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에 입문한 사람들의 그다음 테크트리는 캠핑카, 카라반을 노리는 사람들과 경량화하여 미니멀, 백팩킹을 노리는 사람 둘로 나뉜다. 오토캠핑을 하다 보면 장비 욕심에 이것저것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짐이 많아져서 차 뒤에 달고 다니는 트레일러나 아예 캠핑카를 구입하게 된다. 한편 나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운 내 캠핑장비 들을 보면서 갑자기 신물이 났다. 자연으로 떠나는 홀가분한 여행이 물욕에 물들어져 버린 느낌이다. 본질이 흐려져버린 내 캠핑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가벼운 백패킹을 위해 배낭, 텐트, 매트, 베개, 의자, 테이블을 새로 들였다. 본질이 흐려져 바로 잡고자 돈을 더 들였다. 나는 때때로 합리적이지 못하며 캠핑장비에는 유독 약했다. 생각해보면 오토바이에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집 앞 택배박스는 지친 나의 일상의 자양강장제
여하튼 나는 오토캠핑도 하고 백패킹도 하기로 결정했다. 무거운 오토캠핑장비로는 백패킹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은 가벼운 백패킹 장비로 시작하면 오토캠핑이던 백패킹이던 다 즐길 수가 있다. 이 말을 나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백패킹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겪어보지 못하면 남의 말을 안 듣는 스타일이다.
백 패킹하러 온 굴업도에서 이 글을 적다 보니 내가 좀 한심해 보인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굳이 경험해봐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캠핑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조금 비싸더라도 부피가 작고 가벼운 장비들로 입문을 하시길 바란다. 그전까지는 함부로 장비 구입을 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겪어봐야 판단을 내릴 수 있으니까.