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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아 Mar 30. 2016

로봇 407의 여름 (18화)

9. 척 박사님과 로봇 407


비가 그치고, 찌는 듯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다. 박사님이 집을 비운 건 한 달 정도였지만, 그 공백을 메꾸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박사님, 나, 마을 사람들 모두 쉴 틈 없이 여름이었다. 


“깡... 토옹아.”

“왔냐?”

“으... 응...”

“앉아봐. 박사님 불러올게.”

“그으...래...”


대짝이를 애타게 찾고 있던 원래 아빠를 찾았다. 대짝이는 자신을 만든 분을 아빠라고 불렀다. 내가 신기해하니 척 박사님도 아빠라고 불러보라고 시켰지만 낯간지러워서 관두기로 했다. 로봇도 부끄러움을 안다. 


대 박사님은 리안 아주머니의 말처럼 기상을 연구하는 분인데,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넣은 로봇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로봇 전문가가 아니라 서투른 솜씨로 너무 많은 정보를 넣은 탓에 대짝이의 기억이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척 박사님이 말끔히 고쳐주셨다.


“대짝이 왔냐. 대 박사님은 잘 계시지?”

“네..., 그러...니까...”


대짝이는 그 후로 우리 마을과 자기네 마을을 오가면서 소식통도 되어주고, 날씨나 기후에 관련된 정보도 나눠준다. 간혹 박사님이 이것저것 부탁한 물건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짝이가 사는 마을은 우리가 지나쳤던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덕분에 척 박사님은 더 쉽게 물건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바빴던 탓에 난 아직도 가보지 못했지만, 봄에는 척 박사님과 함께 대 박사님과 대짝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미로도 보고 오자고 해야겠다. 늦게 왔다고 삐져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전에 척 박사님의 체력을 높이는 운동을 좀 시켜야겠다. 다리가 또 부러지면 곤란하니까.


“박사님, 대짝이의 말투는 어떻게 안 되나요? 이제 다 고쳤다면서요?”

“이제 다 고쳤지. 저 말투는 고장 탓이 아닌가 봐, 그냥 대짝이 성격 같아.”

“답답해요.”

“너랑 대짝이랑 똑같으면 재미없지.”


기억력뿐 아니라 이것저것 손을 본 대짝이는 더 빠르고 멋져졌다. 말투만 빼고 말이다.


“나도 이왕에 다시 만들어주는 거 좀 크고 멋지게 만들어주지...”

“대짝이 만한 깡통이는 안 어울리잖아.”


박사님은 대짝이가 가져온 책을 뒤지며 싱글거렸다.


나는 물속에서 찌그러진 깡통 대신, 조금 큰 새로운 몸을 갖게 되었다. 작년보다 조금 하늘이 가까워졌지만, 마을 사람 누구도 내 크기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미로는 키가 큰 나를 알아봐 주겠지? 미로도 나만큼 키가 컸을지 모른다.


“박사님, 제 동생은요?”

“동생?”

“미로한테 만들어준다던 동생이요.”

“아차! 만들어야지 그럼.”


박사님의 건망증은 여전하다. 하지만 박사은 내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내 새로운 몸통 옆구리에도 ‘로봇 407’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전 깡통보다 조금 더 크고, 선명하게 말이다.

Copyright © By Young-a. All right reserved.






< 끝 >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
로봇 407과 같이 저도 조금 자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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