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소설 읽기는 정말 게을리한 적이 없다. 어린이 동화집부터 시작해, 해리포터, 교과서에 수록된 다양한 한국/해외 소설들, DVD 대여점에서 빌려 하루에 7권씩 읽던 장르 소설들(무협, 판타지) 그리고 고전문학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나는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30살이 넘은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들은 누군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글을 올리려고 한다. 자국민 쿼터제를 둬서, 먼저 한국인 소설가부터 따로 선별했다. 누가 더 훌륭하고는 없다. 모두 다른 이유에 그들을 사랑하니까.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꽤 컸을 때까지 교과서에 수록된 단락으로 인해 궁금해서 읽어본 한국 소설은 있어도 내가 직접 찾아보고 읽어본 소설은 없었다. 김영하를 알게 되기까지 말이다. 그를 알고 한국 소설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찾아보게 되었다.
빛의 제국으로 김영하를 알게 되었고, 그 뒤 그가 쓴 소설은 거의 읽었다. 하나같이 빠트릴 수 없는 귀중한 작품들이다. 훌륭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어.'라고 답하겠지만, 재밌냐고 묻는다면 '응! 개꿀잼'이라고 대답할 소설들이다. 김영하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에게 이런 즐거운 독서 시간을 준 그에게 참 고맙다. 이런 이야기를 써줘서 고맙다.
내가 꼽은 최애 작품: 검은 꽃(일제강점기 시대 수십 명의 조선인들이 조선 반도를 떠나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멕시코로 향한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원하여 떠난 그들이 기다리는 멕시코는 무엇일까)
최근 재밌게 읽은 작품들을 보면 장강명의 것이 많다. 김영하가 재미난 이야기꾼이라면 장강명은 뭐랄까, 시대를 반영하는 현실의 이야기꾼이랄까. 힘으로 표현하자면 김영하는 상상력이라면, 장강명은 현실력이다.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을 읽으면 허구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회를 놀랍게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담아내고 있다. 읽는 중에 거북함과 거부감이 들 정도로 리얼이다.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꽤 흥미로운 소설가라는 생각에 표백을 읽었다. 이제 흥미를 넘어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우리는 1970년대 한국을 잘 담아낸 소설이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알고 있다. 교과서에도 무수히 수록되어있다. 만약 2010년대 한국을 잘 나타낸 소설이 무엇이냐고 미래에 누군가 묻는다면, '표백' 혹은 '한국이 싫어서'가 될 지도.
내가 꼽은 최애 작품: 표백(장강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신인 작품답게 거칠고 얼기설기한 맛도 있고, 무엇보다 현실을 지독하게 반영한 그의 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위 소설가 2명보다 인지도가 훨씬 떨어지는 편이다. 나도 임성순은 몰랐고, 컨설턴트는 알았다. 처음으로 읽은 그의 소설이 '컨설턴트'였는데 자극적이면서도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에 매혹되어 책을 손에서 떼지 못했다.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그의 작품은 재밌다.
아직 앞의 두 작가에 비해 작품이 많은 편은 아닌데, 더 많이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가장 최근에 제대로 알게 된 소설가라 특히 애정이 간다. 뒤늦게라도 이 소설가를 알게 된 나에게 스스로 대견할 정도. 감히 비교하자면 폴 오스터 뺨치는 이야기꾼이다. 김영하가 도회적이고 깔끔한 문체와 이야기라면, 임성순의 글은 땀이 뚝뚝 떨어지고, 진득하게 독자에게 달라붙는다. 임성순의 소설 속 세계관이라는 늪에 독자는 빠져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릴 새면 이야기가 끝이 난다. 이만큼 지독한 소설들이라니, 어서 빨리 더 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꼽은 최애 작품: 극해(일제강점기 시대 어느 포경선의 항해기다. 일본인 선장과 1급 선원들 그리고 아래에는 징용된 다수의 조선인들과 소수의 대만인들. 배는 하나의 고독한 세계고, 지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그들은 고래를 사냥한다)
+ 요새 김호연 작가의 작품 파기를 시작하고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있는데 기대보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