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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예거 Jul 22. 2021

코인하는 직장인을 나쁘게 보지 말아주세요

에세이와 버무린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 리뷰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부동산/가상화폐/주식/금 등에 투자해봤을 것이다. 실제 투자를 해보지 않았을 지라도, 최소한 투자 고민은 해봤을 것이다. 왜냐면 지난 1년 간은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모두 미친 듯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예 모르고 살았다면 몰라도, 그걸 직접 목격하면서 망설이기만 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였을 테니.


나 또한 2020년도 11월에 '이더리움'을 매수했다.

당시 이더리움은 1개당 60만원도 하지 않았고 조금씩 거래량이 증가하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2018년 당시의 가상화폐 '광기'가 다시 터지려 하는 징조라고 판단하고 들어갔다.


글을 쓰는 2021-07-22 기준 이더리움 주 차트 캡처


위 주 차트를 보면 아주 환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돈을 잃기도 어려운 불장이었다. 그럼 50만원 대 수준에서 매수한 나는 어떤 투자 결과를 만들어냈을까? 글을 읽는 분들 모두 궁금하시겠지만, 굳이 그 숫자를 밝히진 않겠다. 자랑해봤자 좋을 거 없고, 심지어 자랑할 만큼 크게 벌지도 못했다. 그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을 정도로만 벌었다.




일부로 돈 버는 이야기, 투자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했다. 위 투자 경험은 꾸며낸 것이 아닌 나의 실제 기록이다. 누군가가 돈을 벌고, 심지어 잃는 이야기는 나름의 기승전결과 긴장감을 준다. 짜릿하고 재밌다.


이걸 책으로 엮어내면 어떨까?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를 다니며 가상화폐 투자를 해서,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벌어 퇴사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그런 꿈과 같은 이야기를.


장류진 작가 신작 <달까지 가자> @디에디트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이름을 알린 장류진 작가가 <달까지 가자> 라는 신작으로 돌아왔다.

출간일은 2021년 4월이었고, 나는 장류진 작가 팬이라서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는데.. 리뷰를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쓴다. 그 이유는 내가 '노동소득'에 얽매인 직장인이라서 그랬다고 변명을 해본다.


<달까지 가자>의 주제는 간단하고 매력적이다. "직장인이 코인하는 이야기" 이거다.

주제는 심플하지만, 회사 다니면서 투자를 병행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저 주제 안에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 고민과 스트레스, 잠 못 이루는 밤이 녹아있는지.. 자세한 시놉시스는 애정하는 디에디트 버전으로 링크를 걸어두고, 나는 바로 이 책을 읽은 후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2021년 대한민국의 투자 광기를 묘사한 세태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가상화폐로 몰리는 엄청난 돈, 누군가가 떼돈을 벌어 퇴사했다는 이야기,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압도적으로 커지는 불평등한 시대, 직장인의 근로의욕 저하 등 요즘 대한민국의 자극적인 '트렌드'를 키워드로 뽑아 소설로 쓴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들부터 '평범한 흙수저 여성 3인방' 이니.. 몰입하기엔 최적의 조건 아닌가?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소설이 독자에게 감동적인 울림을 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설에 빠져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서 <달까지 가자>는 다이슨 청소기 마냥 독자를 책에 빨려들게 한다. 나는 카페에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는데, 초집중 상태로 2시간 만에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장류진 작가의 특징이자 강점은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직장 생활을 10년 가까이하다가 소설가가 된 분이라서, 데뷔 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도 IT 기업 특유의 분위기나 문화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던 게 좋았다. 이번 <달까지 가자>에서도 중간중간 직장인의 헛헛한 마음을 쿡쿡 찌르는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p.123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기획서를 쓰다가도, 보고 문서를 만들다가도, 고객사에 공손하고 비굴한 메일을 보내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라는 보송보송한 재질의 설레는 단어가 내 마음을 간지럽히며 스멀스멀 기어다니기 시작한 것이.

p.196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라는 말. 자연스럽고 흔한 말이지만 그런 자연스러움은 결코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p.283
우리 팀은 마론의 상징인 개나리 색에 팀장이 고른 빨간색으로 기념 로고를 넣은 티셔츠를 입게 됐다. 이로써 영원히 일상에서는 입을 수 없는 티셔츠가 하나 더 지구의 쓰레기로 생산되었다.


이런 표현들이 좋았다. 장류진 작가는 독자가 어디서 미소를 머금게 되는지 그 포인트를 잘 캐치해낸다.




그래서 <달까지 가자>의 주인공인 직장인 3인방은 어떻게 됐을까? 돈을 벌어서 퇴사했을까? 아니면 결국엔 환상에 취해 매도 시점을 잡지 못하고 결국엔 잃었을까? 사실 이 소설의 재미는 단순히 '누가 얼마를 벌었다'에 있지 않다.


위에서 말했듯, 코인을 해본 직장인 만이 경험할 수 있는 희로애락이 소설 전체에 걸쳐서 리얼하게 묘사된다.

이런 심리적 묘사에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누가 얼마를 벌고/잃었다는 소설의 결말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된다. 결말은 소설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다이나믹한 심리적 롤러코스터에 탑승해보는 간접 경험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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