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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예거 Jan 09. 2021

내 마음 팔굽혀펴기

정신적 피폐함을 신체의 건강함으로 전환하는 방법

2020년 하반기 힘들었다. 회사 일도 많았고 위로받고 싶던 연애에도 서툴렀다. 나는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고 멘탈의 회복 탄력성도 강하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더라. 의외로 물렁했고 작은 상처에도 마음의 출혈이 일어났다.


어색했다. 이게 뉴스로만 접하던 '코로나 블루'인가 싶었다. 하긴 가을 이후로는 거리두기 2.5단계 되면서 카페도 제대로 못 갔으니. 주말엔 여유롭게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곤 했는데, 그런 생활 패턴이 사라진 곳에는 비생산적인 게으름만이 들어섰다.


의지도 약해졌고 동기부여도 떨어졌다.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이 무기력했다.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졌다. 처음 겪어보는 현상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어처구니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껏 나의 취약함을 감추고 살아왔던 것 같다. 더 보여줄 게 없기에 대단한 가능성을 가진 척했으며, 더 잘 해낼 수 없기에 안 하는 것처럼 핑계를 댔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많은 생각을 했다. 2021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순히 계획을 세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심리 상태를 어떻게 다룰 건지 대책과 방법론이 필요했다. 지금껏 일을 잘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업무 툴을 잘하는 방법만 찾아다녔지,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은 이지안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난 사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그래. 내력을 키워야겠다. 당장 심리적 내력을 키우는 법은 몰라도 육체적인 내력이라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짜고짜 팔굽혀펴기를 해댔다. 이왕 맨몸 운동하는 김에 스쿼트도 하고 플랭크도 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로 곱씹지 말고 바로 엎드려서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휘발시켰다.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일말의 뿌듯함은 남는 게 좋았다. 그 뿌듯함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루틴 어플도 활용하고 있다.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루틴으로 만들었다


분명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팔굽혀펴기를 한 건데, 몇 주 동안 꾸준히 하니까, 군살이 빠지고 몸의 윤곽이 잡혀나간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내 몸, 내력이 튼튼해져 간다고 할까.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좋아지는 몸을 보면 솔직히 기분은 좋다.


앞으로는 명상이나 심호흡 같은 더 섬세한 루틴도 일상에 추가해보려 한다. 2021년에는 자존심만 강한 남자가 아니라, 내력이 강하고 자존감도 높은 남자가 될 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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