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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yon Feb 13. 2021

<코뿔소 가죽> 외

헤럴드 블룸의 비평으로 비평적으로 읽는 앤솔로지

<고뿔소 가죽> 외 여러 이야기를 엮은 헤럴드 블룸 클래식 시리즈는 미국 문학 비평가인 헤럴드 블룸이 엮은 서양 고전문학 단편집이다.  이 단편집을 보면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영미권의 유명한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이 아닌, 우리는 잘 모르는 작품들로, 또 어떤 시들은 '작가 미상'인 것들로 엮여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헤럴드 블룸은 문학은 순수하게 문학 그 자체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서구 캐논>을 통해 서구 문학(백인 남성이 주류인)의 우월성을 주장해오면서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은 사람이다. 그는 다문화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시즘, 신보수주의 등 "원한 학파(the school of resentment)"가 문학을 망친다고 하였다. (1)

그리하여 이 앤솔로지 프롤로그에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아동문학'이라는 범주를 인정하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나이별로 어떤 특별한 이야기나 시를 읽으라고 제시하지 않으며, 작품들은 독자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기 자신에게 적절한 작품을 찾아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비평가는 본인이 여러 나이에 걸쳐 여러 번 읽은 것들,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싶은 작품들을 엄선하였고 환상문학 위주로 담아 즐거움을 주고 추상적인 것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의도에서 헤럴드 블룸이 "엄선"한 작품들은 아일랜드 사람이 쓴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프카디오 헌 "거울 그림자"), 영국 제국주의의 사람이 쓴 동방의 파시교도 이야기(루디야드 키플링, "코뿔소 가죽") 등 서구 문학의 우월성을 주장해왔지만 "환상 동화"라며 담은 이야기는 동양의 이야기에 불과하였다. 물론 이 앤솔로지에 선정(?)된 작가들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당시 작가가 예상하는 독자는 서양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당시 독자들이 잘 모르는 동양의 신비스러우면서 어리석은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달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에밀 졸라도 '보완물'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아름다움을 얻으려는 어리석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대인의 시각에서 이 작품들을 본다면 작가들이 얼마나 무지한지, 본인의 무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글을 쓰는 대상의 어리석음과 아름다움 - 백치미 - 를 담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를 읽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그 작가의 백치미를 엿볼 수가 있다.


즐거움을 주고 추상적인 것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헤럴드 블룸이 의도한 미학적인 작품, 보석 같은 작품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1. 기묘한 이야기_길버튼 키스 체스터턴

2. 코뿔소 가죽_루디야드 키플링

3. 거울 그림자_라프카디오 헌

4. 보완물_에밀 졸라

5. 사람의 사계절_존 키츠

6. 바람을 노래함_토머스 러브 피콕

7. 바람과 비_윌리엄 셰익스피어

8. 엉겅퀴를 먹은 당나귀_이솝

9. 3월 바람의 노래_윌리엄 모리스

10. 악기_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11. 밤의 작은 새들_스티븐 크레인

12. 여행을 떠나는 아이가 있었네_윌트 휘트먼

13. 올빼미와 고양이_에드워드 리어

14. 오래된 5월의 노래_작자 미상

15. 나에겐 더 이상 고향은 없네_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16. 푸른 잔디_작자 미상

17. 즐겁게 올라가고 즐겁게 내려오라_작자 미상

18. 어이, 아니야 아냐!_작자 미상

19. 나에겐 작은 견과나무가 있었지_작자 미상

20. 요정들_윌리엄 앨링엄

21. 진하고 걸쭉한 맛있는 수프_루이스 캐럴


(1) Dinitia Smith, "Harold Bloom, Critic Who Championed Western Canon, Dies at 89", New York Times, 2019 (https://www.nytimes.com/2019/10/14/books/harold-bloom-dead.html)

(2) 에밀 졸라 외, 『코뿔소 가죽』, 정정호 외 옮김, 생각의 나무(2007) p. 9 (천 개의 사건, 천 가지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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