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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22. 2021

얼죽아에서 가끔 뜨.아로의 과정

19살에서 20살이 되던 2009년에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과는 달리 29살에서 30살이 되던 2019년은 30이라는 나이를 맞아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내 젊은이 끝난 것인 양 '이제 나이를 먹어서...'같은 한심한 말들을 자주 해대며 달관한 태도를 자주 보였다.


그렇게 우울함으로 보내던 2019년 겨울이 지나고 2020년 연초가 됐을 때의 일이다.


나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는 얼. 죽. 아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아재들이나 먹는 것이라며 지극히 외골수적인 성향을 보여줬다. 이것은 비단 커피에서만이 아니었다. 승진공부를 위해 목을 매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직업을 가졌으면 됐잖아? 왜 또 그렇게 고통스럽게 공부해야 하지? 잘리는 것도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가 가진 생각의 경계에 벽돌을 올려 다른 생각은 들어오지 못하게 해 놓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는 쇄국정책을 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집에 얼음이 떨어졌다. 커피는 너무 마시고 싶은데 얼음이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할 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근데 이게 썩 나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커피의 풍미를 더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얼음이 있어도, 카페에 가서도 가끔은 뜨. 아를 마신다.

캠핑장에서 드립백으로 마시는 뜨.아는 정말 맛있다.


31살이 된 2021년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이를 먹는 것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수용하고 그것이 주는 매력을 있는 그래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식견을 주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인정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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