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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 Nov 19. 2019

그 남자의 사랑 표현법

독일에서는 집에서 영화 감상이 참 불편하다. 불법적인 경로로 보는 게 어려운 이유 때문이다.

어둠의 경로로 다운로드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만, 독일인과 한국인이 함께 영화를 마음대로 즐기는 게 어렵다. DVD나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고 특히 한국에서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보고 싶은 것들을 정당하게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뿐 아니라 어둠의 경로로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어둠의 경로로 다운이라도 하나 잘못 받으면 금방 몇 백 유로에 해당하는 벌금 고지서가 날아든다. 그런 이유에서 독일에서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의 운영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우리도 둘 다 가입해서 보고 있긴 하지만, 남편과 함께 할리우드나, 한국 영화를 제외한 제 삼국의 영화를 즐기는 건 쉽지 않다. 독일어 더빙이 제공되지 않는 한 한국어와 독어나 영어 두 개의 자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주말에 나와 함께 영화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이유로 영화 찾는 게 조금 귀찮기도 해서 주로 내가 다음에 보자며 미루는 편인데, 한 번은 남편이 단단히 토라져버렸다. 토라진 남편 달랜다고 평소에 관심이 없던 장르의 영화를 하나 골라 보게 되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라는 영화였다.



영화를 한참 보는데 남자의 직업이 정말 꿀 직업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냥 나쁜 사람 찾아다니면서 죽이고 상금도 받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 같은? 여하튼, 그 남자가 부러웠다.


나도 힘들게 일 안 하고 나쁜 사람 찾아서 신고하고 상금 받고 싶다.
죽이는 건 트라우마 생겨서 어려울 것 같고 신고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지난번에 경찰서 앞에 보니까, 어떤 사람 팔천 유로 현상금 걸렸던데...


여보, 당신도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 찾아서 상금 받았잖아. 벌써 잊었어??


남편의 엉뚱한 대답에 내가 연신 되물었다.


누구? 웬 상금? 언제? 언제?


대답이 없는 남편을 보니 내쪽으로 몸을 틀고 앉아 양 손을 머리 위로 커다란 하트를 만들면서 자칭, 귀엽게, 타칭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여보는 나를 찾아내서 상금으로 내 사랑 죽을 때까지 연금처럼 받고 있잖아~



덧붙여, 향후 20년 이상 연금은 끊기지 않을 예정이라고.

남편의 말장난과 발상은 가끔 나를 어이없게 웃게 만든다.

아마 한국에서 살았다면 아재 개그라고 놀림을 받지는 않았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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