 상상을 초월했어요. 배가 커지는 속도부터 차원이 달랐어요. 바다를 임신했을 때보다 훨씬 빨리, 명치까지 사방으로 부풀었어요. 배가 발사되는 느낌이라면 믿으실까요?
왼쪽은 바다 만삭 때, 오른쪽은 쌍둥이임신 32주 차. 배둘레 43.5inch였어요. 차원이 다르죠.
25주가 넘어가면서는 숨쉬기도 어려웠고, 두 시간 이상 제대로 잘 수 없었어요. 모든 장기가 눌리고 갈비뼈까지 아이들이 차오르는 느낌이었어요. 바다를 만삭까지 키웠을 때 느꼈던 압박감이 일찌감치 찾아와, 그저 놀라울 뿐이었죠.
대부분의 쌍둥이 산모는 더욱 심한 입덧을 겪어요. 이렇게 몸이 겪는 부담이 큰 만큼, 고혈압이나 임신성당뇨 같은 질환도 높은 확률로 발생해요. 그래서 다태아임신의 경우, 바로 고위험산모로 분류돼요. 태아보험(뱃속에 있을 때 가입하는 어린이보험) 가입도 까다롭고, 조리원과 산후관리사 예약부터 출산준비물까지 배로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고요. 부담스러운 비용은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변수가 많아요. 저처럼 조기진통이 오거나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임신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병원에서 버텨야 하니까요. 쌍둥이 산모들은 누구나 이런 기도를 해요.
'제발 목표주수까지, 이벤트 없이 버텨줘.'
아직도 쌍둥이 임신의 위험성을 못 느끼거나, 가벼이 여기는 분들이 계실까 봐 걱정이네요. 그래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고위험산모 전문가의 인터뷰를 첨부합니다.
(2) 쌍둥이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비용
자연임신으로 쌍둥이를 만나는 경우는 전체 임신 중,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죠. 쌍둥이 임신 대부분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난임병원에 방문하면 부부의 검사 결과에 따라서 적합한 방법을 찾아요. 장기요법, 단기요법, 자연주기 등이 있어요.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해서 난자와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복수가 차서 이식을 못하기도 해요. 이런 경우, 당연히 임신까지의 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겠죠. 시술비가 지원되더라도 자부담금은 발생해요. 5년 전에 마지막 시험관시술을 진행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지원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70만 원 정도 들었어요. 시술회차가 거듭될수록 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렇게 다태아 임신확인서를 발급받은 후에는 국민행복카드로 정기검진등의 병원비를 결제할 수 있어요.
두 아기를 맞이할 출산준비를 시작하면 많은 금액을 지출하게 돼요. 손수건, 천기저귀, 역류방지쿠션, 바구니카시트, 젖병 등 구입할 게 많죠. 이런 기본 육아용품도 최소 1.5배는 준비해야 합니다. 젖병은 양육자가 최대한 부지런히 씻어도 바구니카시트는 대체할 수 없죠. 역류방지쿠션도 두 아이가 동시에 분유를 먹으면 트림시키고 눕혀야 해서 두 개를 사는 경우가 많아요. 한 개만 있어도 육아가 가능은 하지만, 그럼 어른이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안고 있어야 하니까요. 이런 식으로 지출이 증가하게 돼요. 그리고 수차례의 난임시술을 통해서 첫 임신으로 쌍둥이를 만났다면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어서 허리띠를 졸라매거든요.
또한, 조리원 비용도 1.5배에서 2배입니다. 엄마는 방 하나를 쓰지만, 아이는 두 명이다 보니 돌볼 인력이 더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기간만큼의 추가금이 붙어요. 여기에 태아보험도 두 아이가 가입하니 보험료도 두 배죠. 이런 준비를 하는 내내 엄마의 뱃속에서는 두 아이가 커가니, 몸이 버티지 못하고 산모가 입원하는 경우도 많아요. 고위험산모의료비지원을 받더라도 전액이 아니라서, 일반적인 임신에 비해 값비싼 임신기간을 보내게 됩니다.
(3) 쌍둥이 임신 중이거나, 계획하신다면 드리는 조언.
ⓐ 태아보험 가입은 최대한 빠르게, 꼼꼼히 준비해서 진행하세요. 일정 주수 지나면 가입이 어려워요. 시험관 시술 여부, 단일양막, 일란성 등 보험사마다 체크하는 부분도 달라요.
ⓑ 출산용품 준비는 미리 끝내세요. 슬프지만, 조산의 위험이 높으니까요.
ⓒ 조리원과 산후관리사도 일찌감치 예약하세요. 쌍둥이 임신은 변수가 많은걸 업체들도 알아요. 출산 예정일을 말하면 몇 주 정도의 조산을 감안하고 예약받더라고요.
ⓓ 분유제조기는 있는 게 좋아요. 없어도 가능은 한데, 동시에 두 아이가 배고프다고 울면 혼이 빠져요. 출산 직후부터 이유식 시작해서 수유 횟수가 줄어드는 생후 6개월까지 남편이나 시터님 등 함께 육아할 분이 있다면 선택사항입니다. 그러나 조력자 없이 쌍둥이를 키우실 거면 중고로라도 꼭 구입하세요.
ⓔ 엄마 혼자 쌍둥이를 돌볼 수야 있지만, 추천하지 않아요. 엄마 몸이 많이 망가져요. 남편의 육아휴직이 불가능하다면, 산후관리사, 시터, 아이 돌봄 서비스 등 다각도로 미리 도와줄 양육자를 구해두세요.
2) 연년생 임신기간
(1) 연년생 임신이 힘든 이유
연년생을 임신하면 육아와 태교를 동시에 해야 해서 어려워요. 엄마가 동생을 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첫째는 잡고 서고, 뭐든 입에 집어넣다가 헛구역질을 하거나 or 컥컥거려요. 아이는 소파나 베이비룸을 붙잡고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인데, 바로 달려가서 아이를 안아주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배가 불러오니까요.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안았다가 배가 눌리면 뱃속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겁이 나거든요.
입덧이 있다면 이유식 냄새조차 맡기 힘들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첫째의 응가도 곤욕이에요. 산모의 몸상태에 따라서 일상적인 육아도 엄청난 도전이죠. 제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임신 오조로 입원한 분이 계셨어요. 한 시간에 네댓 번씩 토하시는 걸 보고 진짜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힘겨워하면서도 첫째 딸과 영상통화를 할 때 환하게 웃음을 짓다가, 전화를 끊고는 펑펑 우시더라고요. 저도 바다를 시댁에 맡기고 입원해 있었기에,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가서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나요.
연년생을 임신하면 가장 괴로운 건, 첫째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에요.
'너도 아직 이렇게 어린 아가인데, 엄마가 미안해.'
저는 바다의 첫돌에, 수액을 주렁주렁 달고 병원에 있었어요. 그날 참 많이 울었답니다.
(2) 연년생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비용
직전의 출산으로부터 단기간에 임신할수록 산모의 몸에 큰 무리가 가요. 어린 첫째를 돌보느라 몸을 챙기기 힘들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쌍둥이임신처럼 병원에서 적절한 입원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딱히 연년생 임신이라는 이유로 지출하는 비용은 많지 않아요. 연년생을 계획하고 난임지원시술을 받으신다면 자부담금이 발생하지만요.
연년생 임신이 산모의 마음에는 큰 부담이지만, 다행히 필요비용은 첫 출산 때보다 적어요. 첫째가 쓰던 옷가지나 물건들을 물려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부모의 성향에 따라서 전부 새것으로 다 준비할 수도 있고요.
아, 새로운 이동수단이 필요할 수 있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첫째와 걷지 못하는 아기를 위한 '쌍둥이유아차 or 유아웨건'. 보통 쌍둥이 유아차를 준비했다가, 첫째가 유아차 탑승을 거부하면 웨건도 구입하시더라고요. 새 제품은 브랜드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국민템으로 불리는 것들은 상태에 따라서 10~30만 원대의 중고시세가 형성되어 있더라고요. 아이가 많은 지역에서는 조금 더 저렴해요. 그리고 첫째의 이유식을 손수 만들지 못하면 시판 이유식을 사야 하니까 이런 추가비용도 고려해야겠죠.
(3) 연년생을 계획하거나, 임신하셨다면 드리는 조언.
ⓐ 연년생 임신을 계획하신다면, 첫째가 쓰던 육아용품 처분은 좀 미뤄두세요. 다시 준비하려면 돈도 시간도 더 들어요. 잘 보관해 두세요.
ⓑ 첫째가 수면교육 전이라면 빠르게 시작하시길. 신생아가 우는 와중에 첫째의 잠투정도 받아주려면 두배로 힘들어요. 어떤 방법이라도 우직하게 2주 정도 하면 스스로 등을 대고 누워서 자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때 되면 쪽쪽이(=노리개젖꼭지) 잘 끊으니까, 고민 중이라면 쓰세요. 자기 전의 루틴은 둘째가 태어나고도 지속가능하도록 최대한 간단하게 정해주세요.
ⓒ 아이 목욕. 가능하면 남편분에게 맡기세요. 출산하고 온몸의 관절이 너덜거리는데, 체중이 늘어난 첫째까지 엄마가 씻기는 건 무리입니다.
위의 두 가지는, 항상 첫째를 함께 케어할 다른 양육자가 있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ex. 시터를 장기로 고용하거나, 친정 or 시댁과의 합가, 남편이 출산과 동시에 육아휴직을 길게 씀. 등.
1. 연년생 vs 쌍둥이 임신기간 요약
(1) 정신적인 부분
연년생 : 먼저 낳은 아이에게 죄책감이 큼.
쌍둥이 : 조산이 워낙 많아서, 목표주수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불안함이 큼.
(2) 신체적인 부분
연년생 : 첫째를 케어하느라 태교 하기 힘듦. 임신 간의 텀이 짧아서 약간 위험하지만 대체로 잘 출산함.
쌍둥이 : 전체 쌍둥이 임신 중 50~60%가 조산할 만큼 다양한 변수로 고된 기간을 보냄.
(3) 금전적인 부분
연년생 : 난임시술을 받지 않은 이상, 특별한 지출 없음. 첫 출산보다 준비비용은 약간 절감됨.
쌍둥이 : 난임시술비용 + 두 배의 출산준비로 값비싼 임신기간을 보냄.
연년생과 쌍둥이 임신을 모두 겪어본 제가, 일반적인 케이스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다음에는 '연년생 vs 쌍둥이 (2) 연년생 산후조리'를 다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