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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 Kim Jan 23. 2018

북해도, 동쪽으로

#2 아사히카와, 비에이의 언덕들 - film ver.




여행지에서는 일찍 일어나 움직이는 건 쉽지가 않다.
보통은 느지막이 일어나 전날 과음한 속을 달래러 런치 오픈 시간에 맞춰 식당을 찾아가거나 한다.




일정 따위 없고 동네나 걸어 다니면서 고양이랑 놀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고 그러다 힘들면 근처 카페나 가서 커피 마시면서 쉬는 게 내 여행이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운 좋게 남아있던 후라노 비에이 열차 티켓(여름 라벤더 축제기간에만 운영하는 티켓, 지정 4일간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까지 왕복 티켓과 비에이 지역을 제한 없이 열차이용 가능)을 구입했기 때문에 비에이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힘겹게 일어나 대충 씻고 짐을 부지런히 챙겨 체크 아웃을 하고 아침식사가 가능한 니조 시장으로 카이센동(해장이고 뭐고 나는 우니동을 먹어야 했기에)을 먹으러 갔다.




니조시장까지 걸어서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시장근처에 술도팔고 커피도 파는 카페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늘 그렇듯 유명한 가게는 문을 닫았고 급한 마음에 그다음으로 많이 간다는 가게로 들어가 우니동과 해장을 위해 오늘의 미소된장국(다행히 가리비가 들어간 미소된장국이었다;)을 시켜 먹고는 시장을 스윽 둘러보고는 기차를 타러 삿포로역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먹을 후라노산 멜론도 사고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이른 시간에도 분주한 니조시장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날씨 좋은 날, 후지티비 타워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후라노 비에이 열차는 아사히카와까지는 JR 쾌속 열차로 이동한다.

오래간만에 일본에서 기차여행이라 조금 설레었다. 기차 안에서 먹으려고 산 멜론(후라노 산 멜론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과 전날 사뒀던 에비스 캔맥주를 꺼내어 간이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더 뿌듯했다.


멜론과 맥주를 즐기며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기차는 아사히카와 역에 도착했다.

아사히카와 역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그냥 동네 역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JR이 다니는 역이니 큰가 보다)

전날 술 마시면서 숙소가 역에서 멀면 숙취에 늦잠을 자서 기차를 놓치는 사태가 일어날까 봐 역 바로 앞에 있는 JR INN에 예약을 해두었다. 역에서 나오자마 자연스레 호텔로 짐을 맡기러 갔다.




넓고 깨끗했던 아사히카와역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귀여운 파출소 차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호텔에 짐을 맡기고 비에이로 가는 열차를 확인했다.

바로 비에이로 갈 수 있는 열차가 있었지만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나 싶어 밥을 먹기로 하고 라멘집을 수소문했다.


대부분 아사히카와에 가면 바이코겐(梅光軒) 본점으로 가지만 콘버터 라멘은 나와 맞지 않아 돈코츠 시오라멘으로 유명한 산토우카(山頭火) 본점으로 갔다.(재밌는 건 아사히카와는 소유라멘의 고장이다) 가보니 런치타임에는 근처 직장인들을 위해 시로무스비(그냥 흰밥으로 만든 주먹밥)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무언가 공짜니까 먹어야 만한다는 생각에 무스비도 가져와서 시오 돈코츠 라멘과 함께 먹었다.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았는데 밥도 있으니 국물까지 싹 비워버렸더니 배가 엄청 불렀다.


시간이 남아 역 앞 이온몰에서 무인양품 구경도 하고 식품관 가게들도 둘러보고(현지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서 꼭 둘러본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어 커피도 한 잔 했다. 금세 열차를 타야 할 시간이 되었고 나는 비에이로 가는 2량짜리 완행열차를 타러 갔다.




빛이 아름다게 들어오는 아사히카와역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역에서 여유롭게 이야기하는 주민들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이런 곳에서 바르낙 쓰시는 분을 발견, 멋지다 - Leica MINILUX + Fujifilm ACROS 100



완행열차타면 꼭 찍는 조종석 - Leica MINILUX + Fujifilm ACROS 100



시즌이 지나 한산한 열차 안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비에이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기차 안에서 이틀 동안 비에이를 어떻게 둘러볼 것인가를 고민했다.

첫날은 오후에나 도착하기 때문에 차로 이동해야 하는 먼 곳은 불가능했고, 렌트는 할 생각이 없었다. 남은 건 도보와 자전거 투어였는데, 언덕이 많은 비에이는 도보로는 힘들듯 했고 다행히 자전거 대여를 역 앞에서 할 수 있다는 정보에 자전거 투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둘째 날은 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청의 호수를 보기 위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버스는 몇 대 다니지 않았고 택시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에 관광안내지에 소개되어있는 비에이 버스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비에이 역에 내려 역 앞 관광센터에 들어가 알아보니 다행히 내일 오전 첫 타임 버스투어의 자리가 남아 예약할 수 있었다.(이런 건 미리 했어야 했는데 운이 좋았다;)


그리고는 언덕 투어를 위해 자전거를 빌리러 블로그에 많이 나온 마츠우라 상점에 갔다. 역시 시즌이 지난 터라 남은 자전거는 많았다.(시즌에는 일찍 안 가면 자전거가 없다는 이야기가...) 언덕이 많으니 당연히 전동 자전거를 선택하고 블로그에서 유명하신 할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그린 지도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으나 지도를 당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6시가 끝나는 시간이지만 5시 반까지는 꼭 돌아오라고 당부하셨다.


역시나 지도로는 길을 찾기가 힘들었고 결국 구글 네비를 이용하여 언덕 투어를 시작했다.




켄과 메리의 나무,  꽃 밭은 이미 사라지고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노랗게 된 곳은 아마도 꽃밭이였겠지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녹색으로도 충분했던 패치워크 로드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세븐스타 나무 - Leica M6 + Voigtlander SWH 15mm F4.5 + Fujifilm Superia X-TRA  400



자전거 타면서 한 컷 - Leica M6 + Voigtlander SWH 15mm F4.5 + Fujifilm Superia X-TRA  400



해질무렵 오야코 나무 - Leica M6 + Summilux 50mm F1.4 2nd + Fujifilm Superia X-TRA  400



마일드 세븐 나무 - Leica M6 + Voigtlander SWH 15mm F4.5 + Fujifilm Superia X-TRA  400




너무 좋았다.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날씨도 좋았고, 한산하게 다니는 길들 곳곳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음이 치유된다는 기분이랄까...

이곳은 패치워크 로드라는 이름이 있는데, 형형색색의 밭들이 조각보를 이어 붙인 것처럼 되어있는 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 색색의 꽃들은 사라졌지만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녹색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차로 다녔으면 절대로 이런 풍광을 천천히 둘러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기에 패치워크 로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음에도 내가 다시 비에이를 가도 혹은 누군가가 여름에 비에이를 간다고 하면 꼭 자전거나 도보여행을 추천할 것이다.


해가 저물어가고 퇴근을 기다리는 할아버지도 있어 전망대 공원까지 가지 못하고 비에이역으로 돌아왔다. 조금 아쉬웠지만 충분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퇴근길이라 열차 안은 북적거렸다. 불렀던 배는 온데간데없고 배고픔이 밀려왔다. 게다가 자전거를 몇 시간 탄 덕에 피로까지 함께 밀려왔다.


하지만 기운을 냈다. 아사히카와에는 노포의 징기스칸 요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 다음 편 :  #3 비에이 청의 호수, 사계채 언덕 그리고 보라색은 없던 후라노





+ PS - 비에이 언덕 투어 중에 가게가 너무 이뻐서 들어갔더니 빵집이었습니다.(본능적으로 빵집임을 알아채고는 들어감;;; 필자는 빵돌이라...) 너무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비에이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더라고요. 비에이에서 나는 밀을 가지고 만든다고 쓰여있더군요. 혹시나 나중에 가시게 되면 꼭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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