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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스푼 May 23. 2023

“하고 싶어? 다 해봐!” 체험을 중시하는 인도 아빠들

구강기 아이도 안 되는 건 없다.. 다 맛봐!



실리콘밸리 이민자들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종이 있다면 바로 인도계라는 데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산호세 서쪽에 위치한 저희 집 주변에서도 한 집 건너 인도계 미국인들을 볼 수 있는데요. 전통적으로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이 분들은 아이를 정말 예뻐합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아직 이곳이 익숙지 않아 지리도 익힐 겸 매일같이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를 산책했어요. 그럴 때면 길 맨 끝집에 사는 인도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저희 아이에게 인사를 보내며 말을 걸곤 했습니다.


엄마가 회사를 다닐 때 외할머니 손에 자랐기 때문인지,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꽤 좋아했습니다. 부끄러워서 말 한마디 못하고 고개도 못 들었지만, 인도 할아버지 집 앞에 갈까?라고 하면 서둘러 따라나서곤 했어요. 어느 날 할머니는 “언제든 우리 집에 자유롭게 놀러 와요”라고 말해주었고, 아들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는 지나갈 때마다 저를 불러 세워 집 안에서 찾아낸 장난감을 하나씩 쥐어주기도 했어요.

이웃집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와 쥐어준 낡은 자동차. 이 자동차를 열심히 찾고 있었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요.




도서관에 가서도 인도계 아빠들이 아이를 데리고 한참 동안 잘 놀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물론 개인의 성향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특히나 장난감 하나하나의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모양을 함께 만들고, 설명해 주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같은 조립식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라도 제가 별생각 없이 몇 개 만들어주고 마는 것과 달리, 이분들은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아이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칭찬해 주고, 꾸준히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특히 여러 가지 장난감이 있어도 한 가지를 갖고 오래도록 놀 수 있게 만드는 모습이 특별해 보였습니다.


인도계 미국인 남성과 결혼한 친구를 둔 제 지인은 이들 가족과 만났을 때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아빠가 이제 갓 돌이 지난 어린아이에게 모든 것을 경험해 보도록 했다는 겁니다. 입에 모든 것을 가져가는 구강기 아이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맛보려고 하자 술까지도 맛보게 했다고 하네요. 그 덕에 병원치레는 자주 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어릴 때부터 모든 걸 체험하게 한다면 우리와는 경쟁이 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고 하네요.


물론 체험을 중시하다 보니 부작용도 종종 발생합니다. 아이가 무서워하는 높은 미끄럼틀에서 무조건 혼자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아빠가 좋아 보이지는 않으니까요.




아직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많은 체험을 시키려고 한다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어떨까요? 실리콘밸리에 온 많은 인도인들이 14억 인구의 1%를 차지하는 인재들이 다니는 인도공과대학(IITI) 출신인 경우가 많고, 자녀들 역시 사회적 성취를 이뤄낼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교육을 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아빠들이 함께 힘을 모아 돌아가며 과목별로 과외를 진행하기도 해요. 워낙 똑똑한 인재들이니까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튜터를 구하기보다는 직접 교육에 나서는 거죠. 본인들이 배운 방식으로, 아는 것을 전부 쏟아부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한국 아빠들은 “우리도 힘을 뭉쳐야 해”라는 말을 심심찮게 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성공에 대한 열망이 높은 인도계 아이들과 경쟁하는 한국계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합니다. 그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일도 흔하지요. 또 쿠퍼티노는 실리콘밸리에서 학군이 나쁜 편이 아니지만, 인도계 아이들의 비중이 워낙 높아 한국계 부모들이 선호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도 저는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한국 가정에서는 학교에 다녀온 중학생 아이가 어느 날 대뜸 “난 반드시 성공해야 해요”라는 말을 했다며 엄마가 황당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정치계에서나, 산업계에서나 인도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최근 들어 인도식 교육도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 열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실리콘밸리 내에서는 일부 인도계 가정에서 아이에게 지우는 과도한 부담과 압박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의 교육방식이 오래도록 전해져내려오고 있고, 프랑스식 육아법이 알려져 인기를 끌었듯 인도식 육아, 교육방식도 우리가 참고해야 할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듯합니다. 


제가 보고 들은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주변의 인도분들을 보면서 그냥 이것만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온 가족이 아이에게 넘치도록 사랑을 주는 것,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집중해 주는 것. 하지만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저도 생각이 바뀌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날의 저를 위해서도, 오늘 이 글을 남겨봅니다.


오늘도 뒷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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