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빗속에서(1)
정말 열심히 걸었다. 아무리 로봇이라도 이렇게 걷는다면 무릎에 무리가 갈 것 같았다. 뛰거나 나는 능력이 없는 게 한스러웠다. 하지만 멈출 순 없었다. 출발한지 이틀 만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멍청이 로봇, 하루나 틀리다니.”
그나마 희망은 박사님이 가르쳐준 지름길로 가고 있다는 거다. 박사님의 계산이 맞다면 하루는 단축할 수 있다. 댐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하루, 이틀은 버텨줄 거라 믿는다.
움직이면서 조금이라도 비가 덜 내리게 기도해보았지만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씩씩거리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외로운 싸움을 한지 사일째 아침에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수문 쪽으로 가야겠어.”
거의 하루 종일 내린 비에 댐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댐 주위에 걱정스럽게 발을 동동 구르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댐의 문 쪽으로 위험스럽게 사람 몇몇이 서있었다.
“아저씨! 촌장님!”
“깡통아!”
긴 아저씨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베베 아줌마, 촌장님도 나와있었다. 마을 사람들 거의 전부가 나와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조금 더 높은 지대에 만들어놓은 대피소에 있을 테지.
“촌장님. 문을 아직 못 열었나요?”
“수문 한쪽의 도르래가 완전히 끊어져버렸다. 나머지 한쪽도 절반쯤 돌아가는 것 같다는데 방법이 없구나.”
“깡통아, 박사님은?”
달려온 아저씨가 물었다.
“대짝이와 오고 있어요. 아저씨 제 머리 위에 있는 것 좀 풀어주세요.”
“만났구나. 만났어.”
“네. 이걸 도르래랑 연결하고 수문에 붙여야 해요. 그러면 수문을 열 수 있어요. 이건 응급처치예요. 박사님이 수문을 고칠 수 있는 부품을 구해서 오실 거예요.”
“수문에?”
긴 아저씨의 눈썹이 구겨졌다. 그렇게 안 좋은 표정은 처음이었다. 나는 문제의 수문을 살폈다. 보이지 않았다. 이미 물이 차서 잠긴 것이다. 물살도 대단해 보였다. 저래서야 수문에 기계를 붙여놓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긴 아저씨, 제가 들어갈게요.”
“뭐?”
“이 선을 도르래에 연결해 주세요. 제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수문에 기계를 붙일게요.”
사람은 할 수 없다. 이렇게 강한 물살에 버틸 수 없다. 그전에 숨이 막혀 죽고 말겠지. 하지만 나는 죽지 않는다. 숨 쉴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아직 한 달치 식량도 등 뒤에 지고 있지 않으가, 문제가 생겨서 떠내려간다고 해도 다시 마을로 올 수 있다.
“깡통아...”
긴 아저씨도 촌장님도 난감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아저씨, 빨리요. 나머지 한쪽도 완전히 고장 나기 전에 붙여야 해요.”
긴 아저씨는 기계의 선을 잡고 도르래로 갔다. 나는 기계를 머리에 이고 아저씨의 신호를 기다렸다.
“깡통아, 연결했어.”
“네. 아저씨 수문에 이 기계를 붙이면 연결된 선에서 불이 들어갈 거예요.”
나는 숨을 크게 쉬고 물 안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코가 없었다. 사람들은 물이 코 안에 들어가기도 하던데 그 기분은 영원히 모르겠구나.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