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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yon Nov 07. 2021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김선경 단편집

어느날 우울, 피로, 좌절, 죄책감의 파도가 나를 엄습하여 내 자신이 콩벌레 같아질 때, 쭈글쭈글 한없이 작아지고 낮아질 때 - 아 나만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누구나 어느 정도 그렇구나 - 하고 위로를 받고

개조인간 中 콩벌레 후유증_김선경 단편집


북한산 올라가보겠다며 무모하면서도 당차게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길 무서워 돌아가지고 못하고, 잠시 쉬었다가는 미끌어질까봐 배고픔 참아가며 엉엉 울며 내려가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짠한 것이 - 중간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을 셋팅해놓은 내 자신 같다 - 는 생각도 들고

산 넘어 산_김선경 단편집


내일은 좀 더 달라지겠다며 루틴을 만들어놓고 여러번 다짐을 하건만, 매번 달라지지 않아 <개조인간 version 1536> 까지 되었다는 것도 너무나도 나 같아서 이 책이 너무 좋아졌다.

개조인간 ver1536_김선경 단편집


이런 독립출판이, 누구는 개똥철학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하나씩 부딪혀보고 깨져보고 또 그 사이에서 배워가며 생각하며 성장하며 살아나가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게 짠할 때가 있고, 같이 눈물 흘릴 때도 있고, 나는 너무나 작가와 같아서 다행이구나,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독자로부터 이런 마음을 끌어낼 수 있게 한 것은 작가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이런 면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만의 이모티콘☆이 있다는 것을, 가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을, 미래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지만 머리카락에 대한 계획은 원대하다는 것을, 숫자를 색과 연관지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감각 능력을 지닌 것을 모두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림으로, 글로 써내려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해서 배워나가고 있는 나는 이런 작가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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