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르도 Jun 27. 2023

여러분은 욕을 자주 내뱉나요?

욕 잘하는 치와와

요즘 사람들은 아주 심한 욕을 하지 않더라도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강조를 하기 위해서 '개'를 앞에 잘 붙인다. '개멋있어', '개맛있어' 더 나아가 좀 더 어린 층은 '존나'도 강조하기 위해 잘 붙여 쓴다. 난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 그 당시 학생들은 욕을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가 되어야 할 정도로 욕을 자주 섞어 말했다.


개인적으로 욕은 잘하지 않는다. 감정이 매우 격앙될 때만 나오다 보니, 평소에 입이 거친 사람들을 보면 항상 격앙된 상태로 느껴진다. 밖에서 욕을 마구 하는 사람을 보면 마치 조그마한데 시끄럽게 짖는 치와와가 떠오른다. 거슬리고 불편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편인 내 입이 거칠 때가 있었으니.


20대 중반, 어느 날 사촌형이 우리 집을 방문하여 나와 네 살 어린 내 친동생과 함께 셋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마 군대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당시 내 동생은 공군장교로 임관했고, 나는 전역한 지 몇 년 지났고, 사촌형은 아마 10년은 지났을 것이다.


갑자기 내 동생이 고백하길 "2년 전 우리 집이 이사를 할 때 짐정리를 하다 우연히 형이 군대시절에 쓴 수첩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 수첩 인가 하고 열었는데 어느 페이지에 아주 욕이 가득하길래 뭔가 하고 읽으니 형이 군 복무하면서 쓴 일기더라."라고 말했다.


이사를 할 당시 난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했기에 나 없을 때 일기를 읽었단 사실에 어이가 없었는데, 동생이 바로 덧붙이길 "어릴 때부터 형은 욕을 정말 잘 안 했는데, 얼마나 군대가 힘들면 온통 욕일까 싶어 신기해서 자꾸 읽게 되더라. 그땐 어릴 때였는데 군대가 얼마나 힘들고 끔찍하면 우리 형도 수첩에 욕을 한가득 쓰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뭐라 할 타이밍은 이미 빼앗기고, '내가 그랬던가?' 하는 궁금함에 다시 찾아보니 일단 낯부끄러운 내용은 없었다. 군 시절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해둔 어느 책의 한 구절 혹은 명언, 아니면 일기가 적혀있었는데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당시의 모습과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원하지도 않는데 정부에 의해 끌려가 강제로 소집되어 20대의 2년을 오지에 갇혀있었다. 강원도 최전방 지역의 수색대대로 선별되어 일주일에 2번은 험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수색 작전을 했고, 2번은 밤새 매복 진지(라고 해봤자 땅구덩이다)에서 앉아 매복 작전을 했다. 심각하게 덥고, 심각하게 춥지 않은 이상(영하 15도만 되어도) 작전을 수행했다. 그런 군생활 시절 욕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겨울이다. 제설 작업을 하는 날이면 욕이 한가득했다. 왜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는 말이 격하게 이해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나는 몸과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입이 거칠어졌다. 밖에서 입이 거친 사람들을 봐도 '성깔 더러운 시끄러운 치와와네. 사끄럽고 듣기 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 저 사람은 지금 힘든 시절을 보내나 보다'라고 생각해야겠군.

매거진의 이전글 대체 중독 - 커피와 보리차, 맥주와 탄산음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