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르도 Jul 03. 2023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혼자서 뭐든 잘해요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난 스스로 요리를 어느 정도 곧잘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시절 기숙사 옆방에 살던 이탈리아인 친구를 만나 파스타를 배웠고, 파스타는 곧 내 나름 비장의 무기가 되었다. 물론 돈 받고 팔 정도는 아니지만, '오, 이 정도면 뭐 괜찮은데?' 하는 정도의 요리 실력인 줄 알았다. 그 뒤 미국에서 잠깐 혼자 살면서 닭가슴살도 굽고, 밥도 해 먹고, 냉동 야채도 데우고 볶아 먹으면서 이 정도면 스스로 끼니 잘 해결하는구만 하고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처음으로 남에게 제대로 요리 실력을 선보여 대접했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정통 까르보나라를 요리했으나 정말 이 파스타는 이탈리아 인근 지중해 바다에서 그대로 건져온 듯 짰고, 뜨거운 사랑에 더욱 달궈진 프라이팬 덕분에 달걀이 더 익어버려 소스는 뻑뻑해져 버렸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는 한입 먹고는 터져 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앞으로 요리는 내가 할게."라고 말하며 생수 한 통과 함께 꾸역꾸역 정통 지중해 소금물 까르보나라를 먹었다.


그 뒤 요리를 몇 번 더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은 드물었고, 냉철한 아내의 판단에 자신감은 날이 갈수록 꺾였다. 아내가 내 요리과정을 한참 보더니 "네가 왜 요리를 못하는지 알겠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야기할 내가 왜 요리를 못하는지에 읽은 다음, 그 반대로 하면 요리를 매우 잘하게 될 것이다. 나도 그렇게 고쳤으니.


일단 가장 큰 원인은 중간에 간을 보지 않고 내 느낌대로 예상한 다는 것이다. 요리를 마치고 젓가락을 들 때까지 아무도 간과 맛을 모르는 럭키박스 상태이다. 게다가 욕심대로 재료를 필요보다 더 넣고는 재료별 순서도 없이 한 번에 조리한다는 거이다. 말 그대로 의욕과잉, 와당탕탕, 좌충우돌 사람 잡는 요리사였다.


게다가 나는 체질이라고 할지, 센스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타고난 막입이다. 선천적으로 요알못으로 태어난 것이다. 애기라고 할까. 그냥 다 주워 먹고 배를 채운다. 그러니 스스로 난 곧잘 해 먹는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도 잘 먹고, 그냥 그런 음식도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었다. 복 받았지만 또한 저주받았다고도 볼 수이다. 각 조미료와 양념의 역할과 맛을 잘 알지 못한다. 요리할 때도 어떤 조미료를 넣어 보완하고, 맛을 더 낼지, 얼마나 넣어야 할지, 언제 넣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요리를 잘하겠는가. 마치 계이름도 모르면서 피아노를 잘 치겠다는 음치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요알못의 이야기를 들어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 내 글을 통해 요리를 잘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요리하는 중간 간을 보고 확인하며, 재료는 적당한 양을 넣고, 재료별 순서에 맞춰 조리할 것, 그리고 미각과 조미료의 맛과 역할을 날카롭게 키워 요리할 때 적용할 것, 이 세 가지를 배울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지는 대중목욕탕과 때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