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산후조리 + 눈물겨운 당부
'갈비뼈가 부서지진 않을까? 배가 발사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꼬리를 물던 쌍둥이 임신기간이 끝났어요. 쌍둥이는 단태아 출산과는 달라요. 엄마와 아기가 함께 퇴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그 경우의 수들을 하나씩 짚어볼게요.
a. 두 아이가 산모와 함께 퇴원했다.
- 이상적인 케이스. 이런 경우에는 9할 이상의 산모들이 바로 조리원으로 향합니다. 입소해서도 잘 지내요. 다른 엄마들보다 바빠서 쉴 시간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유축하고 마사지도 받으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누리지 못할 '남이 해주는 삼시 세끼' + '쌍둥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워주는 대체인력' = 덕분에 꿀 같은 휴식을 만끽합니다.
b. 쌍둥이 중 하나, 혹은 둘 다 입원 중이다.
- 쌍둥이 출산에서는 흔하죠. 알송달송이도 NICU(신생아중환자실)에 열흘간 입원해서 저 혼자 퇴원했어요.
이렇게 아이가 입원하면 산모마다 선택지가 달라요.
b-1. 한 아이만 엄마와 함께 퇴원했다.
① 조리원예약을 취소하고 집에서 산후조리하며 다른 아이를 기다린다.
- 산후관리사를 부르거나, 친정어머니나 남편 등 가족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② 한 아이만 데리고 조리원에 가서 다른 아이를 기다린다.
- 입원한 아이를 면회하러 갈 때 다른 아이는 안전한 조리원에 맡길 수 있으니 편해요. 앞으로 육아를 함께 할 다른 가족은 집을 정돈하면서 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b-2. 엄마만 퇴원했다.
① 엄마 혼자 조리원에 가서 아이를 기다린다.
- 드물어요. 하지만 남편이 바빠서 함께할 수 없거나, 양가 어른들 도움도 받기 어렵다면 몸을 먼저 회복시키기 위해 혼자 조리원에 가기도 해요.
② 조리원예약을 취소하고 집에서 산후조리하며 쌍둥이를 기다린다.
- 이 경우, 아이 둘 다 병원에 있기 때문에 산후관리사를 부르는 분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대개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쉬고, 혼자 지내는 분들도 계셨어요.
확실한 건, 아이들이 함께 퇴원하지 못하면 엄마는 집이든 조리원이든 푹 쉬기 어려워요. 단순히 유축한 모유를 챙겨서 면회 다니느라 피곤해서가 아니에요. 마음이 무너져서요. 그리고 한 아이만 퇴원했다면, 그 아이를 볼 때 병원에 남은 아이가 떠오르겠죠.
'내가 부족해서 아이가 병원에 있나 봐. 너무 우울해. 퇴원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온종일 머릿속을 맴돌죠. 이제 집으로 돌아온 쌍둥이 엄마의 산후조리가 힘든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 엄마 몸도 두배로 고단했던 임신기간 + 두 명의 아기
- 저는 바다를 낳을 때보다, 쌍둥이 출산이 네 배는 힘들었어요. 제왕절개 수술부위도 훨씬 크고, 늘어난 배는 더욱 무거웠어요. 바다를 낳고는 일주일 후부터 수술부위 통증이 거의 사라졌어요. 그런데 쌍둥이를 출산하고는 한 달가량 아팠어요. 오로의 양도 더 많아서 머리가 핑핑 도는데 챙겨야 할 아이는 둘이었죠.
ⓑ 공동육아가 불러오는 정신적 스트레스
- 대부분의 산모들이 쌍둥이는 처음이죠. 더구나 이른둥이, 저체중아가 많아서 엄마들은 모든 부분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경산모-초산모 가릴 것 없이 '쌍둥이 베테랑' 타이틀을 앞세우는 분들에게 휘둘리게 됩니다. 특히 집으로 파견 오는 시터, 산후관리사들의 프라이드가 대단하세요. (이분들의 도움은 대체로 큰 힘이 되는 만큼 인건비도 어마어마합니다.) 당연히 의견 차이가 생기면 고단해집니다. 대체인력 구하기가 몹시 힘들어요.
가족과 산후조리를 해도 어려워요. '동시에 태어난 두 아이'를 돌본다는 책임감은 다른 가족들도 같아요. 내 딸이, 내 아내가, 내 며느리가 (대체로 난임시술로 눈물겨운 시간을 보내고) 만난 귀한 쌍둥이잖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찾아보고, 육아서적을 읽고, 사돈의 팔촌이 쌍둥이 키운 이야기도 들으면서 나름의 공부를 할 거예요. 그렇게 여러 자료를 찾아서 완성된 공동양육자의 육아방식을 A라고 할게요. 산모가 임신기간 동안 공부하고 조리원에서 느끼며 정리한 방식을 B라고 할게요. 그런데 이 A와 B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단유하고 분유로 넘어간다. vs 가뜩이나 작게 태어난 애들이다. 힘든 건 알지만 모유 조금 더 먹이자.', 젖병설거지 청결도의 기준, 목욕물의 온도, '동시에 울 때 좀 울려도 된다. vs 절대 울리지 말자.' 등.
한 칠천팔백 개 정도 다르더라고요 저와 남편은. 둘이니까, 두배로 잘 해내고 싶은 마음끼리 부딪혀요.
ⓒ 갓난아기 둘의 생활리듬이 다를 확률 99.9%
- 쌍둥이는 작게 태어나는 편이라서 빠는 힘이 부족하니 수유 시간도 길어요. 한 아이를 수유하고 트림시켜서 기저귀 갈고 눕히기까지 최소 15분은 걸려요. 이걸 아이마다 하루종일 반복합니다. 수유를 두배로 하면, 기저귀도 두배로 갈죠. 어깨, 손목, 허리, 무릎관절이 골고루 혹사당할 수밖에 없어요. 서로의 울음소리에 반응해서 자던 아이가 깨는 상황도 수시로 발생하죠. 번갈아가면서 울음이 터지니 청각도 포기해야 합니다. 수면의 질? 처참하죠. 저는 조리원에서 돌아오고 생후 150일까지 쪽잠 자는 시간을 다 합쳐도 하루에 세 시간 정도였어요. (남편 육아휴직 X.)
이런 강행군이면, '임신으로 증가한 체중이라도 줄어들어라.'하고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잠잘 시간도 없고, 밥도 못 먹어서 급하게 간식으로 때웠더니 살도 안 빠졌어요.
+ 먼저 낳은 아이가 있는, 경산모에게 추가되는 고단함.
ⓓ 첫째를 케어해야 합니다.
- 바다와 알송, 달송이가 12개월 10일 차이거든요. 바다는 요구사항이 있으면 쌍둥이가 울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어요.(그게 당연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난처합니다.) 연년생 엄마의 고충과 유사한데 신생아가 둘이라 상황이 더 매콤하죠. 저처럼 12개월~20개월 터울로 쌍둥이를 출산하면 의도치 않게 훼방을 놓을 거예요. 치우려고 옆으로 밀어둔 젖병을 들고 도망가서 남은 분유를 홀랑 마셔요.(젖꼭지를 다 물어뜯으면서.) 걸음마보조기를 밀고 뛰어다니면서 '우대대! 리비디비야!' 외계어로 소리쳐서 자는 쌍둥이를 깨우고요. 몸으로 놀아달라며 다가오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고 쑤셔서 그럴 힘도 없고요.
첫째와 쌍둥이의 터울이 있더라도 질투심에 짓궂게 굴거나, 퇴행, 불안감이 문제로 나타날 수 있죠. 육아를 함께하는 조력자가 있으면 첫째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지만, 아이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동안 힘겨워해요. 어느 날 두 명이나 되는 경쟁자가 나타났으니까요.
(2) 쌍둥이 출산을 앞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
ⓐ 출산준비물이 완벽한지 곱씹지 마세요. 택배로 시키면 돼요.
ⓑ 기저귀는 많이 쟁여두지 마세요. 지인들에게 선물도 꽤 들어와요. 그리고 이른둥이 기저귀를 사용하게 되면, 미리 구입한 기저귀는 한동안 공간만 차지하거든요.
ⓒ 같이 케어할 남편이나 가족이 없다면 '조리원 + 산후관리사' 세트로 진행하세요.
- 조리원에서 나오면 은행업무나 보건소, 산부인과(산후검진), 한의원(산후보약 + 육아 시작하고 아픈 손목과 허리에 침 맞아야 함), 미용실(앞으로의 전투 육아를 위해 짧게 자르거나 펌, 그동안 못한 뿌리염색이라도 하며 기분전환.) 등 외출할 일이 많아요. 산후관리사분들 주 5일 출근하셔서 어차피 주말에는 독박 or (아무리 잘해도 여러분 눈에는 속 터질) 남편과 쌍둥이를 돌보느라 외출할 수 없어요.
ⓓ 모유수유에 연연하지 마세요. 몸이 따라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모를까, 잘 시간도 없는 둥이 육아와 모유수유를 병행하는 건 극악의 난이도입니다. 요즘 분유 매우 잘 나와요!
ⓔ 바로 임신 전 무게로 돌아오는 분들은 극소수예요. 무리하게 식이조절하다가 골병듭니다. 짬날 때마다 챙겨드세요.
ⓕ 이른둥이로, 저체중으로 낳아서 미안한 마음에 수유콜이 올 때마다 가실 필요 없어요. 오전에 한번, 오후에 두 번만 할게요. 이렇게 원하는 횟수를 말씀하시면 됩니다. 부를 때마다 가면 하루종일 수유실에 앉아계실지도 몰라요.
ⓖ 아이들이 작아도 바구니카시트는 준비하세요. 유튜브에 이른둥이들 태우는 방법도 잘 나와있어요. 처음부터 태워야 나중에도 잘 타요.
ⓗ 고위험산모 의료비 지원 범위와 필요서류 확인해서 퇴원할 때 받아두세요. 아이들 케어하다 보면 빠진 서류 발급받고 신청하기 번거로워요.
ⓘ 아이들 주민등록번호 못 외워도 자책하지 마세요. 저는 쌍둥이 낳은 지 4년째인데 아직도 못 외워요.
+ 경산모 예비둥이맘에게 추가로 드리는 당부.
ⓙ 어떻게 키웠는지 까먹었을까 봐 미리 걱정 마세요. 몸이 반응해요. 짬에서 나온 바이브랄까요. 상상만큼 힘들지만, 첫째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게 돼요. 힘내세요!
ⓚ 먼저 낳은 아이처럼, 쌍둥이도 건강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그래도, 혹시라도, 그럴 일이 진짜 없어야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최저금액으로라도 태아보험은 들어두시길 바라요. 나중에 해지하더라도요.
ⓛ 첫째가 눈에 밟힌다고 조리원 뛰쳐나가지 말고, 기간 다 채우세요. 향후 몇 년 동안, 다시없을 휴식이에요.
산후관리사님이 오시던 기간의 주말. 남편이 출근했어요. 감사하게도 바다는 시댁에서 데리고 가셨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차이의 출산으로 육아를 하나도 까먹지 않은 제가!!! 이날 한 끼도 못 먹었어요. 밤 9시에 퇴근한 남편이 찍은 사진이랍니다. 하늘색 턱받이한 아기가 달송이, 노란 쪽쪽이가 목에 걸린 아이가 알송이랍니다 :)
(1) 정신적인 부분
육아 베테랑을 자부하는 시터, 산후관리사들과의 관계로 고생할 수 있음. 가족들도 쌍둥이를 위해 의욕이 넘쳐서 산모와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많음. 대부분 초산모가 쌍둥이를 낳으니, 육아도 어려운데 두 명이라서 이게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함.
(2) 신체적인 부분
아픔. 많이 아픔. 한 사람 몸의 영양분으로 두 아이를 낳았으니, 에너지는 고갈상태. 그런데 수면부족까지 겹쳐서 다크서클은 무릎까지 내려오고 온몸의 관절이 자진모리장단으로 쑤심. 대체로 쌍둥이 산모들은 산후검진(저는 출산 6주 후였던 것 같아요.) 일을 깜빡할 만큼 시간의 흐름도 못 느끼고 정신이 혼미한 산후조리를 함.
연년생과 쌍둥이 임신을 모두 겪어본 제가, 일반적인 케이스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다음에는 '연년생 vs 쌍둥이 (4) 돌까지의 육아'를 다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