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힘들었다. 회사 일도 많았고 위로받고 싶던 연애에도 서툴렀다. 나는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고 멘탈의 회복 탄력성도 강하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더라. 의외로 물렁했고 작은 상처에도 마음의 출혈이 일어났다.
어색했다. 이게 뉴스로만 접하던 '코로나 블루'인가 싶었다. 하긴 가을 이후로는 거리두기 2.5단계 되면서 카페도 제대로 못 갔으니. 주말엔 여유롭게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곤 했는데, 그런 생활 패턴이 사라진 곳에는 비생산적인 게으름만이 들어섰다.
의지도 약해졌고 동기부여도 떨어졌다.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이 무기력했다.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졌다. 처음 겪어보는 현상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어처구니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껏 나의 취약함을 감추고 살아왔던 것 같다. 더 보여줄 게 없기에 대단한 가능성을 가진 척했으며, 더 잘 해낼 수 없기에 안 하는 것처럼 핑계를 댔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많은 생각을 했다. 2021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순히 계획을 세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심리 상태를 어떻게 다룰 건지 대책과 방법론이 필요했다. 지금껏 일을 잘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업무 툴을 잘하는 방법만 찾아다녔지,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