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때 안 민지 한 10년은 되겠는데
2년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소비 침체가 극심할 때 대중목욕탕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는 뉴스를 봤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점점 대중목욕탕을 찾지 않아서 장사가 힘든데,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대중목욕탕은 샤워 시설이 좋지 않거나, 갖추지 못한 소외계층에게 큰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이 뉴스를 봤을 때 나도 참 새삼 목욕탕 가서 때 밀어본 적이 한 10년은 된 것 같았다. 요새는 온천시설이 있는 동네 스포츠센터를 다니는데, 거기서도 때를 밀지 않고 때를 미는 분을 거의 본 적이 없다.
91년생의 평범한 남아였던 나는 대한민국 어느 가정처럼 가족 다 함께 목욕탕을 주기적으로 갔다. 대구와 경산에 살 때는 인근 온천으로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서 아버지와 남동생과 같이 서로 때 밀어주고 온천욕을 했다. 다 크고 나서 이제 우리는 벌거벗은 몸을 본 적도 까마득하다. 내 가족의 상황만 봐도 이러니, 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이 점점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체감이 된다.
어릴 때 아버지와 남동생과 나는 나름의 목욕 루틴이 있었다. 어릴 때는 체력이 어찌나 좋았던지 4살 어린 동생과 함께 간단한 샤워 하자마자 냉탕에 들어가 30분은 물놀이해야 직성이 풀렸다. 물장구를 치면 어른들한테 혼나니까 물속에서 닭싸움을 하거나 레슬링을 하고 술래잡기도 했다. 불알이 차가워줘 공벌레처럼 쪼그라들어도 모른 채 동생과 실컷 놀았다. 그런 혈기왕성한 어린 형제를 냉탕에 풀어두면 아버지는 뭐 하시냐. 온돌 바닥에 누워 벌거벗은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 아버지도 우리가 노는 한 30분은 정신없이 잔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당시의 아버지는 주말에도 일했다. 쉬는 휴일에는 아들 둘을 데리고 놀아야 하니 얼마나 고단했을까.
우리는 실컷 놀고 나면 아버지를 깨웠다. 그럼 아버지는 먼저 사우나와 온천을 하고 때를 민다. 우리 중 한 명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한 뒤, 마치면 동생과 나는 이제 15분간 온탕에 들어가라고 한다. 답답하지만 억지로 참고 몸을 불린다. 오줌 마려운 아기 코끼리처럼 답답해서 몸을 꼬다가, 참기 어려울 때는 아버지한테 달려가 확인해 달라고 한다. 그럼 아버지는 어깨나 손목 부근에 살살 때를 밀어보고는 충분히 불렸는지 확인한다. 아버지는 남동생과 나 중 먼저 때가 불린 사람을 밀어준다. 먼저 안 불리면 한 사람을 다 밀 때까지 꼼짝없이 더 기다려야 했다. 세 남자 때를 전부 다 밀고 나면 비누로 샤워를 마친 뒤 나온다. 스킨은 따가우니 로션만 바르고 나와 로비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어머니는 딸이 없음을 한탄하며 항상 양쪽으로 아들들과 손 잡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아버지를 부러워했다.
요즘 아이들도 목욕을 마치고 난 뒤 마시는 바나나맛 우유나 초콜릿 우유의 그 상쾌함과 달달함을 알까? 때를 미는 행위 자체를 안 해서 세신사도 일거리가 없다는 말이 들리는 걸 보면 어린아이를 둔 가정에서도 잘 가지 않는 듯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 감성을 그리워하는 건 나도 이제 조금씩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까. 그립더라도 사실 더 이상 목욕탕을 가기 귀찮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