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한바가지 나는 돌까지의 쌍둥이육아
쌍둥이도, 연년생도, 단태아 출산도 경험했지만 제 이야기만으로는 글의 신빙성이 부족할 수 있으니 기사를 소개할게요. 2024년 11월 한국일보에서 발행한 다태아 관련 기사입니다.
쌍둥이를 1년 동안 양육한다는 건, 위의 기사처럼 높은 확률로 이른둥이이거나 저체중인 아이 두 명의 발달지연 가능성을 인지하고 면밀히 살피면서 건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과 책임이 더해져요. 단태아나 연년생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게, 바로 쌍둥이 육아입니다.
저는 임신 29주 차부터 지속된 조기진통으로 입원했고, 결국 임신 33주 5일에 양수가 터져서 제왕절개로 출산했어요. 운이 좋게도 이른둥이 쌍둥이치고는 훌륭한 2.54kg , 2.47kg의 체중으로 태어났으나 자발호흡이 불안정해서 NICU(신생아중환자실)에 열흘동안 입원했고요. 이른둥이임을 감안하면 입원기간이 길지는 않았어요. 그럼, 이렇게 퇴원하면 단태아처럼 평범하게 키우면 되는 걸까요? 아니요. 열흘이 지나고 알송이와 달송이가 퇴원할 때 받은 진료예약안내문을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퇴원한 아이들과 조리원에 다녀왔어요. 산후관리사가 출근하는 평일 낮에는 이 정도면 할만한대? 싶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첫 주말을 지내보면, 고민이 시작됩니다.
'산후관리사 연장 vs 사설시터 구인 vs 다른 가족의 도움 vs 엄마 혼자 육아.'
선택의 시간은 다가와요. 문제는 돈이죠. 앞서 쌍둥이 산후조리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쌍둥이를 돌볼 수 있는 고급인력은 인건비가 비쌉니다. 4년 전, 저희 집에 오시던 산후관리사님께 여쭤봤을 때가 월 350만 원 정도라고 하셨어요. 지역과 시터의 국적, 입주인지 출퇴근인지, 업무에 집안일이나 요리가 포함되는지에 따라 이 또한 크게 달라지겠죠. (물가와 인건비상승도 반영 必)
초산모 혼자 쌍둥이를 돌보기가 가. 능. 은. 해. 요. 대신 단태아육아의 열 배, 연년생 육아의 다섯 배 이상은 힘듭니다. 육아대장정을 함께할 러닝메이트를 구하셨길 바라며, 앞으로의 쌍둥이 육아 1년을 보여드릴게요.
ⓐ 쌍둥이 = 갓난아기 둘 = 육아난이도 최상. 엄마에게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기간.
쌍둥이와 덩그러니 집에 있으면, 세배로 바쁘게 살아야 합니다. 한 번에 두 아이를 안고 안전하게 젖병을 물릴 수 없어서, 한 아이는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먹인다고 끝이 아니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도 갈아야 합니다. 두 아이중 한 아이라도 자주 게워내는 아이라면 빨래도 곱절로 나와요. 이런 아이는 금방 배고파하고요. 그러니 다른 아이와 수유하는 텀이 엇갈릴 수밖에 없고, 쿵! 짝! 쿵! 짝! 번갈아가면서 계속 수유하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둘 다 잠이라도 잘 자면 좋은데, 서로의 울음소리를 듣고 깨다 보니 그럴 확률은 희박하죠. 생후 한 달 동안 수유텀이 4시간 이상 벌어지기 힘들 거예요. 하루에 한 아이당 최소 여섯 번씩 수유하게 됩니다. 중간에 목욕도 시켜야 하고, 집도 치워야 하고, 빨래도 돌리고 개고, 젖병 설거지와 열탕소독도 빼놓을 수 없죠. 만약, 쌍둥이 중에 모로반사가 심하거나 배앓이가 있는 아이가 있으면 난이도는 더욱 올라갑니다.
이 모든 일을 하면서도 알아서 한두 끼는 챙겨 먹어야 해요. 내가 쓰러지면 쌍둥이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까요.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는 힘들다고 하소연할 이도 없는 고독한 사투가 계속됩니다.
+ 이 시기에 주 6일을 6시에 나가서 9시에 들어오던 남편. 가장의 무게를 이해하니까 편히 재우고 싶었지만, 이러다간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새벽에 두 아이가 울면 자는 남편을 깨워서 한 아이씩 붙잡고 분유를 먹였어요.
알송이와 달송이는 유독 입이 짧았어요. 안 먹으니 배고프고, 그러니 길게 잠을 자지도 못했고요. 이날은 하루에 열여덟 번의 수유를 했네요. 씻어야 하는 젖병과 젖꼭지가 18개였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건 실제로 제가 알송이 달송이 생후 86일에 작성한 수유일지입니다. 옆의 41의 의미가 궁금하시죠? 이른둥이들은 출생당시의 체중이나 건강, 발육상태에 따라서 주치의들이 '교정일을 체크하세요.'라고 권해요. 저희 쌍둥이는 재태주수 33주 5일에 태어났고 NICU에서 지냈기에 그 권고를 받아서 저도 교정일을 함께 체크했어요. 태어난 지는 86일이지만, 만삭으로 태어났다면 41일 차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발달은 41일 차만큼 더딜 수 있음을 감안하는 거죠. 초산모인 쌍둥이엄마는 평범하게 태어난 아이의 데이터를 책에서만 봤으니 '정상'의 기준을 잡을 수 없어서 더욱 혼란스러울 거예요.
일지를 보면 오후 3시 정각에 알송이가 15분 후에 달송이가 먹었죠. 이때 달송이가 15분 뒤에 깬 게 아니랍니다. 더 크게 우는 알송이에게 먼저 분유를 준거예요. 달송이는 노리개젖꼭지를 물고 칭얼대며 기다렸을 뿐이에요. 수유사이에 중간중간 짧은 텀이 있으니, '저때 쪽잠을 자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셨나요? nope! 그럴 수 없어요...
아기들의 수면패턴은 불규칙하지만, 생후 4~6주 무렵이면 밤낮을 서서히 구분해요. 그래서 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신생아처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줘도, 바로 잠들지 않아요. 해사한 얼굴로 배냇짓을 하면서 계속 눈을 뜨고 있어요. 양육자는 수유를 마치면 자그맣게 동요를 불러주며 모빌을 보여주고, 말을 걸면서 놀아줘야 해요. 이렇게 충분히 놀아야 조금이나마 깊은 잠을 자거든요. 이걸 두 아이에게 똑같이 하루종일 반복하면 됩니다.(참 쉽죠?) 하필이면 이 시기는 산모들이 '조리원+산후관리사'가 끝나는 때와 정확하게 맞물립니다.
저는 늘 모래가 낀 듯이 뻑뻑한 눈으로 집안일을 해치우느라 온몸의 관절이 쑤셨어요. 깨어 있는 동안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자꾸 울더라고요. 그래서 며칠에 한 번이라도 머리를 감거나, 용변이 정말 급할 때는 역류방지쿠션을 화장실 앞에 두고 아이들을 거기 눕히고 문을 열어뒀어요. 인간의 존엄성을 좀 포기하면 덜 울릴 수 있습니다.
쌍둥이 육아는 이렇게 가혹해요. 알송이와 달송이를 점지해 주신 삼신할머니께서, 쌍둥이 품고 낳는데 고생했다고 육아의 난이도를 하향조정해주시진 않더라고요. 같이 태어났을 뿐, 정확히 한 아기몫의 육체적 노동과 사랑과 시간을 각각 쏟아야 해요. 아이들을 건강하게 하루씩 돌보면서 동시에 엄마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게 돼요. 이때의 양육자를 살게 하는 힘은, 오직 아이들의 미소뿐입니다.
ⓑ 이른둥이 쌍둥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잦은 외래 진료.
알송이와 달송이는 33주 5일에 태어난 이른둥이 + 쌍둥이임에도 2.54kg, 2.47kg이라는 아주 좋은 체중으로 태어났어요. 그래도 퇴원할 때 빼곡하게 잡혀있는 외래진료예약안내문을 보니 암담하더라고요. 시기에 맞춰서 영유아건강검진과 예방접종만 하던 첫째 때가 편했다는 걸 확실히 느꼈죠.
알송이는 태어난 직후 황달로 광선치료를 받았고, 미숙아망막증 검사, 허벅지주름 비대칭, 심장초음파, 뇌출혈로 뇌초음파 촬영, 재활의학과 검사등을 거치며 1년을 보냈어요. 달송이는 갑상선호르몬 때문에 한동안 약을 먹었고, 출생 당시의 호흡문제로 산정특례 등록, 심장초음파, 난청 재검, 미숙아망막증 검사, 재활의학과 검사, 역류를 1년 동안 살펴봤고요.
이 다양한 분야를 추적관찰하려면 많은 진료과를 거치게 됩니다. 바구니카시트, 쌍둥이유아차 그리고 액상분유나 젖병에 담은 분유와 보온병, 노리개젖꼭지, 기저귀와 손수건과 떡뻥 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외래진료를 가면 쌍둥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체감하게 됩니다. '시험관이냐, 아들이냐 딸이냐, 어디가 아프냐.'등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요.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예쁘고 안쓰러워서 전하는 마음들임을 알기에 이해하게 되실 거예요. 병원에서 두 아이의 진료와 검사, 대기시간만으로 기본 한나절은 흐릅니다. 사이사이에 아이들의 낮잠과 수유시간이 있어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요. 한번 해보시면... 감이 옵니다.
물론 다녀오면 아이들도 힘들고 피곤했는지, 더 보채더라고요. 쌍둥이를 낳았는데 이런 추적관찰 없이 무탈하게 키우고 계시면 이미 큰 복을 받으신 거예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출산하고 외래진료를 다니는 중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이른둥이 쌍둥이들이 두 돌이 지나면 만삭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차이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뱃속에서 잘 키워내지 못한 내 탓이야.'하고 자책하지 마세요.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여러분이라서 그만큼 잘 키워내신 겁니다 :)
ⓒ 함께 육아할 사람이 있어도 좀처럼 편해지지 않는 일상.
저도 천신만고 끝에 쌍둥이가 생후 100일이 지나고 구인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하루에 여섯 시간씩 돌봄 선생님이 오셨지요. 제 삶이 엄청나게 편안해졌을까요? 아니요. 달송이의 단독 돌봄으로 선생님을 모셨고, 저는 알송이를 돌보다가 알송이가 자면 밥을 먹고 밀린 집안일을 했어요. 그러면 '동시 돌봄이 가능한 사람을 구하면 되잖아.?'라고 하실 텐데, 자원하는 분들이 드물고 비쌉니다. 1년 동안 버는 수입을 모두 인건비에 쏟을 수 있거나, 양가에서 넉넉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이 아니라면 망설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모셔도, 막상 두 아이가 울면 엄마가 개입하게 돼요. 이른둥이이거나 저체중으로 태어나서 더욱 애틋한, 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파고들거든요. 그러니 동시 돌봄이든, 단독 돌봄이든 어차피 엄마는 육아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해요. 여전히 집안일은 넘쳐나고요. (이런 이유로 차라리 주 2,3회 청소와 요리 등의 가사도움을 받는 쌍둥이가정도 많더라고요. 돌이켜보니, 이게 금전적으로 더 저렴할 것 같네요.)
아이가 둘이고 사람을 한 명 쓰면, 연년생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 = 오답입니다. 연년생은 대부분의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녀서 구인의 방향이 달라요. 첫째의 등하원 도우미를 찾거나, 둘 다 집에 있는 시간 동안 한 명을 지정해서 돌볼 분을 찾죠. 아기 한 명 + 어느 정도 말문이 트였고, 소금간과 고춧가루만 빼면 어른과 비슷한 음식을 먹는 유아 한 명이라서 어떤 아이를 돌봐주더라도 수월합니다. 시터가 첫째를 돌봐준다면, 단태아와 같은 육아지요. 쌍둥이처럼 젖병이 두배로 나오지도 않으니 엄마가 해야 할 가사도 적고요. 그래서 같은 비용으로 시터를 고용하면 연년생을 양육하는 가정이 조금 더 여유를 누릴 수 있어요.
가족들과 육아를 해도 상황은 같아요. 돌 이전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아이의 인원수 + 1'의 어른이 함께해야 평화를 찾을 수 있어요. 연년생이라면 어른 두 명이서 아이 둘을 돌보면 평온해집니다. 엄마가 아기를 보면, 다른 어른은 집안일을 하다가 첫째와 놀아주거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돼요. 쌍둥이 육아는 어른 셋이 있어야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각각 돌보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집안일을 하거나 밥을 먹고 씻을 수 있어요.
ⓓ 하루종일 투닥대다가 사고 칠 때만 우애가 넘치는 쌍둥이.
한 아이가 유독 더딘 케이스가 아니라면, 비슷한 속도로 자라는 쌍둥이. 그래서 자그마한 아이들끼리 엄청 다툽니다. 말도 못 하고 유아어로 소리치는데, 신기할 만큼 이유도 다양해요. 둘이 싸워서 훈육을 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a. 두 살인 바다와 돌이 된 알송이가 같은 장난감을 두고 싸운다.
- 바다는 말문이 조금 트였으니, '이건 알송이가 먼저 놀고 있었으니까 돌려줘.'라고 할 수 있어요.
b. 알송이와 달송이가 같은 장난감을 두고 싸운다.
- 둘의 발달단계가 같아서 논리는 전혀 통하지 않고, 서로 억울하다며 오열합니다. 그나마 기질이 유순한 아이가 체념하고 물러나는 상황이 되풀이되면 엄마 마음은 더 아프죠.
중고로라도 같은 장난감 두 개를 들이는 게 편해요. 그러나 같은 장난감이 두 개 있어도 하나를 갖고 싸우는 마법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옷이나, 신발, 인형, 하다못해 노리개젖꼭지를 두고도 싸워요.
하지만 물티슈 한통 다 뽑고 빨아먹기, 온 집안 촉촉하라고 로션 한통 발라주기, 높은 곳에 기어올라가기, 침에 젖은 촉촉한 손가락으로 콧구멍처럼 생겨서 유혹적인 콘센트 구멍을 쑤시려고 시도하기, 유아 책장에 올라가서 책은 다 뽑아서 던지고 엉덩이가 끼었다고 울부짖기 등 사고를 칠 때는 텔레파시가 통하더라고요.
ⓔ 쌍둥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지, 주양육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확률이 매우 높다.
저는 원래 인스타나 페북등의 sns를 하지 않았어요. 첫째와 쌍둥이를 연달아 낳고서는 그럴 시간도 없었고요. 그래도 시험관시술 두 번으로 세 아이를 만난 과정을 꾸준히 블로그에 남긴 덕분에 가끔이라도 제 일상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는 분들이 계셨죠. 제가 초산으로 쌍둥이를 만났거나, 난임이 아니었다면 그 없는 시간을 쪼개서 블로그에 글을 쓰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 글을 쓰는 저와 여러분은 코로나가 폭주하던 시기를 겪었고, 여전히 전염병이 횡행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죠. 돌도 안된 쌍둥이를 데리고 함부로 외출을 감행할 수 없어요. 그래서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는 사회적으로 고립될 확률이 매우 높아요. sns를 할 시간도 없고, 짬 내서 글을 올려도 같은 쌍둥이엄마가 아니면 양육의 강도와 속앓이를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조리원에서 쌍둥이 동기를 사귀어도 커피 한잔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죠.
쌍둥이 엄마는 대부분 초산모라서 더 힘들 거예요. 하루종일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정상발달인지, 교정일로 따져도 느린 건지 종잡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남들도 다 나처럼 힘들게 쌍둥이를 키우는 거겠지. 이런 일상이 당연한가 봐. 이렇게 부족한 내가 과연 두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하면서 육아에 매몰되기 쉬워요.
쌍둥이의 발달이 약간 더뎌서 베일리검사를 권유받았는데, 그때 제게도 심리검사지를 주셨어요. 별생각 없이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산후우울증이라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어요. 너무 바쁘고 고단한 매일을 살아내기에 급급해서 제가 저를 돌보지 못했던 거죠. 여러분도 그런 시간을 겪고 계실까 봐 걱정이에요.
'쌍둥이를 키우니까 이 정도 힘들고 우울한 건 당연한가 봐.'
이런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선둥이가 열이 나면 애가 타고, 후둥이 얼굴이 긁히면 속상하시죠?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이 스스로의 눈물과 무력감에 젖어있으면, 친정어머니도 남편도, 선배 쌍둥이엄마인 저도 가슴 아파요. 쌍둥이 양육은 장기 전입니다. 누구에게라도 아이들을 맡기고 한 시간이라도 커피도 마시고, 세 시간 정도 친구와 여유롭게 밥 먹고 수다도 떨고, 여섯 시간 걸쳐서 훌쩍 바다라도 보고 오고, 한 번쯤은 심리상담을 받아보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려요. 아이들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어떤 방법으로든 감정을 환기하고 돌아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쌍둥이에게 환하게 웃어주면 돼요. (이걸 보면서 '우리 며느리는, 내 딸은, 내 아내는 그렇게 안 힘들어했는데. 이상하다?' 하시면 안 됩니다. 모르셨던 것일 뿐이에요. 마음에 흉터 하나 없이 쌍둥이육아를 해낸 엄마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더 잘해주세요.)
ⓕ 동시에 아파서 두배로 바쁜 쌍둥이 엄마의 밤.
독감, 수족구, 장염, 코로나 모두 동시에 휩쓸고 지나갑니다. 알송이가 감기기운이 있어요. 이유식을 두 개 뜯어서 숟가락 두 개로 각각 먹였죠. 삼십 분 뒤, 서로 물병을 바꿔 물고 뒤뚱뒤뚱 돌아다녀요. 알송이가 응가를 해서 엉덩이를 씻겨서 나오면, 달송이가 알송이의 실리콘치발기를 빨아먹고 있네요. 낮잠을 재우고 데리고 나왔더니, 서로 노리개젖꼭지를 바꿔 물고 있죠. 이래서 여러분이 예상하는 모든 질병을 쌍둥이는 하루이틀 차이로 함께 앓게 됩니다.
한 2년 키우면 이런 생각하시게 돼요.
'제발 아프지 마. 그래도 기어이 둘 다 아플 거면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내주렴.'
두 시간 간격으로 열 재고, 해열제 교차복용하고, 미온수로 마사지하면서 밤새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쌍둥이는 둘이니까 밤을 지새우는 일도 두배로 고단합니다. 시간차를 두고 아이들이 아프면 밤을 새워야 하는 기간이 더 길어져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어차피 앓고 지나가야 한다면, 한 번에 아프고 낫길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도 저희 아이들은 이앓이가 없는데, 이앓이 있는 쌍둥이를 키우면 이가 날 때도 번갈아서 운다더라고요. 뭐 하나 쉬운 게 없죠, 쌍둥이 키우기는.
ⓖ 돈은 당연히 단태아의 두 배이상 든다.
아무리 이란성쌍둥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좋아하는 식재료, 식사 속도, 선호하는 이유식의 입자까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알송이는 얼레벌레 초기 - 중기 - 후기로 넘어가는데 달송이는 돌이 될 때까지 중기를 먹었어요. 그것도 반넘게 푸푸- 뱉고 온몸에 찍어 바르고요. 원체 역류가 심해서 자주 토하던 아이니까, 뭐라도 먹어주는 게 고마워서 최대한 맞춰줬지만 식성이 다른 두 아이에게 각각의 이유식을 준비하는 게 참 까다롭더라고요. 먹성이 다르니 체격도 차이나죠. 당연히 기저귀 사이즈도 달라요. 하나를 사서 둘을 입히고 신기겠다던 저의 원대한 소망은 물거품이 됐어요.
단태아를 키울 때 적당히 물려받고, 중고를 구입해서 1년에 1백만 원이 든다고 가정할게요. 성별이 다르지만 바다와 알송이, 달송이는 연년생이죠. 쌍둥이가 돌이 지나기 전에는 바다의 옷가지와 장난감 중에서 물려받는 게 절반은 되더라고요. (의사표현 못하니까 남아 옷도 막 입힘^^...) 바다와 알송이만 키웠다면 170만 원 정도 썼을 것 같아요. 오히려 쌍둥이가 생각보다 공유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이유식도 다른 단계로 준비하고, 간식 취향도 다르고, 기저귀와 옷도 사이즈별로 사야 하니 정말 두 배는 들었어요. 그리고 무조건 두 아이 몫을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죠. 애착인형, 젖병, 식탁의자, 카시트, 쌍둥이유아차, 노리개젖꼭지, 신발 등... 결국 단태아의 두 배 + @가 되더라고요. 인건비는 제외했답니다. 다태아는 정말 돈으로 키웁니다. 세 쌍둥이, 네 쌍둥이, 다섯 쌍둥이, 겹쌍둥이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 웬만하면 이 글로 1년 차 쌍둥이 육아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지네요. 돌까지의 쌍둥이 육아의 몇 안 되는 장점과 당부의 글은 다음 편을 기약합니다.
(1) 돌까지의 쌍둥이 육아가 눈물 나게 힘든 이유
저체중아, 이른둥이, 혹은 이른둥이이며 저체중인 아이 둘을 키운다. 기질과 생활패턴이 다른 아이 둘이 각각 24시간을 살아간다. 그 아이들의 24시간을 각각 맞춰주고, 남는 시간에 두 아이분량의 젖병, 이유식그릇, 기저귀를 치우고 빨래와 청소를 마쳐야 한다. 입주 시터를 장기간 쓰지 않는 이상, 양육자는 다음생의 체력까지 끌어다 쓰면서 버텨야 한다. 육아용품을 이것저것 들여보아도 아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얄짤없이 다시 중고로 팔아야 한다. 그래도 돈이 많이 든다. 아이가 밤에 다섯 시간 이상 자야 좀비를 벗어날 수 있는데, 두 아이 모두 통잠을 자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매번 함께 앓는다. 주양육자가 정서적으로 무너진다.
사실은 여기까지 진심으로 제가 지나온 시간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요약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의 대다수는 쌍둥이를 임신했거나, 쌍둥이 임신을 고려하는 분들일 테니까요. 그래도 바쁜 분들을 위해서 요약했지만, 꼭 다 읽어보시길 바라요. 육아는 현실이고 그걸 해내는 건 여러분이거든요.
쌍둥이를 낳고 1년 동안은 전방에 과속방지턱과 낙석주의 구간이 365개 정도 있습니다.
연년생과 쌍둥이 임신, 육아를 모두 겪어본 제가 일반적인 케이스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다음에는 '연년생 vs 쌍둥이 (6) 쌍둥이 육아의 장점, 당부의 말씀'을 다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