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부트캠프 직원이 솔직하게 알려드립니다.
코딩/개발자 부트캠프(BootCamp)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3~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실무에서 일할 수 있는 개발자로 교육시켜준다는 곳입니다. 최근 2년 동안 새로 생긴 부트캠프도 있고,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는 정부지원 사업(K-디지털 트레이닝)의 확대로 금액적인 부담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국영수가 아니라 '국영수코'를 배운다고 합니다.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코딩이 대세인데요. 요즘 부트캠프 업계 상황을 보면, 코딩을 공부해서 개발자 취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여러 사회적/환경적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로 인한 실직 증가, 경기 침체와 대기업의 공채 축소로 인한 말도 안 되는 취업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딩 부트캠프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현상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요. 웹개발 뿐만 아니라, 이제는 마케팅,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기획자 등 다양한 직무로의 시장 확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직무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모두 '테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문과 직업의 대부분이 인공지능에 대체된다는 그런 무서운 미래가 벌써 당도한 건 아닙니다. 그저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환경이 온라인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잘 다루는 게 유리해진 것뿐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는 부트캠프의 취업지원/코칭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일의 특성상, 수백 명 이상의 수강생들을 교육하고 1:1 코칭을 했습니다. 아직 부트캠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예비 수강생들과도 많은 상담을 했습니다.
이 부트캠프 들으면 네카라쿠배 갈 수 있나요?
이런 순수한 질문을 꽤나 받곤 했는데요. 유명한 기업으로 간 사례도 물론 있었지만, 소수입니다. 저는 평범한 대부분의 부트캠프 수강생 입장에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가 면접에 가면 단골로 받는 질문은 이런 겁니다.
OO님은 국어국문학과 출신이고, 기존엔 영업 일을 하셨는데, 왜 개발 공부를 하신 거예요?
간단한 예시이지만, 본인이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시원한 대답이 나오긴 어려운 질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수강생들이 공무원 시험의 대체제 느낌으로 코딩 부트캠프를 선택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거라도 해야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인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마인드로 부트캠프에 들어오면 잘못된 걸까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전혀 문제 될 게 없고 잘못된 마인드도 아닙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취업할 확률이 제일 높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니까요. 개발자 직업을 꿈꾸는 숭고한 마인드라도 있어야 취업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면접장'에 가서 저렇게 쿨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겠죠. 개발을 공부한 그럴싸한 이유라도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개발 공부를 시작한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는 분들이 중간에 공부를 그만두는 비율이 높습니다. 또한 동기부여가 뚜렷한 분들에 비해 취업할 확률이 낮습니다. 물론 동기부여가 특별히 없는데도, 개발 실력이 좋아서 좋은 곳에 취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저는 소수의 실력자들이 아닌 평범한 부트캠프 수강생들의 '경향성'을 얘기하는 거라는 점 다시 강조합니다.
부트캠프를 알아보고 있다면, 종이에 펜으로 적거나, 메모장을 켜서 '왜 개발을 공부하려고 하는지' 솔직하게 적어보세요. 이유가 딱히 없나요? 단순히 취업이 잘될 것 같아서 인가요? 그렇다면 왜 취업이 잘될 것 같은지도 고민해보세요. IT 기업들의 채용 수요가 커서? 다른 인력으로 대체될 확률이 낮을 것 같아서?
이렇게 고민해봤다면, 그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보거나, 개발자 커뮤니티에 고민상담 글을 올려보세요. 100% 확률로 크게 혼날 겁니다.
그런 마인드로는 안 된다, 개발자 비추한다, 머리 안 되면 어렵다, 시작하지 마라, 후회한다, 절대 오지 마라...
이런 식의 큰 반대를 마주할 겁니다. 저렇게 개발자 공부를 만류하는 분들의 의견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런 반대를 다 이겨내고서도 본인이 개발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해야만 한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부트캠프에서 성과를 내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겁이 나고 망설여진다면, 정말로 부트캠프를 참여하지 않고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낫습니다. 그저 여러 가지 직업의 선택지 중에서 본인에게 맞는 거 하나를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민망해할 필요도, 괜히 오기를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가 되지 않더라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돈을 벌기 위한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코딩 부트캠프에 들어가면,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패배감을 안고 그만두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게 제일 안타까운 경우라고 생각해요.
만약 본인이 개발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어떻게든 만들어내서 부트캠프를 멀쩡하게 수료했다고 생각해볼게요. 이제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 시작되죠? 바로 '취업 준비' 인데요. 이 주제로도 할 얘기가 많은데, 나중에 다른 글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꽤나 당연한 얘기인데요, 코딩 부트캠프를 수료했다고 해서, 굳이 개발자로 취업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투자한 금액과 시간? 엄청 값지죠. 짧으면 반년, 길면 1년 이상을 투자하니까요. 그래두요.. 꼭 개발자가 아니라 개발과 융합된 직무에서 본인의 잠재력이 꽃피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력 좋은 분들? 부트캠프든 비전공자든 관계없이 기업들이 높은 연봉에 데려갑니다. 평범한 실력을 가졌다면 당연히 몇 달은 취준에 투자해야 해요. 이때, 마냥 개발자 직무만 찾기보다는 본인의 강점과 개발 공부 지식을 활용한 직무도 찾아보시면 좋아요.
예를 들어, 개발을 공부하기 전에 영업 사원으로 일했으면서 외국어에 자신이 있다면? '기술영업'이라는 포지션도 가능합니다. 이 예시에 해당되는 분이 있었는데, AWS(아마존 웹서비스)의 Account Manager 포지션에 합격했었어요. 기술영업 뿐인가요. 게임 기획자, PM, UX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등... 기존에 다른 직무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 개발을 공부했다면, 이런 다양한 분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취업에 유리한가요? 그럼 기존에 일해본 경험이 없는 쌩신입은요?
이런 질문이 당연히 나오겠죠? 저는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나이대의 일해본 경험 없는 사람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슷한 나이대'라고 적었다는 점을 다시 봐주세요. 왜냐면 [ 사회생활 경험이 5년 정도 있는 30대 초반 vs 갓 대학교 졸업한 20대 중반 ] 이런 식의 비교는 어렵습니다. 대신 앞의 사람을 [ 대학 졸업하고 뚜렷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30대 초반 ] 과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이건 아주 단순화한 비교이고, 실제로는 그 사람의 학력/태도/커뮤니케이션 능력/동기부여 정도/개발 실력/거주지 등 복합적인 요소가 취업에 영향을 줍니다. 근데... 30대 정도가 됐다면, 지금까지 경험을 쌓아온 방식, 태도, 습관이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부트캠프 기간은 동일하지만, 그 기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채워 공부하는지는 전부 다르겠죠? 그 밀도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졌는데, 다음 글에서는 개발자 부트캠프에서 눈에 띄는 분들의 특징과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