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맥코드의 <파워풀>을 읽고 든 생각
그 유명한 넷플릭스의 <파워풀> 리뷰를 이제야 쓴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을 '에버노트'에 개인적으로 저장해둔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을 때 책의 내용을 다시 봐야 할 일이 있을 때 꺼내보곤 한다. 이러면 빠르게 핵심을 추출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풀>에서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크게 덩어리 카테고리로 분류해 의견을 붙여보려고 한다. 스타트업 인사담당자의 독후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p.33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나는 ‘작지만 방해가 되는 사람이 없는 팀’ 이 얼마나 파워풀한지를 확인했다.
'방해가 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일 못 하는 사람? 주장이 강해서 의견 일치가 어려운 사람? 작은 회사에서 정치질 하는 사람? 어떤 종류든 방해가 되는 사람은 맞다. 조직의 비효율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있다면 회사 전체 업무 속도는 물론 사기마저 떨어지기 마련이다.
책의 제목인 "파워풀"의 의미는 사실 위 문장에 있는 것 같다. 방해가 되는 사람이 없는 팀이 POWERFUL하다는 뜻. 나머지 내용은 그런 방해가 되는 사람을 채용 단계에서 걸러내기 위한 / 만약 뽑았다면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한 부가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p.34
즉,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오직 고성과자들만 채용해서 그들이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됐다. 이것이 사무실에 푸스볼(테이블 풋볼)을 들여놓거나, 공짜 초밥을 제공하거나, 엄청난 보너스 또는 스톡옵션을 안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특전이다. 능력이 탁월한 동료, 명확한 목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 세 가지는 무엇보다 강력한 조합이다.
p.169
직장에서 직원들의 행복은 맛있는 샐러드나 낮잠용 수면실이나 헬스 시설 등과 관련된 게 아니다. 직장에서의 진정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행복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나온다.
이 내용은 책에서 자주 나오더라. 가장 좋은 복지는 잡다한 복리후생들(초밥, 맥주, 냉장고, 안마의자)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수준에서 나온다고. 탁월한 동료와 본인의 문제해결력. 프로덕트에 대한 자신감. 고객들이 보이는 긍정적인 반응.
사실 이 모든 걸 갖춘 스타트업은 세상에 없다. 탁월한 사람들이 많아도 프로덕트의 한계로 인해 회사가 고꾸라질 수도, 프로덕트는 괜찮아서 어떻게 투자는 잘 받아 복리후생을 멋지게 꾸며놨는데, 탁월한 사람을 채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솔직히 딱 이 말이 떠오르더라.
"말은 쉽지.. ㅠ_ㅠ"
p.175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은 또한 ‘문화적 적합성’에 대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문화적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할 때 당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실제로는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을 고를 것이다. 이런 접근법으로는 종종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른데, 당신과 정반대의 성격이더라도 당신의 일에는 잘 맞을 수 있다.
p.193
이력서를 넘어서라. 인재를 발굴할 때는 정말로 창의적이 돼야 한다. 경험 목록 그 이상을 파고들어라. 폭넓은 경험을 고려하고 그 사람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 집중해라.
스타트업 채용 프로세스 마지막은 보통 '경영진 면접' 또는 '문화 면접' 이런 게 많다. 그냥 인성 면접인데 개성을 갖추려고 이것저것 단어가 많이 생기긴 했는데 본질은 똑같다. 그냥 말 잘 통하고 센스 있는 사람인지, 아니 센스 넘치는 거 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는지 보려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 대한 비전에 공감한다면 더 좋고!
이력서를 넘어서고 싶어도, 이력서가 개인의 진짜 역량보다 더 거품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에 적힌 그럴싸해 보이는 표현들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도 일인데, 이력서를 넘어서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질문을 통해 true potential을 엿볼 수 있을까?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p.53
많은 기업이 수많은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돈을 쏟아붓고,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작 회사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p.190
내가 연례 인사고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일이 인재관리 부서의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사업 결과와 고객 간의 실제 연결고리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대신 모든 직원이 그 시간을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는 데 사용한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p.220
연례 인사고과 시스템의 문제는 단순히 그것이 너무 경직되고 연봉 결정에 엄격하게 연동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 그렇게나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붓고도 정작 직원들에게 필요한 피드백이나 코칭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많은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업무와 목표에 대해 이야기할 때, 1년에 한 번 하는 형식적인 고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평가는 정말.. 수많은 HR 컨설턴트들의 마르지 않는 (영업)샘물이다. 완벽한 평가 제도는 만들어질 수 없다. 심지어 평가 제도를 아예 없애버려도 불만이 나오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매년, 아니 매 분기 평가 제도는 수정되는 걸 반복하고 그것을 통해 컨설턴트들은 돈을 번다.
스타트업은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가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조직의 비효율이 높아진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야 하고 바빠 죽겠는데,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꾸미고, 경영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입 발린 말까지 해야만 할까? 시간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을까?
<파워풀>에서는 '평가'를 어떻게 다룰까 궁금했는데, 다행히(?) 나와 비슷한 의견이 나와서 기분 좋았다. 평가는 HR팀의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피드백은 어설프게 끝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어떤 회사들은 1:1 피드백 시간을 '최소 30분' 강제로 정해두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완전 코미디 아닌가?)
그럼 스피디하고 성장 지향적이면서도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모범 답안은 없겠지만, 답을 찾기 위한 나만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왜 납득시켜야 할까?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평가 전후로 퇴사자가 많다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진짜 휘청한다. 일단 납득할 수 있는 연봉인상률을 맞춰주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1순위.
구성원이 납득할 만큼 연봉이 올랐다면, 이젠 '성장'이라는 미션을 부여해야 한다. 회사의 성장은 물론 개인의 성장까지 커버할 수 있는 피드백을 전달해주면 좋은데, 연봉이 별로 안 오르면 피드백이 좋게 들릴 수 없다. 반대로 연봉이 팍 오르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단순하다. 그래서 2순위.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낫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제일 밀렸다. 이상한 '자기 회고식 서술형 문항 15개 작성해 제출하기' 이런 것만 안 하면 평가는 1~2주 안에 완료될 수 있다.
이상 <파워풀> 리뷰를 마친다. 명성만큼이나 재밌고 유익한 책이었다. 명쾌한 답보다는 고민거리가 더 생긴 것은 아이러니는 있지만. HR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